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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조카 장시호씨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선고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최순실 조카 장시호씨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선고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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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협조하면 오히려 피해가 더 크다는 시그널이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특검 복덩이' 장시호씨 선고를 두고 비판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은 검찰 내부도 마찬가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지난 6일 삼성그룹 등에 영재센터 후원을 강요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순실씨 조카 장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이 구형한 징역 1년6개월 보다 1년이나 높은 결과였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가장 당황한 건 장씨 자신이었다. 그는 법정 구속을 명하는 재판장에게 발언 기회를 요청했다. "수사에 협조했던 것을 감안해 구속만은 면해 달라"고 다급하게 호소하기 위해서였다. "머리가 하얗게 돼 어떤 말씀을 드려야할지 모르겠다.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는데, 그 점을 좀 참작해주셨으면 한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수사와 재판에 적극 협조해 실체 규명에 기여한 점을 이유로 비교적 가벼운 형을 구형한 검찰에게도 예상 밖 결과였다.

검찰-법원 뚜렷한 온도차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지난 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이 되어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지난 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이 되어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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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를 두고 법조계에선 구속 영장 청구를 두고 부딪친 검찰-법원의 또 다른 신경전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검찰 '플리바게닝(수사 협조자에게 형벌을 감경해주는 일)'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는 얘기다.

선고 당일 만난 한 검찰 관계자도 "수사에 협조한 피고인에게 낮은 형량을 구형하는 걸 법원이 별로 좋지 않게 보는 것 같다"라고 평했다. 그는 "이런 법원의 판단은 일관됐었다"라며 "이례적인 일이 아니"라고 했다.

특히 플리바게닝을 도입하지 않은 우리 법 체계를 예로 들며 "과학적 증거로만 혐의를 입증하라는 건 특수 수사에선 이상적인 이야기"라며 "피의자가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제3자, 관련자의 진술로 입증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일례로 한 고위 공무원이 뇌물로 의심되는 현금을 ATM기에 입금한 기록은 있는데, 당사자가 돈의 출처를 밝히지 않고 버틴다면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이번 판결이 현재 진행 중인 국정원 수사 피의자들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그는 "법원이 플리바게닝에 제동을 걸었다는 게 보도된다면 제가 변호사라도 피의자에게 '끝까지 잡아떼라'라고 조언할 것 같다"면서 "수사에 협조해도 양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면 실체적 진실은 어떻게 밝힐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서 "만약 털어 놓은 진술이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그건 사악한 거짓말이겠지만, 실체를 드러냈는데 너도 무거운 죄에 가담했으니 똑같이 처벌받으라고 하는 건 형평에 맞지 않다"라며 "재판부가 이런 점까지 충분히 고려해 높은 형을 선고했다면 앞으로 선고할 다른 국정농단 사범들은 더 무겁게 선고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반면, 법원은 이를 모두 감안해도 검찰이 지나치게 낮게 구형했다는 입장이다. 법원관계자는 "일반 국민들에게 검찰 구형이 선고의 가늠자로 비춰지는 경향이 있지만 선고는 구형량과 무관하다"라며 "구형보다 선고 형량이 높았던 건 애초 재판부가 생각했던 형량보다 검찰 구형이 낮았다는 뜻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그는 "'특검도우미' 등 언론에서 비치는 이미지와 별개로 장씨의 범죄행위를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블랙리스트 경우 정책 집행 과정이고 참모들이 대통령의 지시를 무시할 수 없었다는 점이 있지만 장시호씨는 명백하게 자기 이득을 위해 움직였고 실제로 이득이 떨어졌다"라고 지적했다.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장씨가 최순실씨 등과 공모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직권을 남용, 삼성그룹과 한국관광공사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를 압박해 영재센터 후원금 18억여 원을 받아낸 혐의 등에 대해 모두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2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장씨가 검찰과 특검의 국정농단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실체적 규명을 밝히기 위해 협력한 것은 사실이지만 최서원(최순실)씨의 사익추구에 협력한 죄는 결코 가볍지 않다"라며 "장씨가 영재센터에 지급된 후원금을 직접 관리했고, 영재센터에서 최씨에게 돈이 나간 게 없고, 장기적으로 영재센터가 최씨의 사익 추구를 위한 것이었다 해도 범행 즈음에 범행의 이득을 가장 많이 본 것은 장씨"라고 지적했다.


태그:#장시호, #실형, #플리바게닝, #수사협조,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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