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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북한 연구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분단체제의 시각을 넓히고, 남북통합의 방법론을 제시한 학술회의가 열려 눈길을 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SSK남북한마음통합연구센터(센터장 이우영 교수)는 지난 22일 본교 국제회의실에서 '마음통합을 위한 통일교육: 분단체제와 북한이탈주민'이라는 주제로 학술회의를 열었다. 

충남대학교 통일교육사업단과 공동 개최된 이 행사는 70여 년 간 지속된 분단문제를 해결하고, 남북한 주민의 마음통합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북한학은 물론 문화인류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참여해 토론의 깊이를 더했다.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지난 9월 대형 1차 년도 사업을 시작한 이 연구센터는 북한 문제를 심도 있게 분석하고, 남북한 주민통합과 화해를 위한 주체적인 담론을 생산하고 있다.

"분단체제, 이념 스펙트럼 협소하게 만들어" 

연광석 북한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가 발제를 하고 있는 모습.
 연광석 북한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가 발제를 하고 있는 모습.
ⓒ 최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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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세션에서는 연광석 북한대학원대학교 SSK남북한마음통합연구센터 연구교수와 한준성 한양대학교 평화연구소 연구교수가 '분단체제론'이라는 주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들은 각각 분단체제의 대표학자로 꼽히는 박현채와 백낙청 선생의 학술적 성과를 토의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방향을 제시했다. 

연광석 연구교수는 '신식민·분단체제와 박현채의 '문학' 콤플렉스'라는 글을 발표했다. 박현채(1934~1995) 선생은 '민족경제론'을 설파한 경제학자로, 대외 의존에서 벗어나 자립형 경제를 강조한 인물이다.

연 박사는 박현채 선생을 '당대의 역사적 중간물'로 설정하고, 1980년대부터 구체화된 그의 사상과 인식을 살폈다. 연 박사는 "박현채 선생이 본 분단체제와 제3세계의 핵심은 식민성의 연장이었다"며 "특히 제3세계론이 불붙은 1980년대 남한은 극단적 폭력과 반공주의로 북한 문제를 공개적으로 토론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만 해도 비판적 학술담론은 거의 없었고, 역사적 단절은 보편적인 현상이었다고 설명했다. 

박현채 선생은 당시 제3세계 문제를 전 세계가 함께 해결해야 할 사안으로 봤다. 그러나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이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특정 이데올로기가 개입돼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은 것으로 여겼다.

연 박사는 "박현채 선생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1980년대부터 '민중문학' 논쟁을 전개했다"며 "문학을 통해 지식의 주체성을 갖고, 실천적 대안을 찾는 일은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준성 연구교수가 '분단체제론과 이민사회'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백낙청(1938~) 선생이 강조한 분단체제론을 제시하며, 냉전체제 해체라는 대외적 변화 속에서 분단현실과 그 성격을 살폈다.

백낙청 선생의 분단체제론은 '세계체제-분단체제-남북한체제'라는 삼중 구도로 보고, 세 체제의 상호작용을 주목한 것이 특징이다. 

한 연구교수는 "분단체제는 남북한의 문제가 아니라 동아시아 국제질서와 동서 냉전체제 속에 있으면서, 한국사회의 이념적 스펙트럼을 협소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 "분단이 고착되면서 정부의 핵심 기능인 분배와 노동, 인권, 다양성 논의가 설자리를 잃었다"며 "특히 한국은 노동자를 대변하는 정치집단이 부재하고, 노동 없는 민주주의가 지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 대안으로 "사안을 균형적으로 볼 수 있는 이주민의 관점이 필요하다"며 "한국에서 상당수의 이주민을 차지하는 동아시아 국가 출신 노동자들의 인식을 포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민주성과 책임성을 끌어 올리는 한편, 한반도 문제를 보다 다양한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 출신자, 진정한 '이웃'으로 받아들여야

제2세션에서는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와 강동완 동아대학교 교수가 '북한이탈주민과 마음통합'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에 정착한 북한 출신자는 3만 명을 넘었다. 반공주의가 횡횡했던 권위주의 정권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민주주의가 성장했지만 탈북자를 위한 경제적·사회적 지원체계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성경 교수는 "그동안 한국사회는 북한 출신자에 관심이 많았지만 이들을 진정한 이웃으로 생각하고, 함께 공동체를 이끄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고 진단했다. 탈북자를 '특별'하게 대우하는 이면에는 이들을 배제하는 시선이 자리해 있고, '구별 짓기'에 활용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북한 출신자는 한국사회에 발 딛는 순간부터 통제와 관리 구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가정보원과 경찰, 군으로부터 자신의 신상 정보를 제공하고, 간첩 여부를 확인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반북적 정체성을 설명하지 못하면 '비국민'이라는 딱지를 달 수 밖에 없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었다.

이어 그는 "연대의 인정 행위를 구축할 때 비로소 북한 출신자와의 '사회 만들기'는 가능해진다"며 "결국 분단을 해체해 탈분단 문화를 만들어내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동완 동아대학교 교수가 제2세션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강동완 동아대학교 교수가 제2세션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 최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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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완 동아대학교 교수는 '국내 입국 탈북여성의 경계 짓기'라는 제목으로 탈북자들이 한국에 입국하는 과정과 이를 규정하는 단어를 집중 분석했다.

강 교수에 따르면, 북에서 남한으로 '직행'한 탈북민은 간첩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중국을 거쳐 한국에 온 탈북민들하고는 말도 섞지 않으려 해 예기치 못한 갈등도 잦다. 최근에는 탈북과정부터 조사, 사회정착 등에서 서로를 불신하는 문제가 불거졌고, 사회적 위화감도 조성됐다. 한 예로 '직행' 탈북 여성들은 남한 정부에 고마움을 표시하는 일이 많지만 비교적 안락한 생활을 한 '중국행' 20~30대 여성들은 불만이 많다는 점이다.

강 교수는 "특정한 사건으로 문제를 일반화 할 수 없지만 사회문화적 차이에 따른 탈북민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다"고 강조했다.

또 "탈북민을 규정하는 단어에는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며 "경제적 지원에 초점을 둔 정부의 지원체계를 근본적으로 수정하는 한편, 보다 타자 중심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태그:#분단체제, #탈북민지원, #마음통합, #북한대학원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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