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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평창 여성평화걷기' 행사 마지막 장소가 될 고성 전망대
 '평화평창 여성평화걷기' 행사 마지막 장소가 될 고성 전망대
ⓒ 고은광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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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월 15일부터 19일까지 여성 100명이 4박5일간 올림픽이 열릴 예정인 강원도 평창에서 우리나라 최북단에 있는 동해 바닷가의 고성DMZ까지 걷기로 했다. 평화운동을 하던 여성들 일부가 민주평통 자문위원이 되면서 기획하고 안팎의 협조를 얻어 진행하는 '평화평창 여성평화걷기'다. 왜 여성들은 강추위도 마다 않고 4박5일간 걷겠다고 하는 걸까?

평화어머니회 활동을 하던 나는 지난 9월 민주평통 여성분과 상임위원이 되었다. 여성 자문위원들 중에는 평화운동을 열심히 하던 지인들이 꽤 포함되어 있다. 그간 존립 자체에 대해 말이 많았던 민주평통이지만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함께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평화 담론의 확산, 전쟁장사꾼들의 책동을 깨는 것이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이다.

휴전 이후 베이비 부머 시대에 태어난 나는 환갑이 넘었는데도 휴전 상태의 나라에 살고 있다. 60여년간 무기를 사들이는 돈은 천문학적으로 점점 많아져도 남북 사이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전쟁의 위기는 날로 고조되고 있다. 평화운동을 하는 여성들은 지금까지 남성 중심의 정치판에서 강조해왔던 '강력한 무기를 통해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논리가 옳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양측의 관계가 점점 악화되는 것은 잘못 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지난 9월 24일부터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여성 8천 명은 2주일간 이야기하고 먹고 춤을 추며 사막을 함께 걸었다. 최근 트럼프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것이라고 세치 혀를 놀리면서 양측의 충돌이 악화되었지만 여성들의 평화걷기는 수십년을 계속되어 온 전쟁의 먹구름을 걷는 한 줄기 서광과 같은 것이었으며 전쟁장사꾼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을 위력적인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평화평창 여성평화걷기' 행사 마지막 장소가 될 고성 전망대
 '평화평창 여성평화걷기' 행사 마지막 장소가 될 고성 전망대
ⓒ 고은광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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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글로리아 스타이넘과 노벨평화상을 받은 여성들을 포함한 평화주의자 여성들이 북에서 남으로 DMZ를 통과해 걸어내려오려 했던 세계여성평화걷기(WCD Women Cross Dmz)를 기획했다. 그 행사는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북측의 비협조가 아닌 남측의 비협조로 성공하지 못했다.

차선책으로 개성을 통해 버스를 타고 들어온 여성들은 남쪽의 '분단 적폐 세력들(분단 마피아)'이 버스로 동원한 사람들에 의해 '빨갱이년'들로 매도되었다. 정권에 아부하는 방송들은 양측을 50:50의 비중으로 보도함으로써 여성들의 평화를 향한 노력에 찬 물을 끼얹었다.

2016년, 2017년에는 국내 여성들만 휴전선 철책을 따라 평화걷기를 진행했는데 분단 마피아들은 여전히 여성들이 북의 사주를 받았다며 기자회견을 열고 후원을 방해했다. 그들은 여성들이 평화를 말하고 행동으로 옮기자 당황하는 것이 역력했다.

여성평화걷기 몸자보 만들고 있는 민주평통 위원, 평화어머니들 Originally we were One!
 여성평화걷기 몸자보 만들고 있는 민주평통 위원, 평화어머니들 Originally we were One!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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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동학다큐소설을 쓰면서 상남자 상여자인 동학도들이 일본의 무력 앞에 거의 전멸되는 것을 보고 무기없는 세상을 위해 남은 에너지를 쓰자고 마음 먹었던 나는 2015년 세계여성평화걷기에 참여한 이후 곧 바로 평화어머니회를 만들어 본격적인 평화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얼마되지 않아 남북의 골을 깊고도 깊게 파고 있는 것은 미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우방이라고 알아왔던 미국, 은인의 나라라고 배워왔던 미국, 북에 있는 흉악한 적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미국...  그들이 우리의 평화를 가장 크게 위협하는 존재였다니!

