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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쓸신잡>의 진행자로 나선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청쓸신잡>의 진행자로 나선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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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쓸신잡>, 즉 "청와대에 대한 쓸데없는, 신비로운 잡학사전" 1편을 시청했다. <청쓸신잡>은 20일 오후 청와대가 자체 제작,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공개한 토크 형식의 콘텐츠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박수현 대변인, 신지연 해외언론비서관과 정혜승 뉴미디어비서관이 출연하고,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이 진행을 맡았다.

"청와대 생활과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얽힌 이모저모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중국 순방 전에 녹화된 영상으로 중국 순방 전까지 순방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공개 전, 일각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의 후일담이 담긴 것 아니냐는 우려를 보내기도 했다. 이 <청쓸신잡>이 기존 언론에서 다루지 못한 '단독' 보도의 기능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였다. 이를 의식한 듯, 청와대 측은 녹화 자체가 중국 순방 이전에 이뤄졌다고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직접 시청한 이 청와대 콘텐츠는 내용도, 형식도 단순했다. 윤 수석과 박 대변인을 필두로 대통령을 지근에서 보좌하는 이들이 털어 놓는 청와대와 해외 순방 뒷얘기 토크라고 보면 틀리지 않았다. 형식 또한 팟캐스트부터 정치 시사 프로그램으로 친숙해진 집단 토크 형식이었다.

다만, 청와대 외부인사인 황교익이 마치 제목을 차용한 tvN <알쓸신잡>의 가수 유희열처럼 궁금한 것을 질문하고 '리액션'을 한다는 점이 달랐다. 반응은 호의적이다. 이 콘텐츠는 공개 하루 만인 21일 오후 6시까지 유튜브에서 6만1000여 회, 청와대 페이스북 페이지에서만 2만8000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청쓸신잡>의 순조로운 출발

<11:50 청와대입니다>를 진행 중인 고민정 부대변인과 조국 민정수석.
 <11:50 청와대입니다>를 진행 중인 고민정 부대변인과 조국 민정수석.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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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실은 고민정 부대변인이 진행하고 평일 낮 유튜브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게시되는 <11:50 청와대입니다>와 청와대 참모진이나 장관들이 출연하고 비정기적으로 게시되는 <친절한 청와대>를 청와대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해 왔다. 그에 비해 이번 <청쓸신잡>은 1회만 23여 분에 달하는 분량만 늘렸을 뿐 아니라 기존 예능이나 토크 프로그램 형식을 도입, 볼만한 '콘텐츠'로서의 성격을 부각시켰다고 볼 수 있다.

윤 수석이나 박 대변인이 벌이는 은근한 기(?)싸움부터 참모들이 보는 외교순방 시 문재인 대통령의 뒷얘기까지. 지난 7월 독일 방문 시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교민의 이례적인 환대에 응답하고, 메르켈 총리까지 함께 기뻐하는 장면도 등장했다. 청와대 자체 콘텐츠이니 만큼, 기존 언론이나 방송에서 여과 없이 내보내지 않거나 내보내기 힘든 영상을 마음껏 담을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토크 형식 자체는 물론 자막과 음악, 과거 영상까지 곁들여진 편집은 젊은 층의 각광을 받는 유튜브나 개인 방송과 달리 수준 이상의 화면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렇다. 이 <청쓸신잡>은 '국민과의 소통'을 내세웠다고 하나 명백하면서도 노골적이진 않은 '정권홍보' 방송이 맞다. 높아진 국민 눈높이를 의식하고, 충족시키려 노력하는, 그럼에도 '정권 홍보' 콘텐츠인 셈이다.

청와대 역시 페이스북 생중계 등 뉴미디어비서관실이 직접 생산하고 청와대 유튜브와 페이스북 소셜미디어를 통해 직접 유통 중인 콘텐츠에 대해 "온라인 시대에 맞는 디지털 소통의 일환"이자 "국민과 언론 모두에게 제공하는 소통 채널"이라 설명한 바 있다.

이쯤 되면 떠오르는 것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국민 소통' 콘텐츠 들이다. 상기해보자. 보수 정권 청와대의 '국민 소통'이 성공한 예가 있었던가. 뚜렷한 족적을 남긴 콘텐츠들이 있긴 했던가. 대통령이 본인이 직접 연설문을 읽는 구시대적인 '라디오연설'이 이명박 청와대의 '킬러 콘텐츠' 아니었던가.

