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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통계청이 발표한 혼인·이혼 통계를 보면, 지난해 혼인은 30만 2800여 건으로 2003년 이후 가장 낮았다. 그에 비례하여 1인가구 수는 급증했다. 불과 20년 전 5%에 불과하던 1인가구는 2015년 전체 가구의 27%로, 4인가구를 제치고 한국 사회의 가장 대표적 가구 형태가 되었다.

2016년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복지팀은 '1인가구 여성'을 키워드로 활동하면서, 1인가구여성 150명에게 이러한 현상의 이유에 대해 물었을 때, 절반 가까운 여성들이 '결혼관과 가족관의 변화'라고 답했다. 구체적인 답변들을 살펴보면 결혼과 가족제도 내에서의 불평등, 여성에게 특히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가정 내 권리와 의무의 불균형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낮은 혼인률과 1인가구 급등 현상은 가족 내 '성 불평등'을 여성들이 빠르게 인지한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여성의 위치에서 문제 제기되거나 사회적 대안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복지팀은 2013년~2016년간 보육-주거-노년-1인가구 등의 키워드로 활동을 지속하면서 가구 단위가 아닌 개인단위의 법·제도담론 구성의 필요성을 확인하게 되었다.

2015년 민우회가 워크샵을 통해 만난 대부분의 중년 여성들이 스스로의 노년에 대해, 배우자, 자녀와 같은 혼인과 혈연을 바탕에 둔 기존의 가족보다는 친밀한 감정 관계로 구성된 공동체를 꿈꾸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의 현행법상 가족을 인정받을 수 있는 통로는 혈족과 친족개념에 기초를 둔 혼인, 출산, 입양밖에 없다.

민우회는 결혼제도를 경험했거나 배제 혹은 제도 바깥을 선택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 한국사회에서 가족을 구성할 수 있는 유일한 제도인 결혼에 대해 질문하고, 다양한 가족에 대한 사회적 인정을 넘어, 가족의 의미를 재정립하고자 한다. 현재 결혼제도를 경험한 여성/남성, 비혼여성들과 각각 1회식 총 3차 집담회를 진행하였다.

[지난 기사 링크] 
결혼하고 든 생각 "난 이등시민이구나"
"'엄마처럼 되고 싶다'는 딸, 마음이 덜컥해요"

2017년 5월 24일, 한국여성민우회 회의실에서 결혼 경험 있는 3명의 남성과 민우회 활동가 2명이 만났다. 결혼제도의 일면 수혜자이지만 한편으로 결혼을 선택하는 과정에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 결혼을 하게했다는 이야기부터 시작되었다.

경제적 문제, 쓰레기 버리기부터 상속제도, 프랑스의 시민결합, 원 가족과의 관계까지… 생활로서의 결혼, 제도로서의 결혼에 대한 고민과 남성으로서 결혼 제도 안에서의 어떤 포지션을 취할 지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집담회 참석자 소개(가명)
김광훈(이하 '김') : 시민단체 활동가, 결혼 14년차. 자녀 2명(10살, 7살)
박근식(이하 '박') : 기자, 결혼 2년차. 잠재적 딩크족
안정명(이하 '안) : 회사원, 이혼 경험 있음. 현재 5년 사귄 애인 있음.

 한국여성민우회 회의실에서 결혼 경험 있는 3명의 남성과 민우회 활동가 2명이 만났다.
 한국여성민우회 회의실에서 결혼 경험 있는 3명의 남성과 민우회 활동가 2명이 만났다.
ⓒ pex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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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집에서 나오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어요

안정명(이하 안) : "어떻게 결혼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진 않아요. 둘 다 사회 초년생이었고, 1년 반 정도 연애하다가 관성적으로 진행된 거 같아요. 양가 집안에서 결혼 안 해? 그래서 응 해야지. 이런 식으로. 다 이런가보다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둘 다 집에서 나오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던 거 같아요.

그리고 결혼 1년 후 유학을 갔어요. 가족에게서 아예 멀리, 도망가자. 그런 심정이었고요. 당시에 서로 사랑하고, 결정적으로 원 가족으로부터의 독립 욕구가 컸던 거 같아요. 특히 여자친구의 경우 워낙 대가족이었고, 그런 집에서 독립하고 싶던 욕구가 강했죠.

