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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6일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40억원에 가까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혐의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찾았으나 박 전 대통령이 진술을 거부하면서 방문조사가 무산됐다. 이날 오전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세워둔 인쇄물에 얼음이 얼어 붙어있다.
▲ '박근혜의 겨울은 시리다' 지난해 12월 26일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40억원에 가까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혐의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찾았으나 박 전 대통령이 진술을 거부하면서 방문조사가 무산됐다. 이날 오전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세워둔 인쇄물에 얼음이 얼어 붙어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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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수 전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이 "국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특수활동비를 어디에 쓰는지 확인해 본 적 없다"고 밝혔다.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는 국정원 특활비 수수 관련 '문고리 3인방'의 5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증인으론 국정원 특활비의 '키맨'인 이 전 실장이 출석했다. 그는 재판 시작 전부터 방청석에 앉아 하늘색 수의를 입은 '문고리 3인방'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을 바라봤다. 이 전 비서관과 정 전 비서관은 각각 변호인 옆에 앉아 얘기를 나눴고, 지난 기일 때처럼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 1월 4일, 박 전 대통령을 전직 국정원장 3명으로부터 국정원 몫 특수활동비 36억 5천만 원을 불법 수수한 혐의(특가법상 뇌물, 국고 손실 등)로 재판에 넘겼다. 이 전 비서관과 안 전 비서관은 이때 박 전 대통령과 공범 관계로 함께 기소됐고, 정 전 비서관은 추후에 재판에 넘겨지면서 지난 19일부터 '문고리 3인방'이 함께 법정에 서게 됐다.

이 전 실장은 증인석에서 국정원 특활비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 전 실장은 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 시절 예산을 담당하며 안 전 비서관을 통해 국정원 특활비를 청와대로 전달했던 장본인이다. 그는 "이병기·이병호 전 원장의 지시로 2014년 7월부터 특활비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두 국정원장이 특활비 청와대 지원을 탐탁지 않게 여기거나 불만스럽게 말한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그렇게 생각한 적 없다"고 증언했다.

지난해 10월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이 '화이트리스트'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이 '화이트리스트'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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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국정원은 박 전 대통령의 특활비 용처에 대해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이 전 실장은 "박 전 대통령이 특활비를 받으면 수석이나 비서관들에게 매달 조금씩 나눠주는 것으로 생각했다. (청와대 직원) 활동비를 보조하는데 집행한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증인이나 국정원이 박 전 대통령이 특활비를 어디에 쓰는지 확인해본 적이 있나"라고 묻자 "없다"고 답했다. 재판부가 다시 "비서관들에게 물어본 적도 없나"라고 물었으나 "그렇다"고 대답했다.

박 전 대통령은 취임 두 달 후인 2013년 5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매달 특활비 5000만~2억 원을 수수했다. 그러나 2016년 8월,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자 "국정원 돈을 계속 수수하면 위험하다"는 안 전 비서관의 보고에 따라 상납이 중단되기도 했다.

"안봉근 귀띔에 특활비 2억 원 건네자 박 대통령 흡족해 해"

이 전 실장은 한 달 뒤인 추석께 청와대에 특활비를 다시 전달하게 된 경위에 대해 증언했다. 그는 "안 전 비서관과 다른 문제로 통화하다가 제가 청와대 내부 분위기를 물었다. 그러자 안 전 비서관이 제게 '팁을 준다'며 청와대가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결국, 이 전 실장은 다시 특활비 2억 원을 정 전 비서관에게 건넸고, 정 전 비서관은 돈 가방을 박 전 대통령의 침실 앞에 뒀다.

이 전 실장은 "그 이야기를 이병호 전 원장에게 보고하니 추석도 얼마 안 남았으니 지원하자고 하셨다"며 "이후 안 전 비서관과 통화했는데 '대통령께서 우리 사정을 국정원에 귀띔해 줬냐며 매우 흡족해 하셨다'고 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특활비를 건넸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남재준-이병기 전 국정원장과 같은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에 배당됐다. 박 전 대통령의 특활비 재판은 오는 12일 시작될 예정이다.


태그:#박근혜, #특활비, #문고리, #국정원, #이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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