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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설, 명절을 맞아 중국 쑤저우에 계신 시부모님을 뵈러 갔을 때 경험한 일입니다. 아이가 애니메이션 <코코>의 미구엘 콘셉트로 호텔방에 앉아 인도네시아 치즈 와퍼 한 통을 맛나게 냠냠 했지요. 근데 방에 물이 없어서 룸서비스를 시켰습니다.

과자를 맛나게 먹고 있는 아들
▲ 치즈 와퍼 홀릭, 목 마르다 과자를 맛나게 먹고 있는 아들
ⓒ 설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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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딩동 대신 걸려온 전화벨. 뭐지? 하고 받아보니 신기한 음성이 흘러 나옵니다.

"Your order has been delivered."
(주문하신 것이 도착했습니다)

오, 이 신기한 것은 무엇인고?! 우리는 당장 방문을 열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이 녀석이 서 있네요.

방문을 열어보니 도착해 있는 건 청소기를 닮은 로봇!
▲ AI 호텔 리어? 방문을 열어보니 도착해 있는 건 청소기를 닮은 로봇!
ⓒ 설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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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물을 가져 왔다고? 이건 뭐 새해맞이 이벤트인가? 그러고보니 이 녀석이 1층 로비를 서성이던 게 생각났습니다. 그땐 이 녀석이 청소 중인 줄로 알았는데, 정식 종업원이었던 것입니다.

우리가 체크인하고 엘리베이터로 갈 때도 따라왔는데, 청소하러 멀리도 간다 했더니만 그게 아니고 우릴 목적지까지 에스코트해 준 것이었습니다. 오호 신기한 녀석!

대뜸 만져보기보단 탐색을 먼저 하는 아들
▲ 로봇과 아들의 신경전 대뜸 만져보기보단 탐색을 먼저 하는 아들
ⓒ 설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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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뭔지 대충은 알겠다만... 아무나 덜컥 믿지 않는 노련한 아들은 일단 로봇을 탐색합니다. 이 녀석, 믿고 만져도 좋을까?

확신이 선 후 배달된 물건을 받습니다.
▲ 물건 수령 확신이 선 후 배달된 물건을 받습니다.
ⓒ 설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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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색을 충분히 마친 아이는 이 로봇이 안전하겠다는 확신이 섰습니다. 로봇 머리에 있는 버튼을 누르고 배달된 물건을 꺼냅니다. 우리는 물 두 병과 목욕 소금을 주문했습니다.

상부의 버튼을 눌러 로봇의 서비스를 종료시킵니다.
▲ 좋아, 수고했어 상부의 버튼을 눌러 로봇의 서비스를 종료시킵니다.
ⓒ 설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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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상부에 있는 닫힘 버튼을 누르고 로봇을 원위치 시킵니다. 로봇이 "제 서비스가 맘에 드셨나요?" 하고 묻습니다.

이 녀석, 중국어와 영어 두 가지 말로 다 묻습니다. 웬만한 사람들보다 언어 실력이 좋은 셈입니다. 잠시 부러워서 질 뻔 했지만 다시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그, 그래도 난 사람이니까. 흠흠.

제 할 일을 마치자 로봇은 조신하게 뒷걸음질로 떠나갑니다. 엘리베이터까지 가서 혼자 다시 로비로 복귀하려나 봅니다. 잘 가, 수고했어!

임무를 마친 후 제자리로 돌아가는 로봇
▲ 임무 완수 임무를 마친 후 제자리로 돌아가는 로봇
ⓒ 설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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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아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중국은 사람도 많은데 로봇 숫자까지 늘리려나 봅니다. 만일 더 많은 로봇들이 호텔리어의 자리를 차지한다면 지금 호텔에서 일하고 있는 메이드들이나 벨보이들은 과연 어디로 가서 무슨 일을 하게 될까요?

정말로 머지 않아, 우리 아이가 어른이 될 때 쯤이면 AI 호텔리어를 만나는 건 흔한 일이 되어 버릴까요? 진짜로 아이에게 미래에 있을 로봇과의 경쟁을 준비시켜야 하는 거나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네이버 개인 블로그에도 송고된 글입니다.



태그:#AI, #룸서비스,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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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작가, 임학박사, 연구직 공무원, 애기엄마. 쓴 책에 <착한 불륜, 해선 안 될 사랑은 없다>, <사랑, 마음을 내려 놓다>. 연구 분야는 그린 마케팅 및 합법목재 교역촉진제도 연구. 최근 관심 분야는 환경 정의와 생태심리학.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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