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분노'는 곧 정치 보복(김성태)으로 읽혔다. 또한 '검찰 수사의 가이드 라인'(유승민)이라고 했다. '격노할 게 아니라 차분하게 했어야 했다'(안철수)고도 했다. 발언 수위는 다르지만 궤는 함께 한다. "통치권자는 어떤 경우에도 냉정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루 전 문재인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해 '분노'라는 표현을 써가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 보복 운운한 데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대표들은 입을 모아 '문 대통령' 비판하기에 나섰다.

김성태 "분노 앞세우는 순간 정치보복" , 유승민 "'분노' 대통령 역할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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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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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에 깊은 우려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라며 문 대통령 발언에 운율을 맞췄다.

그는 "울분의 정서를 십분 이해한다 하더라도 분노는 적대를 부추기는 감정이다, 통치권자가 냉정과 이성이 아닌 분노의 감정을 앞세운다면 그 순간이 바로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이 '정치 보복'을 언급한 것에 분노 했건만, 분노 했기에 정치 보복이라는 것이다.

이어서 "대통령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말하는 순간 이 수사는 이미 한풀이 보복수사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라며 "보복의 한풀이가 되풀이 되는 정치사의 불행은 없어져야 한다,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라고 꼬집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도 "문 대통령이 감정을 앞세우면 검찰에게 수사 가이드 라인을 주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유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질문에 '문 대통령의 분노 발언'으로 답했다.

"이명박 정부 때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밝히자, 좋다, 다만 검찰과 법원이 밝혀라 두면 되는 거지 문 대통령이 하루 만에 분노, 격노, 모욕 이렇게 말씀하시는 건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 역할이 아니라"는 것이다.

'싸움을 먼저 건 것은 MB 아니냐'는 질문에도 "전직 대통령이 싸움을 걸어도 현직 대통령이 감정을 앞세우면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참으라'는 것이다.

김성태 원내대표와 유승민 대표의 이날 발언 공통점은 'MB 기자회견'의 부적절함은 싹 지운 채 '문재인의 분노'에만 집중했다는 데 있다. 먼저 싸움을 건 쪽이 누구인지는 중요치 않았다. "대통령이면 그러면 안 된다"는 게 일관된 주장이다.

안철수 대표만 "MB 구차한 술수"라 비판..."문 대통령 차분했어야" 지적은 동일

다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구차한 변명이자 초점을 흐려 상황을 호도하려는 술수"라며 "의혹들의 사실관계에 대해 한 마디 말도 없고 정치 보복 등을 운운했다"라고 이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어 그는 "전직 대통령이 특정 진영 우두머리인냥 말하는지 어처구니가 없다, 전두환 골목성명을 30년 만에 다시 보는 것 같다"라며 "측근 입을 통해 진상이 드러나고 수사망이 좁혀오니 정치술수로 빠져나가려는 몸부림인 거 다 안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참았어야'한다는 발언은 빠짐없이 등장했다. 안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분노, 격노할 게 아니라 더 차분하게 흔들림없이 엄정한 수사로 얻은 확실한 증거로 들이대 법의 심판대에 세우고 유죄 판결을 받아낼 수 있는 역량을 보여야 한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