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광주 북구는 최근 ‘범죄예방’을 목적으로 원룸 등 다세대 주택 출입구 상단에 반구형 ‘안심거울’ 100개를 설치했다.<사진=북구제공>
 광주 북구는 최근 ‘범죄예방’을 목적으로 원룸 등 다세대 주택 출입구 상단에 반구형 ‘안심거울’ 100개를 설치했다.<사진=북구제공>
ⓒ 광주드림

관련사진보기


광주광역시 북구가 원룸 등 다세대주택에 '안심거울' 100개를 설치했다. 북구에 따르면, 안심거울은 여성이 뒤따라오는 사람을 확인할 수 있어 범죄예방을 목적으로 공동주택 출입구에 설치됐다.

그러나 정작 여성들은 안심거울의 '실효성'에 고개를 젓는다. 안심거울이 CCTV에 견줄 정도로 소형이어서 가시성이 떨어지고, 사후 대책은 없이 거울만 설치한 것이어서 "별다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이는 피해자 스스로 범죄를 예방해야 한다는 부담을 지게 함으로써 오히려 범죄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문제는 외면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도 더해진다.

북구는 지난 7일 보도자료를 내고 북부경찰서와 연계해 관내 원룸 등 다가구·다세대주택 100개소에 안심거울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북구가 설치한 안심거울은 건물 출입 시 뒤 따라오는 사람을 확인 가능하도록 비춰주는 반구형 거울이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안심거울은 "범죄에 취약한 여성 등 사회적 약자가 뒤에 누가 따라오는지 금방 확인할 수 있어 심리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 또한 "범죄자는 자신의 얼굴이 노출돼 범행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북구의 설명이다.

거울이 "CCTV보다 훨씬 저렴하고, 반영구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사항이었다. 북구는 안심거울 설치를 위해 총 4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안심거울 하나 당 4만 원 꼴이다.

하지만 북구가 설치한 안심거울은 핵심 기능인 '가시성'조차 낙제점이라는 지적이다.

20대 여성 A씨는 거울을 보자마자 "너무 작다"고 말했다. "도로안전 볼록거울 정도라면 모를까 가시성이 떨어져 제대로 거울 기능을 할지조차 의문"이라는 것.

북구의 안심거울은 CCTV처럼 출입구 상단에 설치돼 있다. 안심거울의 크기는 지름 30cm 정도로 작은데 비해 사물과의 거리는 평균 1m 이상 떨어져 있어 가시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50대 여성 B씨는 "안심거울은 특히 어두운 밤에 역할을 하지 못할 것 같다"며 "환한 곳에서는 어느 정도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선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안심거울을 설치한 서울 중구나 충남 공주 등지에선 적절한 크기와 위치를 고려해 '미러시트(안심거울)'를 설치했었다.

또한 안심거울 설치로 범죄에 취약한 이들에게 사전 예방의 책임을 지움으로써 범죄의 근본적인 원인을 방치하게 하는 역효과를 낳는다는 비판도 잇따른다.

백희정 광주여성민우회 정책센터장은 "피해자가 사전에 범죄를 예상하고 바로 조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착오"라면서 "거울 설치로 인해 계속해서 범죄 요인을 인지해야 하는 주민들의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히려 범죄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는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것.

또한 백 센터장은 "CCTV 역시 화면에 담기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범죄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면서 "감시 장치를 난립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북구청 관계자는 "장소 선정부터 건물 소유주 동의 과정까지 북부경찰서의 의뢰에 따라 진행된 사업이고, 구청은 예산만 지원했다"며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곳 위주로 장소를 선정했기 때문에 아무런 장치도 없는 것보다는 나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 Copyrights ⓒ 광주드림 & gjdream.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제휴사인 <광주드림>에 실린 글입니다.



태그:#여성, #광주 북구, #광주드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광주를 드립니다. 꿈을 드립니다.’ 비영리 사단법인이 운영하며 무료로 시민들께 배포되는 일간신문 광주드림의 슬로건입니다. 2004년 4월22일 창간 이후 광주드림은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