남북간에 가장 많은 정치협상이 진행되었던 1992년. 노태우 대통령의 훈령을 조작하고 남북 관계를 경색시켰던 안기부(국정원)장 특보 이동복은 다음 달 대규모 간첩사건을 발표했고 얼마후 중단되었던 한미군사훈련 팀스피릿은 재개되었다. 임기말의 노태우 대통령은 자기보다 큰 힘으로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그들 앞에 이를 악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개성공단 남측 고위관계자에게 들으니 남북이 경제협력 관계를 만들어 나가자 미국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끊임없이 개성공단 폐쇄를 요구했다고 한다. 이명박과 박근혜는 충실하게 그들의 주문을 들어주었다.

한미군사훈련은 1969년 포커스 레티나 이후 지금까지 반세기 가깝게 진행되고 있다. 역지사지해보자. 북이 중국이나 러시아와 일년에 서너달씩 꼬박꼬박 군사훈련을 핵을 비롯해 점점 고도화된 무기를 이용해 진행하고 있는데 주체적으로 살려고 애를 쓰는 우리가 두 손 놓고 있는 것을 상상할 수 있을까? 그들이 코 앞에서 핵을 주물럭거리는데 우리가 핵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그건 바보다.

평화운동을 하면서, 미군 장성을 업어주고, 그들 앞에 큰 절을 하던 한국 정치가들의 부패상을 보면서, 한미군사훈련 역사를 들여다 보면서 비로소 핵무력 완성을 위해 기를 쓰고 있는 북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의 깊은 슬픔과, 하늘로 치솟는 분노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핵무력의 완성으로 비로소 미국이라는 공포스런 존재로부터 해방되었다며 환호하는 그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어이 없게도 남쪽의 정치가와 언론은 북의  미사일을 남쪽에 대한 '도발'이라며 미국의 '제재'에 편승해야 한다고 부추긴다. 미국을 겨냥한 것이 너무나 분명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잠수함탑재미사일이 어째서 남쪽에 대한 '도발'일까? 국민을 바보로 아는 모양이다.

그들의 땅에 묻힌 희토류를 탐내면서, 유라시아로 통하는 철도나 가전제품 시장 확대에 군침을 흘리면서 평화와 통일을 말해선 안 된다. 나의 실익을 치밀하게 계산하면서 어찌 멀어졌던 관계가 좋아지기를 바랄 수 있을까?  평화와 통일로 가는 길은 어렵지 않다. 이미 120여년 전의 동학도들이 그 답을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사인여천(事人如天) 내 안에 하늘이 있고 네 안에 하늘이 있으니 서로를 하늘로 여겨 섬겨라. 유무상자(有無相資) 돈으로 지혜로 힘으로 있으나 없으나 서로 도와 상생하라. 중간에 끼어든 전쟁장사꾼을 배제하라!

여성평화걷기 몸자보 만들고 있는 민주평통 위원, 평화어머니들 Originally we were One!
 여성평화걷기 몸자보 만들고 있는 민주평통 위원, 평화어머니들 Originally we were One!
ⓒ 고은광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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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어머니회가 미국대사관 앞에서 화, 목요일 벌이는 일인시위는 250회차가 되어간다. '무기는 마약과 같아서 끊임없이 소비하지만 결국은 생명을 앗아간다', '남북군인 모두 어머니 자식', '제일 센 무기는 평화다', '70년 분단은 충분히 긴 세월이다!', '우방인줄 알았더니 무기장사꾼', '평화협정 당장하라!'등이 우리가 들고 서 있는 피켓의 내용이다. 비슷한 내용을 외쳤던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상임대표 문규현 신부)이 국가보안법으로 재판을 받았는데 이달 초에 6년여만의 재판 끝에 무죄를 받았다고 한다. 김기춘, 박근혜가 감옥에 가 있으니 가능한 판결이었을까?

민은 깨어나고 있다. 평화와 통일을 이야기하는 민을 국가보안법으로 묶고 간첩으로 조작하는 일은 더 이상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더군다나 생명을 잉태하고 젖을 먹여 키워내는 여성들이 '지혜로운 자 평화 일구고 멍청한 자 전쟁 부추긴다'며 손을 잡고 함께 평화를 위한 대장정을 시작하겠다는데 어찌 분단마피아인들 분단의 골을 계속 파고들 수 있을까? 이제 분단마피아, 당신들의 세상은 끝났다! 우리 여성들은 끊임없이 분단의 장벽을 흔들 것이다. 독하게 평화를 위해 쉬지않고 행진할 것이다! 만국의 여성들이여, 평화를 위해 단결하라!  


태그:#여성평화걷기, #평화평창, #평화어머니, #WCD, #분단마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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