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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인구 1000만 시대다. 나는 고교생 시절부터 반려견 한 마리를 오랜 기간 보살폈다. 그 아이는 나에게 친구이자 가족이었다. 한편으로는 아들 같은 존재였다. 15년 이상 나랑 함께하면서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줬다. 그러던 그가 2017년 2월 7일 먼 하늘로 떠났다. 지금도 문득 떠오르는 그 아이와의 기억. 곧 그 아이의 1주기다. 그와 함께했던 시간을 다들 이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 기자말

다롱이의 어린 시절 모습.
 다롱이의 어린 시절 모습.
ⓒ 신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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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린 시절부터 강아지를 무척 키우고 싶었다. 그땐 그저 강아지가 귀여워서 그랬다. 그래서 친할머니댁에서 어미 개가 낳은 새끼를 집에 데려와 한두 마리 정도 키웠던 적이 있다. 어른들 말로 '똥개'였다. 그러나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똥개보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 바빴다. 그러다 보면 똥개는 사라져 있었다. 당시 엄마는 똥개가 집을 나갔다고 둘러댔다. 나는 훗날 그 말이 똥개의 죽음을 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아이와의 만남은 우연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이 되기 직전인 2004년 2월. 내 생일을 앞두고 친척 언니로부터 엄마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윗집 강아지가 새끼를 낳았는데 한 마리를 입양해보면 어떠냐는 내용이었다. 전화를 끊은 엄마는 나와 내 언니에게 잠시 앉아보라고 했다. 내 생일 선물로 강아지를 선물해주려는데 책임질 수 있겠냐고 물었다. 로또가 당첨되어도 이보다 기쁠 수 있을까. 나는 무조건 "네!"라고 외쳤고 가족과 함께 친척 언니 집으로 단숨에 향했다.

내 눈앞에는 작디작은 코커스패니얼이 있었다. 눈도 앙증맞고 다리는 길었다. 그때의 모습을 지금도 아른거린다. 세상에서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있을까. 당시 친척 언니는 강아지를 나보고 직접 고르게 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언제 도착할지 몰라 친척 언니가 직접 골랐다고 했다. 내가 고르진 않았지만 나는 이 강아지가 너무 사랑스러워 다른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리 가족은 이 아이의 이름을 지었다. 신다롱이었다. 다리가 '롱다리'라는 뜻이었다. 그렇게 다롱이와 나의 '1일'은 시작됐다.

"돌도 씹어 먹는 나이"라는 게 이런 거였나

아직 강아지 키우는 법을 잘 몰랐던 나와 다롱이와의 생활이 시작됐다. 5개월이 됐던 어느 날, 다롱이는 베란다에 있는 화분 앞에서 무언가 오도독오도독 씹어먹고 있었다. 나는 사료를 먹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조용히 현장을 검거해보니 그는 다롱이는 베란다 화분 안에 있는 돌멩이를 먹고 있었던 것이다. 깜짝 놀라 다롱이의 입안에 있는 것을 모두 빼냈다. "돌도 씹어 먹는 나이"라는 옛말, 정말 하나도 틀린 게 없다.

사건은 이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며칠 뒤에는 집 벽지를 갉아 먹고 있는 다롱이를 발견했다. 벽지는 오백 원 동전 크기만큼 찢겨 있었다. 심지어 벽의 시멘트의 새끼손톱 반만 한 크기가 없어졌다. 다롱이의 건강이 걱정된 나는 그 길로 동물병원으로 데려갔다.

다행히 수의사 선생님은 그 정도는 괜찮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이갈이 시기라 이빨이 가려울 테니 그에 맞는 장난감과 개껌을 준비해라"고 말했다. 나는 개껌과 인형과 소리가 나는 '삑삑이' 장난감을 처방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다롱이는 개껌과 장난감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우리 집 화분도 벽지도 무사했다.

신다롱과의 산책했을 때의 사진
 신다롱과의 산책했을 때의 사진
ⓒ 신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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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잘 몰랐지만, 나중에 알아보니 코커스패니얼이 힘이 넘치는 견종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견종은 산책이나 놀이를 시켜주지 않으면 집 안에 있는 물건을 이용해 힘을 쓰는 경우가 많다. 다롱이의 첫 생일을 앞두고도 그랬다.

다롱이를 집에 혼자 두고 가족과 외식을 한 어느 날이었다. 다롱이가 보고 싶어 가족보다 빨리 집에 돌아온 나는 깜짝 놀랐다. 다롱이가 옥장판에 붙어있던 옥의 절반 이상을 뜯어놓은 것이었다. 다행히 다롱이는 옥을 먹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다롱이가 엄마한테 혼나는 게 겁났던 나는 옥장판에 옥을 바느질로 이어붙였다. 그러나 너덜너덜하게 옥이 붙은 옥장판의 모습에 엄마는 어이없어했다. 그리고 바느질로 내가 혼나고 말았다. 그러나 나는 다롱이가 혼나지 않아 안도했다. 그만큼 다롱이는 나에게 소중한 존재였다.

(*다음 편에 계속)


태그:#반려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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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낄 때 비로소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무엇이든 다시 시작하리라 신현림의 『아무것도 아니었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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