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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는 최순선씨. 그는 이순신 종가 15대 맏며느리임과 동시에 충무공기념사업회 대표기도 하다.
 <오마이뉴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는 최순선씨. 그는 이순신 종가 15대 맏며느리임과 동시에 충무공기념사업회 대표기도 하다.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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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20일 오전 11시 37분]

"충무공 이순신 할아버지를 제대로 모시는 건 내 사명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현충사 현판을 내려 현충사를 바로 세우고 싶다. 지하에 계신 이순신 할아버지께서 지금 상황을 보신다면 눈물 흘리실 것 같다."

이순신 종가 15대 맏며느리(종부) 최순선(63)씨의 말이다. 그는 <오마이뉴스> 기자와 인터뷰를 하면서 빈번히 한숨을 쉬었다. 말하는 도중엔 목이 메어 연거푸 물을 찾기도 했다. 할 말이 많아 보였던 그는 "개인이 문화재청과 사람이 많은 종회와 싸우니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라고 말했다.

2018년, 올해로 이순신이 순국한 지 꼭 420년이 됐다. 역사는 그를 영웅으로 기억하지만, 이순신을 둘러싼 작금의 상황은 꼬일 대로 꼬여 있다. 지난 2017년 9월 종부 최씨는 "2017년 내로 현충사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현판을 내리고 숙종 임금이 하사한 사액 현판으로 교체해달라"고 요청해왔다.

현충사 현판  1707년 숙종이 사액한 현판의 모습
▲ 현충사 현판 1707년 숙종이 사액한 현판의 모습
ⓒ 구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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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으로부터 명확한 답변이 없자 최씨는 같은해 12월 28일 "2018년 1월 1일부로 <난중일기> 등 이순신 유물을 영리적·비영리적 목적으로 사용하지 말라"는 입장을 내놨다. 최씨에게 무슨 권리가 있기에 국보·보물을 사용하지 말라고 한 걸까.

이유는 단순하다. 최씨가 이순신 유물들의 소유권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현충사가 왜색 짙은 '박정희 사당'이 아니라 조선을 지켜낸 이순신 장군의 사당이 되길 바란다"라면서 "그곳에서는 오로지 충무공의 향기만 남았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정희 현판 교체 없이는 <난중일기> 전시도 없다'는 최씨의 입장에도 문화재청 현충사관리소는 지난 3일 최씨에게 "특별전시를 계획하니 전시에 동의해달라"고 공문을 보냈다. 최씨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는 문화재청의 요청에 응답하지 않을 생각이다. 즉, <난중일기> 전시는 없다는 이야기다.

현충사 박정희 친필 현판을 둘러싼 논쟁은 뜨겁다. '이순신 후손 간의 다툼이니까 그들의 입장부터 정리돼야 한다'는 시각도 있는 반면, '박정희 현판이 왜 그곳에 있어야 하는가'라는 견해도 있다.

2017년 국정감사 당시 현충사 안에 있는 금송(일왕 상징 나무)을 지적한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교문위, 인천 서구을)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흔적이 근현대 유물로서 가치가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역사가 더 깊은 숙종 사액 현판으로 돌려놔야 한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신 의원은 "박정희 현판이 걸려있는 현충사는 박정희 정권 당시 성역화 작업으로 목조건물이 아닌 콘크리트로 만들어졌다"라면서 "잘못된 의도로 시작돼 박정희를 기념하는 공간으로 변질됐다"라고 진단했다. 현판 교체와 더불어 건축 양식 자체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정희 현판이 내려가야 하는 이유, 문화재청과 덕수이씨 충무공파 종회와의 관계 등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자 최씨를 만났다. 인터뷰는 지난 10일 충남 천안 모처에서 그리고 16일 전화상으로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박정희 현판은 안돼... 왜냐면"

현충사 현판 박정희 대통령 친필 현판으로 1967년 걸렸다.
▲ 현충사 현판 박정희 대통령 친필 현판으로 1967년 걸렸다.
ⓒ 구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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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충사 박정희 현판이 왜 숙종 사액 현판으로 교체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현충사가 모두 왜색에 물들어 있기 때문이다. 박정희가 1966년 성역화 작업을 하면서, 현충사를 일본 신사와 비슷한 양식으로 조성해놨다. 이 왜색을 지우고 싶다. 할아버지에게 왜는 곧 원수지 않나.

