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유엔이 14일(한국시간) 평창 동계올림픽 휴전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사진은 김연아 평창 홍보대사가 보조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유엔이 14일(한국시간) 평창 동계올림픽 휴전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사진은 김연아 평창 홍보대사가 보조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관련사진보기


"평창올림픽은 평화와 인류애라는 올림픽 정신을 전 세계인들과 공유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지난해 11월 13일(현지시각), 김연아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2차 유엔총회에 '특별연사' 자격으로 연단에 올랐다. 평창올림픽 홍보대사였던 김연아는 '올림픽 휴전결의안'을 채택하는 자리에서 보조 발언 기회를 얻어 4분여의 영어연설을 펼쳤다. 미로슬라프 유엔 총회 의장이 이례적으로 기회를 줬다는 뒷얘기도 들렸다. 김연아의 이 연설 동영상은 평창올림픽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기실 평창 홍보대사 김연아가 강조한 것은 '평화' 또 '평화'였다. 유창한 영어로 김연아는 "두 차례 올림픽 참가자이자 유니세프 국제친선대사로서 인종과 지역, 언어, 종교를 뛰어넘는 스포츠의 힘을 체험했다"며 "특히 열 살 때 남북 선수단이 (2000년 호주 시드니올림픽) 경기장에 동시 입장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처음으로 스포츠의 힘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김연아는 또 평창올림픽 피겨 종목에서 북한이 출전권을 얻은 것과 관련해 "선수 시절에 만나지 못했던 북한 선수들이 꼭 경기에 참가하기를 바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리고 UN 193개 회원국 중 157개국이 표결 없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휴전결의안의 주요 내용은 이러하다.

▲올림픽 기간 전후(개최 7일 전부터 종료 7일 후까지) 적대행위 중단 촉구 ▲스포츠를 통한 평화·개발·인권 증진 ▲평창 대회를 통한 한반도 및 동북아에서의 평화 분위기 조성 기대 등이 포함됐다. 역시나 '평화'를 전면에 내세운 가운데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으로 성공하기 위한 조건으로 북한의 참가를 꼽기도 했다.

이중 '적대행위' 중단 촉구는 좀 더 너른 의미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특히나 "평창 올림픽을 평양 올림픽"이라 칭하며 대정부 적대행위를, 소위 '내부 총질'을 지속 중인 이들이 활개를 치는 한 말이다. 그중에서도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의 활약은 눈부실 정도다. 

'평양올림픽'이란 정치 공세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상을 올린 나경원 의원.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상을 올린 나경원 의원.
ⓒ 페이스북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을 향한 국민적 관심(?)이 뜨겁다. 지난 20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나경원 의원 평창올림픽 위원직을 파면시켜주세요'란 청원은 23일 오후 2시 현재 18만 명을 돌파했다. 속도에 비춰봤을 때, 20만 돌파가 목전이다. 청와대가 이미 공식 답변을 준비 중일지도 모를 일이다. "평창올림픽이 평양 올림픽으로 둔갑했다"는 나 의원의 논리에 청와대가 어떤 반박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앞서 지난 19일 나 의원이 사실상 여자아이스하키팀 단일팀 구성을 반대하는 서한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및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지도부에 보냈다"고 밝힌 이후 쏟아진 비난의 강도는 상상 이상이었다. 특히나 지난 2012년 나 의원이 2013평창스페셜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 신분으로 북한에 참가 요청 서한을 보냈던 전력이 알려지면서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그 열화와 같은 관심에 부응(?)하기로 작정한 듯, 나 의원은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나 의원은 비난이 거셌던 22일 오전 CBS라디오에 출연, "결국 (남북단일팀이) 스킨십이 아니라 이벤트이고 쇼잉(Showing)"이라는 예의 그 주장을 이어갔다.

이날 소셜미디어에 '남북단일팀 반대를 北 올림픽 참가 반대로 호도하는 우원식 원내대표의 사과를 촉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우원식 원내대표는 평창특별법에 남북단일팀 구성이 명시되어 있다고 강조하지만, 단일팀 구성이 해당 감독 및 선수와 전혀 사전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졸속 추진되어도 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며 "선수들의 인생은 어디에서 보상받는가"라고 주장했다. 23일엔 남북 단일팀 논란을 다룬 <뉴욕타임스> 기사를 인용하기도 했다.