한국에서 1년 살고, 유학 가서 4년 살고. 내가 먼저 한국 들어와서 1년 있고, 그 사람이 들어온 다음 이혼했어요. 멀리 있었지만 가족의 간섭은 계속 있었어요. 전화나 편지의 형태로. 둘 다 모아놓은 돈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경제적인 도움을 꽤 받았거든요." 

경제적 지원을 안 받다 보니까 집안의 간섭이 별로 없었어요

박근식(이하 박) : "저희는 집 도움을 전혀 안 받고 결혼했어요. 집도 반반하고 예물 예단은 아예 안 하고, 가전제품을 사는 것도 통장개설해서 반반 내서 썼어요. 확실히 부모님께 경제적 지원을 안 받다 보니까 집안의 간섭이나 입김이 별로 없었어요. 집안 성향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경제적 도움을 받지 않았던 게 컸던 거 같아요.

결혼할 때 서로 경제적 상황에 대해서도 오픈했어요. 서로 가지고 있는 돈, 월급 등등. 거기에 맞춰서 집도 구했고요. 저는 요리를 좋아하고 청소는 아내가 하고 서로 좋아하는 걸 하면서 같이 살아가는 데 크게 갈등이 없는데요.

하지만 아이가 있으면 다를 것 같아요. 과연 아이가 있으면 현재를 유지할 수 있을까? 이런 얘기를 많이 해요. 굳이 리스크를 감수 하면서 꼭 아이를 낳아야 할까? 나중에 부모님의 설득이 힘들 거 같긴 한데 현재는 이렇게 유지하고 싶어요." 

아이를 낳으면 노동의 비중이 여성에게 확 넘어가는 것 같아요

김광훈 (이하 김) : "아이를 낳으면, 노동의 비중이 여성으로 확 넘어가는 것 같아요. 현재 맞벌이고, 와이프가 일하지 않으면 생활유지가 어려운데요. 첫째 아이 키울 때는 크게 문제가 없었어요.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 1년 쓰고 저희 부모님에게 아이를 바로 맡겼어요. 그리고 5-6살까지 주말만 아이를 보러 갔죠. 그래서 7~8년은 사실상 둘이 살았어요.

그리고 둘째를 낳고 3개월만 키우고 부모님 집에 1년 정도 보냈다가 둘 다 데리고 와서 지금은 같이 키우는데, 아내가 아이 육아, 직장생활, 가사노동까지 병행하려니 많이 힘든 거 같아요.

저는 출퇴근 시간이 조금 널널하지만 와이프는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 평일 아침저녁시간은 제가 케어를 해요. 서로 가사노동으로 싸우진 않았어요. 딱 정해놓진 않았지만 알아서 나눠서 해왔는데, 요즘 가끔 '오늘 힘드네?' '한 번도 앉아 있질 못했네?' 이런 얘길 아내가 하더라고요. 그리고 아이들이 나보다 엄마한테 훨씬 붙어요. 저와 밥을 먹을 땐 알아서 먹는데, 엄마가 있으면 먹여줘야 한다거나 씻는 것도 엄마와 있으면 말을 안 듣고 장난치고. 그리고 아내에게는 직장을 육아를 병행하면서 계속 다녀야 한다는 게 큰 부담인거 같아요."

사실 저는 제 부모의 바닥을 봤어요

안 : "지금 애인과 결혼 계획이 딱 있는 건 아니에요. 결혼은 어떻게 어디서 하자 이런 얘기를 하지만 시기는 특정하지 않아요. 여자친구는 원래 결혼 생각이 없고 저도 다시 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결혼하면서 한번 가족의 바닥을 봤어요. 어? 좋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잖아? 특히 어머니한테 실망했어요. 그래서 자신이 없죠. 결혼 하고 얼마 안 있어서 집전화로 전화가 온 거예요. 생전 전화도 안하던 고모가. 당시 파트너가 굉장히 놀란 거죠.

나는 친하지도 않은 친척한테 전화가 와서 만만한 새댁한테 전화해서 교회가라고 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라고 하는 거죠. 친척들이 결혼했다 그러니까 약간 집단 광기에 휩싸인 것 느껴졌어요.(일동 웃음) 시댁의 일원으로 영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형성된 집단인가 하는 느낌까지 받았어요.