둘째, 박정희가 칠해놓은 정치색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충사하면 박정희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사실은 다르다. 현충사라는 이름은 숙종이 충무공의 공을 기리면서 지은 것이다. 난 현충사가 오로지 충무공의 향기만 있는 곳으로 복원돼야 한다고 믿는다."

- 그런데 숙종 현판이 작아 현재 현충사 규모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이순신을 기리는 데 (건물이나 현판의) 규모나 크기가 중요한가. 아니다. 어떻게 보존하느냐, 어떻게 충무공 정신을 기리느냐가 중요하다. 이 철학에 맞춰 새롭게, 단계적으로 현충사를 손봐야 한다."

- 세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혈세 쓰자는 거냐'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져 합리적으로 결정돼야겠지만, 개인적으로 지금과 같이 시멘트로 지어진 사당이 아닌, 목조 건물 사당으로 복원되길 바란다. 현재 현충사관리소가 들어서 있는 연구동 등이 조성될 때 250억 원가량의 세금이 투입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예산보다 훨씬 절약해 복원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 방법이 없다면 숙종 현판이 있는 '구 현충사'를 옮기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지금은 현충사 구석에 있다. 구 현충사는 민족 성금으로 조성되지 않았나, 역사와 전통이 살아 있는 사당이다."

- 조선 지킨 이순신을 기리는 곳에 친일 전력이 있는 박정희 글씨가 있어 불편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박정희 전 대통령은 공도 있고 과도 있는 인물이다. 나는 공은 공대로 인정한다. 하지만, 선대 때부터 박정희 대통령이 충무공을 정치적으로 과하게 이용해왔다. 이제 충무공 할아버지를 정치색에서 해방시켜드리고 싶다. 어느 대(代)가 됐든 누군가 나서서 정리해야겠구나 생각했다."

- 박정희 현판을 내리기 전까지 <난중일기>를 비롯한 이순신 유물은 대중에 공개되지 않는 건가.
"그렇다. 내 입장은 한 치의 변화도 없다."

"소극적인 문화재청... 현충사 운영 원칙이 없어 보인다"

현충사 1966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성역화 작업으로 지어진 현충사의 모습
▲ 현충사 1966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성역화 작업으로 지어진 현충사의 모습
ⓒ 구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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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판 교체를 결정하는 건 문화재청이다. 요청은 했는데 문화재청은 답이 없다. 논의 진행 상황은?
"문화재청 현충사관리소가 2월에 현판 관련 2차 자문회의를 연다고 했다. 회의에 오라고 알려왔다. 그런데 이 이야기도 지난해말 <난중일기> 사용 불가 입장을 밝히니까 알려준 것이다. 문화재청은 늘 물어봐야 답하는 식이다. 책임감이 없어 보인다."

- 문화재청은 박정희 현판 문제는 빠른 기간 내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더라. 지지부진한 경과를 두고 문화재청이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던데. 왜 소극적인 걸까.
"나도 모르겠다. 답답하다. 아마도 문화재청 안에 현충사 운영 원칙이 없어서 그런 것 아닐까. 현충사를 현상 유지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본다."

- 지금은 현충사가 문제지만, 나중에 다른 문화재에 고증 부실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법적·제도적으로 어떤 장치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긴 필요하다.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개인이 혼자 뭐라 한다고 다 바뀌는 건 아니지 않겠나. 이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지만, 정작 정치권에서는 관심이 없다. 지난해 국정감사할 때 현충사 금송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종가에 물어보는 국회의원은 없었다. 이번 기회에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박정희 현판 문제가 해결되고, 현충사 사례가 좋은 본보기가 되길 바란다."

"내가 <난중일기> 팔아서 사익 추구? 근거 없는 음해"

 <난중일기>로 대중에 알려진 국보76호 '이순신 난중일기 및 서간첩 임진장초'(李舜臣 亂中日記 및 書簡帖 壬辰狀草).
 <난중일기>로 대중에 알려진 국보76호 '이순신 난중일기 및 서간첩 임진장초'(李舜臣 亂中日記 및 書簡帖 壬辰狀草).
ⓒ 문화재청 현충사관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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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덕수이씨 충무공파 이종천 종회장이 "박정희도 임금"이라는 말을 해 논란이 됐다. 종가와 종회 사이가 좋아 보이진 않는다.
"그렇다. 십 수 년 전부터 종회가 나에 대한 루머를 퍼트렸다. 한 시사프로그램에서는 '전라도 며느리가 들어와 이렇게 됐다', '애(종손)를 못 낳았다' 등 도의에 어긋나는 말을 해왔다. 그런 음해성 발언을 해대도 참고 있다. 굳이 진흙탕 싸움에 뛰어들고 싶지 않으니까.