이러한 나 의원의 주장은 '우회로'에 가깝다. 정치공세를 펼치던 지난 19일의 주장과는 살짝 결을 달리한 것으로 보인다. 여자아이스하키팀 선수들의 출전 기회를 놓고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정부의 결정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우세하다는 여론을 의식한 듯 선수들의 '입장'을 좀 더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IOC, IPC에 제기한 문제의 핵심 또한 북한의 올림픽 참가가 아닌, 남북 단일팀 졸속추진으로 인한 공정성 문제 및 평창올림픽이 북한의 체제선전장으로 활용되고 정치 도구화 될 수 있다는 데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이다. (중략) 

결국, 대통령 선거공약 이행에 매몰되어 자신들이 그토록 강조하는 '기회 평등, 과정 공정, 결과 정의'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남북단일팀 밀어붙이기를 '평화올림픽' 운운하며 포장하고 있는 것이다. 남북단일팀과 한반도기 공동입장 이벤트, 마식령 스키장 홍보, 대규모 북한 공연단의 선전전 등으로 올림픽을 정치 도구화한 정부와 여당이 과연 '평창행 평화열차'를 언급할 자격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

평창 홍보대사 김연아에게 배우시라

이러한 나 의원의 주장은 현 정부를 무차별적으로 비판하고 '남남갈등', '세대갈등'을 증폭시키려는 보수언론의 논조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오히려 나 의원에게 되묻고 싶을 정도다. IOC와 IPC에 서한까지 보내는 '언론플레이'와 '오버센스'야말로 올림픽을 정치 도구화하는 행위 아닌가 말이다(IOC 측은 나 의원의 서한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연일 '평양올림픽' 운운하는 자유한국당이나 그들에게 논리를 제공 중인 보수언론들이야말로 '북한'과 분단 상황으로 정권을, 제 이익을 유지해왔던 세력이었다. 스페셜 동계올림픽 당시 북한을 초청하기 위해 안달이 났던 나경원 의원이나 MB 정부 시절 남북단일팀 지원이 내용이 담긴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지원 특별법안'을 발의했던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 '평창올림픽=평양올림픽' 프레임을 열심히 확대재생산하고 있는 보수언론들이 바로 그들 아니겠는가.

"나경원 위원장도 받는데 김연아 선수가 왜 못 받느냐."

2014년 3월 나경원 의원이 문체부 장관으로부터 청룡장을 받으면서 소셜미디어상에서 회자됐던 물음이다. 그해 나경원 의원은 스페셜 올림픽 조직위원장의 공로를 인정받아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최고 등급인 청룡장을 받았다.

반면 그해부터 염격하게 적용된 기준에 따라 다수의 메달을 보유한 김연아는 끝내 1등급인 청룡장 대신 2등급인 맹호장에 만족해야 했다. 논란이 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훗날 국정농단 사태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면서 당시 김연아가 청룡장 수상에 실패한 것이 박근혜 정부에 찍혔기 때문이라는 음모론이 출몰하기도 했다.

작금의 나경원 의원의 서한 논란은 어쩔 수 없이 과거 청룡장 수상 논란을 떠올리게 만든다. 김연아는 지금도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며 묵묵히 홍보대사로서 '열일'을 하고 있다. 반면 김연아보다 청룡장을 먼저 수상했던 평창 스페셜 올림픽 위원장 출신이자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인 나경원 의원은 오늘도 열심히 '평양올림픽' 운운하며 정치공세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둘 중 누가 더 '평화'의 의미를, 올림픽 정신을 이해하고 실천하고 있는가. 나 의원은 이 질문에 과연 어떤 대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적어도, 진짜 '평화올림픽'과 올림픽에 대해서는 나 의원이 김연아에게 가르침을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태그:#평창올림픽, #김연아, #나경원
댓글15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