어머니한테 실망한 것도 컸어요. 결혼 관계 안에서는 남자가 나쁜 사람이 되어야 해요. 불효자가 되어야 해요. 어디까지 선을 그어야 할 것인지. 처음 얻은 신혼집이 처가 친가 딱 가운데를 얻었어요. 당시 와이프도 사근사근하거나 친절한 딸은 아니었지만, 굉장히 대가족이었어요. 가까운 곳에 친인척이 다 같이 살았고. 당시에게 경험이 없어서 그 상황을 컨트롤 할 수 없었고 좀 어리버리 했어요. 그런 이유라고 서로 얘기는 안 했지만, 유학 가는 결정적 계기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박 : "남자가 그때 절대 자빠져 있으면 안 된다는 말 있잖아요. 특히 아내에게 우리 집(시댁) 원래 그런 분들 아닌데…알고 보면 좋으신 분들이다 이런 말 하면 절대 안 됩니다."

페미니스트가 아닌 착한 남편은 불가능해요

박 : "좋은 결혼 관계가 가능하려면, 남자가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페미니스트가 아닌 착한 남편이 가능한가. 가사노동 돌봄노동에 대한 평등한 감각이 있어야 되고요. 제 아내 친구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그 친구가 남편이 착하다고 그러는데. 애를 낳는데 해외 출장을 오래 가서 육아를 아내가 시어머니랑 같이 하는 상황이라 스트레스 많이 받는 것 같더라구요. 근데 남편이 둘째를 낳고 싶어 하는 거예요. 그래서 뭐가 착한 거지? 페미니스트가 아닌 착한 남편이란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결혼생활은 정말 물리적인 문제예요

박 : "저희는 결혼 전부터 많은 것들을 합의를 세세하게 보긴 했어요. 되게 구체적으로 이야기 했어요. 결혼 준비를 하면서부터 이 과정에서 돈을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 나는 요리 좋아하니까 요리 하고 아내는 재활용품 같은 거 캔 쌓이면 못 보니까 그런 걸 하고 서로 뭘 잘하고 뭘 좋아하는지는 아는 건 중요한 것 같고.

그게 가능했던 건 결혼 전에도 집 많이 놀러오고 그랬으니까요. 그래서 여건이 가능하다면 동거를 미리 하는 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결혼이란 게 정말 물리적인 거잖아요. 마음으로 평생 함께 하겠다 이런 거보다 화장실이 한 개인데 둘이 쓸 수 있는지 뭐 이런 것부터 해서. 몸이 부딪치는 일이고 공간을 점유하는 일이잖아요."

프랑스는 결혼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안 : "저는 그 생각을 해봤어요. 지금 애인과 결혼 안 하고 같이 산다고 했을 때 나중의 문제들. 예를 들어 의료보험 따로 내야 하고 제도적으로 누구 하나 죽었을 때 재산은 누구한테 갈 것이며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하니까 아찔한 생각이 들더라고요.

둘이서 계속 이 상태로 쭉 가도 문제가 없으면 참 좋겠는데 안 걸리는 게 하나도 없어요. 연금, 상속도 있고 한국은 상속은 유언장이 우선하지 않잖아요. 유족들이 소송 걸면 다 져요.

유학 갔던 프랑스는 진짜 결혼하는 사람 없어요. 자녀 키우는 사람도 결혼 안 하고 대부분 다 동거해요. 다 법적으로 보장되거든요. 예를 들어 프랑스도 시민결합 제도가 출산율 때문에 만들어진 거잖아요. 프랑스 시민 결합은 한 쪽이 그걸 깨고자 하면 그 제도가 깨지는 거예요. 아이가 있는 경우도 많이들 시민결합으로 하고 양육하는데 차별이나 지장이 전혀 없기 때문에. 결혼 안 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게 한국은 정말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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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회는 1987년 태어나 세상의 색깔들이 다채롭다는 것, 사람들의 생각들이 다양하다는 것, 그 사실이 만들어내는 두근두근한 가능성을 안고, 차별 없이! 평등하게! 공존하는! 세상을 향해 걸어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