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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사진은 지난 1월 22일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서울 중구 국립극장을 방문해 해오름극장을 확인하고 돌아가고 있는 모습.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사진은 지난 1월 22일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서울 중구 국립극장을 방문해 해오름극장을 확인하고 돌아가고 있는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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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2일 밤 삼지연 관현악단의 공연과 관련해 "남한 노래가 많이 포함됐다"라고 통보했다. 5일 북 예술단 선발대 23명은 경의선 육로를 통해 남한 땅을 밟는다.

전문가들은 당초 선전선동의 핵심인 북한 예술단이 남한 공연을 하면서 남한 대중가요를 연주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북한에서 남한가요를 두고 '제국주의 사상 문화 침투'라고 비판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측이 남한 가요를 선곡했다는 것을 두고 좀 더 열린 제스처와 보다 선명한 화해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철웅(43) 서울교대 연구교수는 "남한 최신가요를 선곡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만약 선곡한다면 오케스트라 편곡으로 연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철웅 교수는 당 간부 아버지와 대학교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5세 때부터 피아노를 쳤다. 8세 때 영재로 발탁돼 북한 명문 평양음악무용대(현 김원균평양음악대학)에서 교육받았다. 지난 2001년 탈북, 다음해 남한에 입국하기 전까지 평양국립교향악단 피아니스트로 활동했다.

현재도 전 세계로 연주여행을 다니며 통일과 평화의 메시지를 음악에 담아 전하고 있다. 이번에 예술단을 이끌고 내려오는 현송월(46) 단장과는 3살 아래로 평양음대 선후배 관계다. 북한 문화예술 실태를 잘 아는 김철웅 교수로부터 이번 서울·강릉 공연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북 시각에서 남한 노래는 <신라의 달밤> <황성 옛터> 등"

김철웅 서울교대 연구교수(사진 왼쪽). 사진은 2007년 호주 멜버른 재즈 페스티벌 당시 모습.
 김철웅 서울교대 연구교수(사진 왼쪽). 사진은 2007년 호주 멜버른 재즈 페스티벌 당시 모습.
ⓒ 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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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남한 노래가 많이 포함됐다고 알려왔다. 
"예상이 됐던 거다. 해방 전 가요가 아닐까 한다. 북쪽 시각에서 남한 노래는 <눈물 젖은 두만강>(1938) <황성 옛터>(1928) <신라의 달밤>(1949) 같은 거다. 북에서는 지금도 연주를 한다. 최근 남한 노래는 일절 없다고 본다. <홀로 아리랑> <아침 이슬> 같은 노래도 가능성이 높다. 6·15 남북공동선언 행사 때 불렀으니까. <강남 스타일> 정도는 원곡처럼 부르진 않고, 오케스트라 편곡을 해서 연주할 것으로 보인다."

- 그만큼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있다고 볼 수 있나.
"개선 의지라기 보다는 전 세계가 북한을 향해 자유가 없다는 말들을 하니까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도 다 한다'라고 보여주고 싶어하는 거다. 삼지연 악단은 팝스 오케스트라다. 우리는 팝도 하고, 다 하고 있다는 걸 홍보하는 거다. 남쪽에서 남북관계 개선 메시지로 읽을 수도 있다. 이모저모 다 좋은 거다. 북한 입장에선 손해보는 게 없다."
  
- 남측에서 북에 전통 민요 위주 선곡을 부탁했다. 그런데 교수님께서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북 민요 4만 곡 중 체제찬양곡이 아닌 걸 찾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도 레퍼토리가 외국곡들(세계명곡 묶음)이 있고 선곡이 꽤 된다. 또 북한에는 민요를 가져다가 개량한 곡들이 꽤 많다. 전통 민요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거다. 이런 걸 많이 연주할 거다. 노래도 부를 거고, 현대적으로 만들어 연주하면 남한 사람들은 민요인 줄도 잘 모른다. 그런데 한국 전통 리듬이 다 들어간다. 나머지 연주들은 세계명곡, 클래식, 팝으로 예상된다."

- 서울의 여러 공연장 중 현송월 단장은 국립극장을 선택했다. 어떻게 보나.
"첫 번째로 전문 공연장 치고 객석수(1587석)가 마음에 들었을 것이고, 두 번째로 그들은 '국립'이라는 외양이 중요하다. 세 번째로 과거에 국립극장에서 공연했던 적이 여러 번 있다."   

평양음대 동문이 기억하는 현송월... "평범한 친구였다"

삼지연 악단 2011년 새해맞이 공연 모습. 삼지연 관현악단은 삼지연 악단을 주축으로 북한의 대표급 단원들을 포함시켜 조직된 대규모 악단으로 추측되고 있다.
 삼지연 악단 2011년 새해맞이 공연 모습. 삼지연 관현악단은 삼지연 악단을 주축으로 북한의 대표급 단원들을 포함시켜 조직된 대규모 악단으로 추측되고 있다.
ⓒ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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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사회주의의 영원한 주제가'라며 세계명곡 반열에 올려놓고 선전하는 <세상에 부럼 없어라>를 부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북한이 <세계명곡 묶음>을 연주할 때 항상 제일 처음과 마지막에 연주하는 곡이다. 기악연주곡으로 편곡해서 만든 거다. 시작은 자기네 곡으로 해야 하니까, 가사 전달을 안하면 끼워넣을 수도 있다고 본다. <명곡 묶음>에 기악곡을 하나 넣어서 가사 전달을 안하고 연주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 교수님도 5세 때부터 피아노를 쳤다. 이번에 내려오는 예술단원들도 거의 유아 때부터 뽑혀서 꾸준히 음악을 해온 영재 출신으로 볼 수 있나.
"그렇다. 다들 음악대학 출신이고 유학도 다녀온 엘리트들이다. 북한은 출신 성분과 재능을 두루 보고 어릴 때부터 뽑아서 영재교육을 시키는 구조다. 악기별로 뽑히는 연령대가 다르다. 피아노는 8세, 목관악기는 폐를 일찍부터 혹사시키면 안 되기 때문에 중학 입학 첫해인 12세에 뽑는다." 

- 북한 악단은 악보를 안 보고 연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외국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들이다. (각급 기관마다) 전용악단을 갖고 있고 아침에 나와서 하루종일 그것만 하니까 자연히 외우게 되는 거다. 연습량이 다르다. 북한은 리허설만 50번, 100번을 한다." 

- 현송월 단장을 학교 다닐 때도 알았나.
"그렇다. 평양 출신의 평범한 학생이었다. 성악과였다. (몇년 생인가.) 1972년 생으로 알고 있다. 대화를 해본 적은 있지만, 과가 다르니까 친하거나 하진 않았다. 멀리서 보기만 했다."

- 평가나 평판은 어땠나.
"조용히 말없이 다니는 친구였다. 튀지 않았다. 현송월은 '최우등 조기졸업' 했다. 왕재산경음악단에 발탁되면 조기 졸업증을 준다. 왕재산은 중앙당 소속이기 때문에 중앙당에서 데려가는 거다. 예술가 출신이 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이 된 적이 없다. 현송월이 처음이다. 김여정, 리설주와 함께 여성 파워 3인방이라 할 만하다."


태그:#삼지연, #김철웅, #평양, #북한, #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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