청와대 '소통' 콘텐츠에 불만 드러내는 언론들

라디오 연설 중인 MB.
 라디오 연설 중인 MB.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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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구태의연하고 일방향의 연설을 공영방송을 통해 강제적으로 '유포'했던 것이 바로 이명박 시절의 청와대였다. 박근혜 때는 문제가 더 심각했다. 킬러콘텐츠는커녕 청와대 홈페이지나 트위터 페북 등 기초적인 소통 플랫폼도 삐걱거리기 일쑤였다(심지어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는 지난 3월 헌재의 '박근혜 파면' 결정 이후 청와대 공식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삭제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명박 정부 이후 신설된 국민소통비서관실이 구체적으로 어떤 '짓'까지 해왔는 가다. 이명박 시절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은 2009년 1월 일어난 용산참사 이후 확산되고 있던 촛불 시위를 막기 위해 직접 여론조작에 나섰다. 청와대 행정관이 경찰청 홍보담당관에게 "촛불 차단을 위해 강호순 연쇄살인사건을 적극 홍보할 것"이란 지시가 담긴 이메일을 직접 보낸 것이다. 이러한 '조작'을 기꺼이 수용한 것이 바로 MB 언론특보 출신의 김인규 사장 체제의 공영방송 KBS였다. 

박근혜 때 정무수석실 산하로 이관된 국민소통비서관실은 관제데모를 주도하고, 화이트리스트 단체의 지원에 매진했으며, 블랙리스트를 실행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최순실 사단'이 장악했던 뉴미디어정책실 역시 박근혜 정권 홍보를 위해 '일베' 글을 퍼다 나르고 극우 성향 사이트 게시물을 보고하는 등 '국민 소통'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

소통은커녕 '극우세력' 양성과 '종북세력' 척결에 몰두하는 한편 '최순실 사단'의 놀이터로 전락했다고 보는 것이 적확해 보인다.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과 뉴미디어실의 이러한 기조는 이명박-박근혜의 청와대 9년 동안 이어진 '전통'과도 같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콘텐츠를 생산한 능력을 갖추고 이를 통해 긍정적인 여론을 확산시킬 능력도, 의지도 없었다.

'조작'에 능했던 지난 정권 하의 청와대는 그렇게 거스를 수 없는 여론의 흐름을 방해하고 왜곡하는 것에 멈추지 않았다. '관제데모'와 같이 극단적인 세력을 동원, 국민 혈세를 써가며 정권에 우호적인 여론을 만들어 내는 것을 '소통'이라 불렀다. 그것이 이명박-박근혜 청와대의 '국민 소통'이었다.

이와 반대로, 현 청와대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활용, 자체 콘텐츠를 직접 생산해 국민과 소통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노골적인 '정권홍보', 수준 이하의 '정책홍보'는 이제 국민들이 직접 거를 수 있다. 지난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문화체육관광부의 '평창 아라리요' 뮤직비디오나 차은택이 주도했다고 밝혀진 청와대 홍보물 '만인보'를 떠올려 보라. 헌데, 이 청와대의 소통 콘텐츠가 불만인 세력들이 슬슬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선일보>가 대표적이다.   

'예능정부' 운운한 <조선일보>

"과거의 폴리테이너(정치 연예인)는 선거 때 지지 연설을 하거나 일회성 특정 행사에 참여하는 정도였다. 황(교익)씨 경우처럼 지지 모임 대표였던 사람이 TV 방송과 청와대 홍보를 내놓고 겸업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 현 집권 세력이 야당이었을 때 이런 일이 일어났으면 난리가 났을 것이다. 황씨 같은 사람의 TV 출연이 계속되면 안방의 시청자들은 어떤 느낌일까. '정권 홍보'의 새 차원을 연 정부라고 하지만 너무 지나치면 '예능 정부'가 된다."

<예능 정부>라는 제목의 21일자 <조선일보> '만물상' 칼럼이다. 이 칼럼은 KBS가 2013년 3월 방송인 은지원을 자사 예능 프로그램 진행자로 교체한데 대해 야당이던 민주당이 '정권 코드 맞추기'라 비난했던 논평을 끄집어 올렸다. 그리고는 은지원에 대한 민주당의 비판과 황교익의 TV와 <청쓸신잡> 출연을 동일선상에 놓는다.