전라도좌수사로 조선을 지킨 충무공의 후손이 정작 종가 맏며느리에 '전라도 사람' 운운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또, 내 남편(15대 종손)이 대를 잇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지만, 양자를 들였다. 16대 종손이 있다는 말이다. 비록 왕따를 당하고 있지만 잘 견디고 있다. 이순신 가문은 손이 귀한 집안이었다. 오래전부터 양자를 들여 대를 이어왔다."

- '종부가 이순신 유물, 고택을 팔아서 사익을 챙기려 한다'는 주장이 있다. 사실인가.
"아니다. 종회의 모함이다. 본디 나는 충무공 이순신 장학재단을 세워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본받는 인재를 키워내고 싶었다. 그래서 사업을 벌였는데 잘 안 됐다. 이런 배경을 두고 '유물 팔아먹으려 한다'는 식의 루머가 퍼졌다. 내가 <난중일기>를 팔 수 있겠나. 다른 보물들을 내놓는다고 해서 누가 살 수 있을까. 국보나 보물은 문화재청이 관리한다. 구조적으로 매매를 할 수 없다. 고택도 마찬가지다. 고택 등기부등본 떼어 보면 내가 소유주다."

- '특별전 같은 것을 열어 <난중일기>를 밖으로 빼돌려 돈 벌려고 한다'는 비난도 있다.
"2017년 4월에 간송미술문화재단과 함께 특별전을 계획했다. 그런데 한 달 전에 종회에서 <난중일기> 등에 이동금지 가처분신청을 걸더라. 그때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난중일기>를 생생하게 보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실행에 옮긴 거다. 현재 이동금지 가처분 취소 신청을 냈고,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세계기록유산에 이동금지 가처분 걸어놓은 집안은 여기밖에 없을 거다.

기본적으로 문화재 전시라는 것은 당연히 비용이 수반된다. 국보를 관람하는 것이 무조건 무료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시에 따르는 비용을 충당하는 차원으로 생각하면 좋겠다. 보물이 있는 도산서원은 입장료를 받는다. 이걸 두고 퇴계 이황의 자손들이 돈벌이한다고 폄하하는 사람은 없지 않나."

 이순신 장군의 장검. 보물 326호 '이순신 유물 일괄'(李舜臣 遺物 一括) 중 하나다.
 이순신 장군의 장검. 보물 326호 '이순신 유물 일괄'(李舜臣 遺物 一括) 중 하나다.
ⓒ 문화재청 현충사관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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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회가 충무공 유물의 공동소유권을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했다는데, 사실인가.
"그런 소송은 없다. 종가가 400년 동안 충무공 유물을 지켜왔는데 종회가 소유권을 주장하는 건 말이 안 된다. 간단히 정리하면 충무공 유물은 이순신 종가가 국가에 위탁한 사유재산이다."

- '종회가 15년 전에 종부를 제명했다'는 등 몇몇 언론은 이순신 유물을 둘러싼 종가와 종회의 갈등으로 바라보고 있다.
"집안 싸움? 그건 본질이 아니다. 종가 없는 종회가 어디 있나. 역으로 종회에 묻고 싶다. 종회가 지금까지 충무공과 그 후손을 위해 무엇을 한 게 있나. 없다. 이 집에 시집와 30년을 넘게 맏며느리로 살면서 13대, 14대 종손의 독립운동을 인정받고자 노력했다. 그 결과 14대 종손(시아버지)이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았다. 올해에는 13대 종손(시할아버지)이 독립유공자로 인정받기 위해 최선을 다할 거다. 내가 죽기 전에 두 분을 독립유공자로 만드는 게 꿈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충무공 이순신 할아버지를 제대로 모시는 건 내 사명이다. 그 시작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현판을 내려 현충사를 바로 세우고 싶다. 지하에 계신 이순신 할아버지께서 지금 상황을 보신다면 눈물 흘리실 것 같다.

현충사가 왜색 짙은 '박정희 사당'이 아니라 조선을 지켜낸 이순신 장군의 사당이 되길 바란다.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해야 할 일이다. 먼 훗날 후손들이 '현충사에서 정치색을 걷어낸 15대 종부, 참 잘했다'는 말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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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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