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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아랍에미리트 왕세제 특사 자격으로 방한한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행정청장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인사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 인사하는 임종석 비서실장 - 칼둔 청장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아랍에미리트 왕세제 특사 자격으로 방한한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행정청장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인사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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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는 저희가 중동에 맺고 있는 유일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이고, 이번 만남을 계기로 이 관계를 좀 더 포괄적이고 전면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나가자고 합의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문재인 대통령은 그간 지속 발전해 온 한·UAE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평가하고, 칼둔 특사가 이를 미래지향적이고 성숙한 관계로 격상하여 발전시켜 나가는 데 역할과 기여를 해 줄 것을 당부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

9일 청와대는 중동에서 날아온 '귀한 손님'의 방문으로 하루 종일 바빴다. 전날(8일) 방한한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UAE(아랍에미리트연합)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이날 3시간이 넘도록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면담·오찬을 함께 했고, 이어 문재인 대통령을 35분간 접견한 것이다.

이렇게 면담과 오찬, 접견을 통해 나온 최종 결론은 "양국 관계를 포괄적이고 전면적인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외교 용어가 아니라 분위기를 그렇게 쓴 거다"라고 말했다. 칼둔 청장의 방한으로 양국 관계가 특별히 격상됐음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특히 향후 양국이 외교부와 국방부를 중심으로 '2+2 대화채널'을 새롭게 구성하기로 합의한 점이 눈길을 끈다. 이로 인해 칼둔 청장의 방한으로 비밀군사지원협정 체결을 둘러싼 갈등 의혹이 충분하게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결혼했으니 뜨겁게 사랑하자"

청와대는 임종석 실장과의 면담·오찬, 문 대통령의 접견 등을 통해 그동안 언론에서 제기해온 각종 의혹들이 대체로 정리됐다고 보고 있다. 박수현 대변인도 "과거의 문제가 해소되었다고 본다"라고 말했고, 다른 핵심관계자도 "양국간 문제가 전혀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라고 강조했다.

청와대의 고위관계자가 여러 차례 "칼둔 청장이 여러 차례 한국과 UAE의 관계를 결혼이라고 표현했다"라고 강조한 데서는 '의혹 해소' 여론을 만들려는 의도까지 엿보인다.

청와대는 칼둔 청장이 임종석 실장과의 면담·오찬 자리에서 한국과 UAE의 관계를 '결혼'에 비유하면서 "결혼생활은 항상 좋을 수만은 없고, 안 좋을 때가 있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화합해 나가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고, '좋지 않는 것도 좋게 되게 할 수 있다'는 아랍의 속담까지 인용했다고 전했다.

또한 문 대통령이 칼둔 청장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칼둔 청장이 "양국은 이혼을 허락치 않는 '카톨릭식 결혼'을 했다"라고 덕담을 건넸고, 문 대통령이 "결혼했으니 뜨겁게 사랑하자"라고 화답했다는 일화도 공개했다.

이러한 일화 공개를 통해 칼둔 청장의 청와대 방문 분위기가 좋았고, 양국 관계에 이상이 없음을 적극적으로 부각시킨 것이다. 이와 함께 청와대는 임 실장과의 면담·오찬이 예상했던 시간보다 훨씬 긴 3시간여 동안 진행됐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칼둔 청장에게 "진정한 형제국가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자"라며 UAE를 '형제국가'라고 표현한 점도 일부 아랍국가들과의 외교관계를 헤아렸을 때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비밀군사지원협정 등은 '2+2 대화채널'에서 다루나?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9일 오후 서울 성북동 가구박물관에서 방한 중인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행정청장을 만나 면담을 마친 후 어깨동무를 하며 나오고 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9일 오후 서울 성북동 가구박물관에서 방한 중인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행정청장을 만나 면담을 마친 후 어깨동무를 하며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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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칼둔 청장이 방한하기 전 '비밀군사지원협정 체결과 이로 인한 양국 간 갈등' 등 언론들이 제기한 의혹들은 이날 면담과 접견에서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은 분위기다. 청와대 고위관계자조차도 "비밀군사지원협정이나 양해각서 등에 관한 논의가 있었지만 언급하는 정도였다"라며 "90% 이상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논의했다"라고 전했다.

그런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발표 내용은 양국 사이에 협의채널을 새롭게 구성하거나 활성화한다고 합의한 점이다. 임 실장과의 면담이 끝난 뒤에는 외교장관 간 전략대화, 기획재정부 장관과 UAE 경제장관 간 경제공동위원회 활성화 방안이, 문 대통령의 접견이 끝난 뒤에는 '2+2 대화채널'을 구성한다는 방안이 나왔다.

특히 '2+2 대화채널 구성'과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군사지원협정 등을 포함해 다양한 협력관계를 논의하기 위해 '2+2 대화채널'을 새로 형성하고 그 안에서 모든 문제들을 다양하게 논의하기로 했다"라며 "2+2는 동맹국 간에 이뤄지는 외교, 국방장관 간 외교채널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런 외교, 국방장관 간 2+2 대화채널이 미국이나 호주 정도와 운영하는 걸로 안다"라며 "다만 어느 급에서 논의 채널 만들지는 (앞으로) 논의하기로 했는데 우리는 차관급 정도에서 시작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임 실장과의 면담, 문 대통령의 접견에서 제대로 다루지 못한 문제들을 향후 새롭게 구성할 '2+2 대화채널'에서 다루겠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임 실장이 지난해 12월 UAE을 급하게 방문해야 했을 정도로 양국간 갈등 요인의 핵심이었던 비밀군사지원협정 수정문제도 이 '2+2 대화채널'에서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 

당겨지는 '문재인 UAE 방문'이 의미하는 것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가 칼둔 청장을 통해 문 대통령에게 "이른 시기에 UAE를 방문해줄 것을 희망한다"라는 내용의 친서를 전달한 것과 문 대통령이 이를 "기쁘게 수락"(청와대 고위관계자)하면서 '빠른 시일 내에 방문이 이루어지질 바란다'고 답변한 것을 두고 한국과 UAE 사이에 급하게 풀어야 할 갈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원래는 대통령이 바라카 원전(1호기)이 완공되는 올 연말에 UAE에 가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겠냐고 생각했는데 UAE에서는 그보다 빠른 시기에 방문해줄 것을 요청했고, 대통령도 그런 의미를 알기 때문에 '준공 이전이라도 빠르게 방문할 수 있도록 협의해 나가겠다'고 답변했다"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칼둔 청장에게 "왕세제 방한도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외교.국방부를 중심으로 한 '2+2 대화 채널' 구성, 애초 계획보다 당겨질 문 대통령의 UAE 방문과 UAE 왕세제의 방한 등의 과정을 거친 후에야, 지난 한 달간 문재인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든 의혹과 갈등이 해소될 가능성이 있다.


태그:#임종석 UAE 방문 의혹, #문재인, #칼둔 , #UAE, #바라카 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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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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