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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뉘앙스 사전> 책표지.
 <우리말 뉘앙스 사전> 책표지.
ⓒ 북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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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가량 아침마다 고정해 놓고 듣는 라디오 방송이 있다. 그 방송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말 관련 코너 '바른 말 고운 말' 때문이다.

아침시간은 다른 시간대보다 몇 배나 빨리 가는 듯한 느낌을 늘 받곤 한다. 그런 아침에 대개 출근준비로 바삐 움직이며 듣곤 한다. 그래서 어떤 말을 다뤘는지 아예 모를 때도 많다. 그럼에도 어김없이 틀어놓곤 하는 이유는 우리말을 제대로 알고 싶고 쓰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몇 달 전으로 기억한다. 그날은 '사용'과 '이용'에 대해서. 진행자는 '사용은 그냥 쓰는 것이고, 이용은 이롭게 쓰는 것'이라는 간단한 설명으로 시작해, 좀 더 자세한 설명과 함께 각각의 올바른 쓰임새와, 사용과 이용 둘 다 쓰는 경우 등에 대해 설명했다.

자주 쓰는 말인데도 솔직히, 그 방송을 듣기 전까지 일부러 생각해 본 적 없던 사용과 이용이었다. 습관적으로 써왔던 말들이었다. 그래서 방송을 듣는 순간 아차! 싶었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별다른 생각 없이 써왔던 만큼 바람직하지 못하게 썼을지도 모른다는 우려였다.

하던 일을 멈추고 그동안 쓴 글 몇 개를 다급하게 훑었다. 다행히 어긋나게 쓴 부분은 보이지 않았다. 여하간 그날 이후 글을 쓸 때마다 긴장하며 단어를 선택하게 됐다. 잘 알고 있는 말이나, 이제까지 당연한 듯 써오던 말도 내가 알고 있는 대로 맞는지 확인하는 일도 많아졌다.

우리말에는 사용과 이용처럼 언뜻 뜻이 같아 보이나 실은 그 뜻이 전혀 다른, 당연히 각각의 쓰임새에 맞게 써야 하는 말이 많음에도 잘 모르고 있다는 뉘우침과, 누군가에게 읽힐 글을 쓰는 사람이 생각없이 습관적으로 써왔다는 부끄러움 때문이기도 했다.  

"어디 편찮으세요?" 맞는 말일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아프다'와 '편찮다'를 혼동해 쓴다. 심지어 '편찮다'를 '아프다'의 높임말로 여기는 사람도 적지 않다. '아프다'와 '편찮다'는 '몸에 고통이 따르는 상태'를 표현한 용어지만, '아프다'의 높임말은 '아프시다'이며, '편찮다'의 높임말은 '편찮으시다'다. 이런 오해를 풀려면 어원을 파악해야 한다.

<우리말 뉘앙스 사전>(북로드 펴냄)
 <우리말 뉘앙스 사전>(북로드 펴냄)
ⓒ 북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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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비해 '편찮다'는 편하지 아니하다'의 줄임말이다. 이 말이 '편치 않다'를 거쳐 '편찮다'로 줄어든 것이다. 몸이 아파서 편찮을 수 있고, 심기가 상해서 편찮을 수 있으며, 싫어하는 사람을 마주 대하기가 편찮을 것이다. 최근 들어 '아프다'의 높임말로도 쓰이지만, 특정한 부위가 아픈 데에 대해서는 맞는 표현이 아니다. '아프다'가 어떤 부위의 구체적인 발병을 나타낸 것이라면, '편찮다'는 몸 전체가 불편한 것을 나타낸 표현이다. -(299~300. 아프다, 편찮다)

<우리말 뉘앙스 사전>(북로드 펴냄)은 뜻은 비슷하지만 느낌이 다른, 그래서 당연히 그 쓰임도 다른 우리말을 정리한 책이다.

가나다순으로 400여 개 단어를 다룬다. 흥미로운 것은 ▲가게와 상점 ▲나라와 국가 ▲시치미 떼다와 오리발 내밀다, 발뺌하다. ▲당돌하다와 싸가지 없다, 버릇없다 ▲탐탁지 않다와 못마땅하다 ▲조금과 약간 ▲안성맞춤과 제격 ▲노코멘트와 묵묵부답 ▲고독하다와 외롭다 ▲고주망태와 곤드레만드레 등처럼 언뜻 느낌이 비슷한 말들을 묶어 다뤘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비교하게 하고, 각각의 뜻과 마땅한 쓰임을 살펴보게 한다는 것이다.

이런 구성은 이해가 쉽다. 위에 인용한 '아프다'와 '편찮다'처럼 쉽게 설명해 주기 때문에 다시는 혼동해 쓰지 않을 것 같다. 더욱이 흥미로운 것은 위 '아프다'와 '편찮다'처럼 어원풀이로만 그치지 않고 유래가 있는 경우 유래를 풀어 설명한다는 것이다. 유래를 통해 우리말을 알아가기 때문에 뜻풀이로 아는 것보다 훨씬 쉽게 와 닿고, 인상 깊게 남고 있다.

그래서 대개의 사전들처럼 가나다순으로 설명하고 있음에도 어떤 줄거리가 있는 이야기책을 읽을 때처럼 흥미롭게 읽었다. 우리말 공부로 그치지 않고 무엇을 알아가는 재미를 얻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대역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단연 스턴트맨이다. 영어 'stunt man'은 '묘기(stunt) 부리는 사람(man)'이라는 뜻이며, 위험한 장면을 대신하는 일이 마치 묘기 같아서 스턴트맨이라 부르게 되었다. 최초의 스턴트맨은 기병대원 출신의 프랑크 하나웨라고 전해진다. 그는 1903년 <대열차 강도> 영화 촬영 중 말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연기함으로써 최초의 스턴트맨으로 기록되었다. 한편 달 로빈스는 1979년 <하이포인트>를 촬영할 때 356미터 높이에서 뛰어내림으로써 가장 높은 곳에서 뛰어내린 스턴트맨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때의 스턴트 요금은 15만 달러로 1회 액수로는 최고액이었다. 오늘날 스턴트맨이란 말은 위험한 장면을 주연배우 대신 연기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쓰고 있다."-(121쪽. 대역, 스턴트맨)

작가나 전문가 등 일부 사람들이나 주로 글을 쓰던 예전과 달리 요즘에는 참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쓴다. 그만큼 잘못 선택한 단어나 바람직하지 않은 표현 등으로 비난의 주인공이 되는 경우도 종종 일어나곤 한다. 이제까지 아무렇지 않게, 그리고 습관적으로 써오고 있는 말도 과연 맞는지 헤아려봐야만 하는 등, 우리말과 그 쓰임에 대해 신경 써야만 하는 이유다.

출간된 지 좀 오래된 책이다. 그럼에도 "꾸준히 팔리는 책(은평구 연신내문고 직원)"이라고 한다. 아마도 일상에서 주로 사용하는 우리말을 많이 다뤘기 때문에, 그만큼 활용도가 높기 때문 아닐까. 추측해 본다. 여하간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읽고 싶은 우리말 관련 사전이다. 

덧붙이는 글 | <우리말 뉘앙스 사전>(박영수) | 북로드 | 2007-08-21ㅣ정가 15,000원.



우리말 뉘앙스 사전 - 유래를 알면 헷갈리지 않는

박영수 지음, 북로드(2007)


태그:#우리말, #뉘앙스, #아프다, #편찮다, #북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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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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