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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식 판사에 대한 특별감사를 요청하는 청와대 청원에 참여한 인원이 10만 명을 돌파했다
 정형식 판사에 대한 특별감사를 요청하는 청와대 청원에 참여한 인원이 10만 명을 돌파했다
ⓒ 청와대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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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나자 여론이 들끓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정형식 부장판사(서울고법 형사13부)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다.

이전부터 '재벌 봐주기 의혹'이 제기되는 판결들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여론이 심상치 않다. 누리꾼이 재판장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직접적으로 비난하는 상황이 흔한 일은 아니다.  '정형식'이라는 이름이 재판이 끝난 지 꼬박 하루가 지나도록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계속 올라와 있고, SNS 상에서도 이 부회장을 풀어준 정 판사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 역시 정 판사 '파면 및 특별감사' 청원들로 뒤덮이고 있다.

특히 "정 판사의 이번 판결과 그동안의 판결에 대한 특별 감사를 청원한다"는 청원은 올라온 지 하루도 안 돼 참여자가 10만 명(6일 오후 3시 20분 기준)을 돌파했다. 이 청원자는 "국민의 돈인 국민연금에 손실을 입힌 범죄자의 구속을 임의로 풀어줬다"며 정 판사가"국민의 상식을 무시하고 정의와 국민을 무시하고 기업에 대해 읊조리는 판결"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이밖에도 정 판사의 파면이나 징계 등을 요구하는 청원이 약 550여 건 넘게 올라왔다. 누리꾼은 청원 게시판에서 "견제받지 않은 권력 사법부, 이제부터 감시해야 한다", "더 이상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두고 볼 수가 없다", "법 위에 군림하는 판사는 법을 든 강도입니다" 등의 의견을 내며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청원에 참여한 사람이 20만 명이 넘으면 청와대가 해당 청원에 대해 답해줘야 한다는 점을 이용해, 분노한 여론이 청와대 청원 게시판으로 모이고 있는 것이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시민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국정농단 사건 재판을 거치면서 법 인식이 굉장히 높아졌다. 이전까지는 판사를 중립적이거나 정체된 존재로 생각했다면, 이제는 한 명의 인격적 존재로 여기고 주목하고 있다. 게다가 사법부 내 블랙리스트 등이 드러나면서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 약화됐다"라며 판사가 직접적으로 비판받는 상황을 분석했다.

이어 황 평론가는 "촛불 민심은 대선이 끝난 이후에는 대통령이 바뀌었으니까 적폐 청산이 될 거라고 막연히 믿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게 이재용 항소심으로 드러나자 분노한 민심들이 민심이 반영될 것 같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으로 모이고 있다"고 지적하며 "사법부라면 공정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은 이미 깨졌다. 미국처럼 판사를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국민들이 잘못된 판결에 분노하는 마음은 공감하고 이해하지만, 판사를 인신공격하거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판사가 법률적 판단을 잘못할 수 있으므로, 판결 내용을 비판하는 것은 사법부의 공정성, 투명성을 지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을 공격하는 것은 사법부의 독립을 해칠 수 있다. 보수 정권에서 진보적 결정을 내린 판사에 대해 보수 누리꾼들이 '파면' 요청을 하는, 정반대의 경우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지금처럼 판사에 따라서 판결이 달라지면 국민들이 사법부의 판단을 믿을 수가 없다. 판사 개인의 재량을 제한하고 주관적 판단이 배제될 수 있도록 일종의 합의된 룰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청원 인원이 20만 명이 넘더라도 청와대가 정 판사에게 실질적인 제재를 가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물론 헌법 65조에 의하면 국회에서는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가 있고,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으면 법관을 파면할 수 있다. 그러나 탄핵 소추는 "(법관이)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만 가능하다. 더불어 정 판사의 재판에 대해 청와대가 특별 감사를 지시하는 것 역시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된다.



태그:#정형식, #이재용, #정형식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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