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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먹을 땐 기분이 좋지만, 다음날 속이 거북하고, 머리가 무거울 때가 많습니다. 처음에는 적당히 마신다고 시작하지만, 어떨 때는 술이 술을 먹는 수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대게 쓰린 속 때문에 후회를 합니다.

술꾼들은 쓰린 속을 달래려고 다음날 해장국집을 찾습니다. 뜨끈한 국물이 있는 해장국 한 그릇을 들이키면 속이 확 풀리기 때문입니다. 요즘같이 오슬오슬 추운 날이면, 해장국밥은 술꾼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즐겨먹는 음식이기도 합니다.

겨울엔 따뜻한 해장국

추운 겨울에 먹으면 그 맛이 진가을 발휘하는 해장국. 선지, 배추우거지와 콩나물이 들어가 국물이 시원합니다. 술꾼들이 무척 좋아합니다.
 추운 겨울에 먹으면 그 맛이 진가을 발휘하는 해장국. 선지, 배추우거지와 콩나물이 들어가 국물이 시원합니다. 술꾼들이 무척 좋아합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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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읍내에 나왔습니다. 점심때가 되어 반가운 지인을 만났습니다. 나는 지인의 소매를 끌었습니다. 

"속 풀리는 시원한 해장국 어때?"
"좋지! 근데, 어제 술 한 잔 했나봐? 해장국을 다 찾게?"
"쪼금! 지난번 가봤던 해장국집으로 가자구!"
"새벽부터 장사하는 집?"

우리는 쿵짝이 착 맞았습니다. 한참을 걸어서 해장국집에 도착했습니다. 주차장은 문전성시입니다. 대개 주차장이 붐비는 집은 음식 잘하기로 소문난 집입니다.

해장국집 문 앞에는 메뉴와 여러 선전 표지판들이 많이 붙었습니다.
 해장국집 문 앞에는 메뉴와 여러 선전 표지판들이 많이 붙었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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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 출입문 앞. 장사하는 메뉴를 알리는 것 말고도 여러 선전 표지판이 많이 걸렸습니다. 지자체에서 지정한 '모범음식점'이라는 것과 '강화섬쌀밥집' 표지도 눈에 띄입니다. 그리고 '나트륨섭취 저감업소'라는 안내문이 마음에 듭니다. 아마 음식을 짜지 않게 장만하는 것 같습니다.

꼭두새벽부터 문을 열고, 점심 장사가 끝나면 영업을 끝내는 해장국집.
 꼭두새벽부터 문을 열고, 점심 장사가 끝나면 영업을 끝내는 해장국집.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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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느 음식점과 달리 또 다른 안내표지가 있습니다. '영업시간 새벽 5시부터 오후 3시'. 그러고 보니 음식점 간판이 새벽해장국집입니다. 그야말로 전문 해장국집에 걸맞은 영업방침입니다. 꼭두새벽부터 손님을 받고, 점심 장사가 끝나면 저녁 장사는 않고 문을 닫는 모양입니다. 점심이 끝날 때쯤 일찍 영업을 끝내고, 지친 몸을 쉬는 것 같습니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 빈자리가 거의 없습니다. 다행히 딱 한 군데 자리가 비웠습니다. 음식점 안을 두리번거리는데, 어느 시인이 벽에 써 붙인 시 한 수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유난히 사랑과 희망을 담아놓고/ 새벽을 여는 해장국집/ 힘든 삶의 무게 지친 사람들 하나, 둘 모여 벅찬 짐 내려놓고/ 하루를 위한 희망을 먹고 간다/ 날이면 날마다 행복한 미소로/ 그들이 떠난 자리에 남겨진/ 진솔한 흔적들을 쓸어 담는/ 주인여자의 얼굴은 꽃이 되어/ 아침햇살처럼 활짝 핀다.'

음식점 벽에 붙은 <새벽을 여는 해장국집>이라는 시. 서민들의 애환이 묻어있습니다.
 음식점 벽에 붙은 <새벽을 여는 해장국집>이라는 시. 서민들의 애환이 묻어있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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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옥이라는 분이 새벽에 깨어나 따뜻한 아침을 먹고 하루를 시작하는 소시민들의 애환을 글로 담아냈습니다. 많은 부분 공감이 가서 찬찬히 읽었습니다.

단백한 맛으로 속을 풀어주다

음식점에서 일하는 분들은 나이가 지긋한 할머니들입니다. 하얀 위생모를 쓰고 정갈한 차림으로 열심히들 일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해장국집의 메뉴판. 가격도 모두 7000원으로 착합니다.
 해장국집의 메뉴판. 가격도 모두 7000원으로 착합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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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내세울 것도 없는 소박한 국밥집이지만, 할머니들은 꼭두새벽에 일어나 재료를 준비하여 진하고 따뜻한 해장국을 정성들여 만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 어머니 손맛이 느껴지는 그런 맛에 많은 분들이 찾는 것 같습니다.

메뉴는 죄다 따끈한 속풀이국입니다. 순댓국, 황태해장국, 선지우거지해장국, 우거지갈비탕에다 특이한 게 청국장비빔밥입니다. 메뉴판에 술은 표기되지 않은 것도 해장국집답습니다.

무얼 먹을까 생각하다 주문을 하였습니다.

"선지우거지해장국으로 둘이요!"

해장국집의 밑반찬. 음식이 참 정갈합니다.
 해장국집의 밑반찬. 음식이 참 정갈합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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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개운한 맛이 있는 선짓국으로 주문을 했습니다. 먼저 나온 밑반찬이 먹음직스럽습니다. 배추겉절이와 국물이 시원해 보이는 순무나박김치, 그리고 무생채가 군침이 돕니다.

뒤이어 나온 뚝배기에 담긴 따끈한 국밥. 우리가 주문한 국밥은 주재료인 선지에 배추우거지와 콩나물이 듬뿍 들어있습니다. 뽀얀 국물이 아주 진합니다. 상차림을 하는 할머니가 말씀하십니다.

"우리 집 음식은 좀 싱거워요! 혹 너무 싱겁다 싶으면 새우젓을 조금만 넣어 잡수세요."

출입문에 걸린 나트륨 섭취 낮춤업소답게 간이 삼삼합니다. 우리는 새우젓을 조금 넣으니 맛이 살아납니다. 다짐 양념도 넣고, 따로 나온 대파와 청양고추도 넣었습니다. 국물 맛이 개운하고 시원합니다.

방금 지어낸 듯 하얀 쌀밥도 윤기가 자르르 흐릅니다. 강화섬쌀로 지은 맛난 밥입니다.

하얀 쌀밥을 말아 무생체를 얹어 해장국밥을 먹으니 얼큰한 맛이 참 좋았습니다.
 하얀 쌀밥을 말아 무생체를 얹어 해장국밥을 먹으니 얼큰한 맛이 참 좋았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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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밥을 국밥에 넣어 말았습니다. 국밥 한 숟갈에 빨간 무생채를 얹어먹으니 색다른 맛입니다. 입안이 개운합니다. 따끈한 국물에 속이 든든합니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힙니다. 선지가 푸석푸석하지 않아 참 맛있습니다.

요 며칠 매서운 추위가 계속됩니다. 이제 겨울이 예행 연습을 끝내고 본격적인 추위를 몰고 왔습니다. 칼바람은 코를 베어갈 기세입니다. 추운 겨울에 속이 확이 풀리는 해장국 한 그릇! 부지런한 할머니들의 정성어린 음식에 추위도 저만치 달아납니다.


태그:#해장국, #선지해장국, #새벽해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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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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