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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아파트를 계약하고 난 뒤 2년 넘게 입주할 날을 손꼽아 기다린 끝에 처음으로 현장을 방문하게 되었다. 건설회사 나름대로 청소도 하고 사전 준비를 철저히 했다 말은 하였지만, 입주자의 눈으로 바라 본 아파트 내부는 온통 먼지 천지였다. 아파트는 고가의 상품이기 때문에 완성된 집은 고객이 이사를 와서 곧바로 짐을 풀고 그대로 수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크게 달라 보였다. 집안 곳곳에 부착된 물건들은 모두 새것이어서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었으나 보이는 겉만 그럴 듯 하지 창문 틈과 유리는 그냥 닦았다는 흔적만 있을 정도였다. 싱크대의 수납공간과 서랍 안쪽을 열어 보니 구석구석 하얀 가루가 그대로 남이 있는 게 보였다. 건설 회사의 담당자는 이런 상태에서 입주해도 전혀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대단히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아파트는 한 두 푼이 아닌 고가의 상품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입주자 대부분은 자비를 들여가며 입주 청소를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모두들 성격이 너무 깔끔하고 예민해서가 아니라 그냥 대충 보더라도 다시 청소를 하지 않고서는 살림을 풀어놓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분명 잘못된 관행이다. 불과 몇 천만 원짜리 자동차를 구매한 고객이 신차를 인도받았을 때, 자동차 안이 더럽다며 구석구석 닦아낸 뒤에 운전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유독 자동차보다 수 십배나 비싼 아파트는 고객이 다시 입주 청소를 하고 난 뒤에 들어가 살아야 한단 말인가. 이런 문제 하나만 보더라도 그동안 우리나라 건설회사들은 땅 짚고 헤엄치듯이 너무도 쉽게 장사를 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새 아파트는 입주한 사람이 앞으로도 수 십 년을 살아야 하는 매우 소중한 공간이다.

그런 새 아파트의 구석마다 건강에 해로운 미세 먼지가 잔뜩 쌓여 있는 게 확인 된다면 건설회사는 이유를 불문하고 무조건 청소가 잘못됐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또한 고객이 만족할 만큼 청소를 완벽하게 해놔야 할 의무가 있다. 이런 기본적인 것조차 대충 해 놓고 고객에게 자비로 청소를 하고 들어가 살라는 건 건설회사의 일방적인 횡포나 다름없는 것이다. 건설회사가 분양할 당시 공개했던 모델하우스가 먹는 빵이라면, 고객이 입주할 아파트의 실내 환경은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여물 수준이기 때문이다. 건설회사는 고객에게 이런 불만의 소리를 듣기 싫으면 입주민의 눈높이에 맞게 청소를 완벽하게 해 주면 된다. 아파트는 매우 값비싼 상품이다. 그런 새 집이 인간에게 해로운 미세 먼지를 잔뜩 품고 있다면 오히려 입주민의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새로 건설된 아파트를 깨끗하게 청소하는 건 분양가에 비하면 그렇게 많은 비용이 들지도 않는다. 사실 계약자가 민간 업체에 입주 청소를 의뢰한다 치더라도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한 건 마찬가지다. 그들도 이미 정해진 빠듯한 비용으로 최소한의 인원을 투입하여 제한된 시간 내에 청소를 마무리하고 빨리 나가야 이익이 발생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입주자의 눈에 잘 보이는 곳과 주부의 관심이 많은 곳만 집중적으로 청소를 하게 된다. 이처럼 추가 비용을 들여서 입주 청소를 했다 치더라도 한번 더 닦지 않고 그릇을 그냥 보관하는 입주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새 아파트로 이사 하면서 싱크대 안쪽의 수납공간을 직접 닦아 본 결과 미세 먼지가 쌓여 있던 곳은 적어도 세네 번은 수건을 물에 빨아가며 꼼꼼하게 닦아야 좀 깨끗해졌다.

그런 곳을 빠르게 한두 번 슬쩍 닦는다고 해서 만족스러울 만큼 깨끗해 지질 않는다. 그러므로 건설회사는 고객이 입주할 때는 벽과 천장 어느 곳 할 것 없이 공사 때 발생한 미세 먼지가 발견되지 않도록 완벽하게 청소를 해줘야 한다. 이것은 새 아파트를 구입 해준 고객에 대한 기본 적인 예의다. 그게 싫다면 대다수의 입주민이 청소 업체에 의뢰하는 비용을 돌려줘야 맞다. 새 아파트는 입주민에게 맛있는 빵과 같은 기분이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갖구워낸 빵과, 흙을 털어낸 뒤에 먹는 빵맛은 분명 다를 테니까 말이다.



태그:#새아파트, #입주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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