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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월 첫 일정지로 택한 곳은 충북 진천에 위치한 '한화 큐셀'이었다. 한화 큐셀은 세계 최대 규모의 태양광 셀·모듈 제조업체이자 한화그룹의 핵심계열사다.

청와대의 핵심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이곳을 방문하는 이유로 "일자리 나눔 기업"이라는 점을 들었다. 이 관계자는 "최근에 3조3교대를 4조4교대로 바꾸고 지역청년 500여 명을 신규채용해서 일자리 창출 모범사례로 꼽혔다"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7일 열린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경제관계장관 회의에서 '민간의 일자리 만들기 붐'을 적극적으로 주문했다. 이는 올해 문재인 정부 일자리 정책의 중심이 '공공기관'에서 '민간'으로 이동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한화 큐셀은 그러한 정부 일자리 정책에 적극 호응한 기업이라는 것이 청와대쪽의 판단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한화 큐셀을 방문해 "가장 모범적인 사례다",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등 호평과 찬사를 쏟아낸 이유다. 수차례 "우리 한화 큐셀"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한화 띄우기'라는 오해를 살 정도였다.  

문재인 대통령 "한화 큐셀을 업어드리고 싶어 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충북 진천군 한화큐셀진천공장에서 열린 일자리 나누기 공동선언식에 참석해 김승연 한화 회장(오른쪽 두번째)등 참석자들과 박수치고 있다.
▲ '청년의 꿈' 박수치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충북 진천군 한화큐셀진천공장에서 열린 일자리 나누기 공동선언식에 참석해 김승연 한화 회장(오른쪽 두번째)등 참석자들과 박수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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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11시 한화 큐셀에서 열린 '일자리 나누기 공동선언식'에서 노사는 ▲ 교대근무제 : 현행 3조 3교대→4조 3교대 ▲ 근로시간 : 현행 주 56시간→주 42시간 ▲ 임금 90% 이상 보존 등에 합의했다. 이는 노동시간을 줄이고 고용을 늘리면서도 임금은 최대한 삭감하지 않는 방향이다. 실제로 한화 큐셀은 3조 3교대를 4조 3교대로 바꾸면서 500명을 추가 채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도 격려사에서 "오늘 특별히 한화 큐셀을 방문하게 된 것은 첫 번째로는 한화 큐셀을 업어드리고 싶어서다"라고 "제가 지난번에 기업들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면 업어드리겠다고 말했는데 오늘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이렇게 방문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정말 아주 기쁜 모습을 보았다"라며 "이렇게 노사가 대타협을 통해서 노동시간을 줄이고 그만큼 더 채용하는 우리 일자리 정책의 가장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주었다"라고 치하했다.

"1500명 직원으로 3조 3교대로 운영하던 것을 4조 3교대로 전환하면서 500명을 추가 채용하게 됐다. 그것을 통해서 노동시간을 주 56시간에서 주 42시간으로 단축했다. 그렇게 하면 급여가 줄텐데 노사 대타협을 통해서 급여는 기존의 90% 이상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합의를 이루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사회적 대타협이고 노사화합이라고 생각한다."

문 대통령은 "또한 신규로 채용하는 500명이 대부분 청년들이고, 대부분이 특성화고등학교 등 이 지역에서 배출한 지역인재들이다"라며 "지역인재 채용의 아주 모범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화 큐셀이 노동시간 단축, 좋은 일자리 나누기뿐만 아니라 청년 고용 절벽 문제까지 해결하는 "아주 모범적인 사례"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우리 한화 큐셀에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우리 노사 대표께도 정말 존경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거듭 치하했다.

문 대통령의 치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한화 큐셀은 불과 몇 년 만에 태양광 산업공장으로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 공장이 됐고, 태양광 셀과 모듈, 기술수주에서 모두 세계 최고수준을 갖추게 됐다"라며 "지난해 세계 시장 점유율 3위를 기록했고, 미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 점유율은 1위를 기록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화 큐셀이 이렇게 새로운 분야를 발굴하면서도 해외로 나가지 않고, 국내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발전시켜 나간 것에 저는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라고 한화 큐셀을 다시 추켜세웠다.

이어 문 대통령은 "한화 큐셀은 우리 정부가 하고 있는 3020정책,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로 늘리겠다는 정책에 부합한다"라며 "신재생에너지 산업분야를 혁신성장의 선도사업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우리 한화큐셀은 이런 신재생에너지 산업 또는 혁신성장을 이끌어가는 기업이 될 것이다"라고 격려했다. "다시 한번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라는 치사가 다시 이어졌다.  

이러한 격려사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금춘수 부회장, 남성우 한화 큐셀 대표와 김동관 전무(CCO, 최고영업책임자) 등이 일어나 박수를 쳤다. 이어 문 대통령과 김 회장은 한화 큐셀에서 마련한 태양광 올블랙 모듈 기념판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김승연 회장 장남이 이끄는 한화 큐셀... 경영권 승계의 디딤돌?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충북 진천 한화큐셀 진천공장을 방문해 일자리나누기 공동선언식을 마친 후 생산라인 시찰을 하고 있다
▲ 문 대통령 생산라인 시찰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충북 진천 한화큐셀 진천공장을 방문해 일자리나누기 공동선언식을 마친 후 생산라인 시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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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큐셀이 사실상 김승연 회장의 장남이 이끌고 있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방문과 치사는 각별할 수밖에 없다. 한화 큐셀은 홈페이지에서 "전 세계 태양광 산업을 선도하는 한화그룹의 핵심 계열사"라고 소개했다. 셀과 모듈 생산능력이 8GW에 이른다.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36) 전무는 미국 세인트폴고등학교와 하버드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한화그룹 회장 비서실 차장과 한화 솔라원 기획실장, 한화 큐셀 전략마케팅 실장, 한화 솔라원 영업실장을 거쳐 지난 2015년 한화큐셀 상무와 전무로 승진했다.

김 전무는 지난 5년간 한화 큐셀의 태양광 사업을 크게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터솔라(InerSolar) 등 글로벌 태양광 전시회에 거의 빠짐없이 참석해오고 있다. '태양광 전도사'로도 불릴 정도다. 다보스 포럼에도 9년째 참석하면서 4차산업혁명을 이끌 신기술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 전무가 향후 경영권을 승계받을 수 있게 할 디딤돌이 한화 큐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일자리 나누기 공동선언식에 참석한 한화그룹의 한 간부는 "그동안 우리가 몇천억 원 적자일 때에도 세계 1위가 될 때까지 조용히 엄청나게 열심히 투자했다"라며 "(김승연 회장이) '한해가 아니라 미래를 보고 투자하자'고 매번 강조했는데 이런 것이 대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 간부는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고 2공장도 짓고 사람들도 2000명까지 늘어났다"라며 "그런 면에서 그룹이 나름대로 소명감을 가지고 한 것을 (문 대통령이) 알아주니까 참 기분이 좋다"라고 기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문 대통령이) 알아주고 방문하니까 그룹 차원에서는 굉장히 기쁜 날이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화 큐셀이 몸집을 키우면서 부채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점은 큰 부담이다. 한화 큐셀은 지난해 2016년 4300억 원에 이르는 신디케이트론(2개 이상의 은행이 공동으로 자금을 대출한 것- 한국산업은행 등 7개 은행 참여) 를 진행하면서 부채 규모가 급격히 늘었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네 차례에 걸쳐 총 2500억 원 규모의 사모채를 발행했고, 이를 통해 조달된 자금을 대부분 진천공장 증설에 사용했다.


태그:#문재인, #한화 큐셀, #일자리 나누기 공동선언식, #김승연, #김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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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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