"KBS가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황씨에게 방송 출연 금지 통보를 한 직후였다. 농민신문 기자 출신인 황씨는 당시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외곽 전문가 단체인 '더불어포럼'에 공동대표로 참여했다. KBS는 '선거 기간 중 중립을 지키기 위해 여야 구분 없이 적용하는 원칙'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 사건을 이유로 예정됐던 KBS 대담 프로그램 출연을 취소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21일 <조선비즈>는 <'틀린 팩트' 수정없이 유포되는 청와대 SNS... "소통 아니라 '오해' 양산할 수도">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청와대 소통 콘텐츠를 전방위적으로 비판했다. 종종 팩트도 틀리고, "기성언론의 신뢰를 깎아내리는 내용"도 담고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중앙일보> 역시 지난 19일 <폴리테이너 맹활약···황교익·김형석, 靑 홍보 최전선에>란 기사를 통해 청와대의 직접 소통의 부정적인 뉘앙스를 전달하면서 황교익을 걸고넘어졌다. 이에 대해 황교익은 21일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즉각 반박에 나섰다.

"(조선일보 기사 중) '황씨 같은 사람의 TV 출연이 계속되면 안방의 시청자들은 어떤 느낌일까.' 방송출연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세상에, 이게 언론인가. 시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를 억압해야 한다고 주장하다니! 이런 자들에 의해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민주공화정의 시민은 모두가 정치인이다.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그 어떤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하든 문제 삼을 수 없다. 조선일보는 아직도 독재시대의 잣대로 시민의 기본권을 재단하려 하고 있다. 그런 시대가 지났음을 알라."

이명박-박근혜의 '불통' 청와대를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지난 14일 방송된 <썰전>의 한 장면.
 지난 14일 방송된 <썰전>의 한 장면.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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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이러한 비판은 비단 황교익 개인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현 정부의 청와대를 견제하는 한편 <청쓸신잡>과 같은 청와대 자체 콘텐츠 전반을 견제하는 측면이 강하다.

지난달 국회 예산소위가 야당의 입김으로 청와대의 국정홍보 예산 중 6억7천 만 원을 삭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14일 JTBC <썰전>에 출연한 유시민 작가는 이러한 야당과 언론의 소위 '청와대 방송'에 대한 거부감을 이렇게 비판한 바 있다.

"언론이 오랫동안 정당, 국회, 청와대, 정부 부처에 대해 어떻게 해왔느냐면, 언론이 중간에서 뉴스를 선별하고, 중요한 뉴스, 중요하지 않은 뉴스의 선택과 관련해서 자기들이 권력 행사를 하고, 자기들이 선택한 사실의 해석을 붙여서 보도를 내보내잖아요. 그런데 대통령이나 참모가 나와서 동영상을 찍어서 바로 내보내 버리면, 이 권력을 행사할 수 없는 거예요.

그럼 지금까지 언론이 정부나 정당이나 정치에 대해 제대로 보도했느냐. 그것도 아니란 말이죠. 그래놓고 지금 불만을 말하는 거야(중략). 수석이나 청와대 참모가 나와서 국민들에게 직접 브리핑하는 걸 못마땅하게 여기는 건, 기존 언론이나 여야 정당인들의 특권의식의 발로라고 봐요."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의 '국민 소통'을 떠올린다면 가히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불통'을 자랑했고, 홈페이지의 거짓 팩트체크로 국민들을 분노케 했던 청와대가 아니었던가. 그랬던 청와대가 '소통 정부'로 변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국민과의 직접 소통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청와대 자체 콘텐츠의 유통이 부작용이 더 클지, 기존 청와대의 뉴스 유통 구조를 깨뜨리는 '태풍의 눈'이 될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전통적인 언론 지형, 유통 구조의 변화가 도래한지도 이미 오래지 않은가.

분명한 것은, <청쓸신잡>을 경계하고 비판하는 이들이 더 편하고 친숙하게 느끼는 시스템은 아마도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청와대라는 사실일 것이다. '불통' 청와대가 더 편하고 이득이 됐던 이들에게 작금의 '문재인 청와대'는 무척이나 불편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태그:#청쓸신잡, #청와대, #황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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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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