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울중앙지검 청사.
 서울중앙지검 청사.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수사팀장이기 전에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서울중앙지검 국정원수사팀을 이끄는 박찬호 2차장이 무거운 얼굴로 입을 뗐다. 하루 전 A4 1장짜리 입장문을 통해 정치·편파 수사 의혹을 반박했던 그는 재차 현재 진행되는 수사가 "반헌법 행위에 대한 수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 차장은 28일 오후 기자단과 티타임 자리에서 작심한 듯 수 분 동안 말을 쏟아냈다. '국정원에서 수사 받은 인원이 180명에 달하는 등 지나친 수사라는 정치권 입장에 수사팀장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을 받고 나서였다. 국정원 기능이 약화된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한 답이기도 했다.

그는 먼저 '정치 수사'라는 비난에 "이번 사건은 국가 기관에 소속된 공무원들이 정치적 중립과 국민에 대한 봉사 의무와 책임을 저버리고 혈세를 악용해서 반헌법적 범행에 나선 것"이라며 "결코 정치적 사건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 "국정원 정보 기능을 상실하게 한다는 주장도 이번 수사와 전혀 관련 없다"면서 "이번 수사는 공무원의 정치 개입 및 국민 차별, 기본권 침해 등에 대한 수사로 국정원의 정상적인 국가 안보·해외 정보 활동·대북 활동과 관련된 것이 전혀 없다"라고 토로했다.

이어서 "수사팀장이기 전에 국민 한사람으로서, 현재 우리 사회 가장 중대한 현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면서 "수사가 하루라도 빨리 진행돼 진실이 규명될 수 있도록 당분간 열일을 제치고서라도 수사에 적극 협조해달라"고 호소했다.

다음은 그의 발언 전문.

"건건이 반헌법적 행위... 결코 정치적 사건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불법적인 국내 정치공작을 지휘한 의혹을 받고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9월 26일 오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소환돼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 검찰 소환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불법적인 국내 정치공작을 지휘한 의혹을 받고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9월 26일 오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소환돼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이번 수사와 관련해 정치적 입장에 기초해 일방적으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여러 주장 있는 걸로 압니다. 어제 입장을 밝혔듯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건 정치적 수사도 아니고 국가 정보기관 약화와도 관련 없는 사건이라는 것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이번에 드러난 사례들은, 헌법과 상식에 비춰보면 건건마다 반헌법적 범행이지 결코 정치적 사건이 아니라는 걸 명백히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언론에 보도된 사건 위주로 잘 살펴보더라도 국가 기관에 소속된 공무원들이 정치적 중립과 국민에 대한 봉사 의무와 책임을 저버리고 혈세를 악용해서 국민을 상대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처럼 차별하고, 이석수 감찰관실 동향 조사 건처럼 뒷조사 하고, 문체부 공무원 인사 조치처럼 사찰하고, 어버이연합 DJ묘 부관참시 퍼포먼스·문성근 사무실 앞 시위 건처럼 협박하고, 연예인 김규리 건처럼 인신공격하고,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 문건처럼 흑색선전하고, 문성근·김여진 합성 사진처럼 명예를 훼손하고, MBC 방송장악 문건·방송 퇴출 공작 건처럼 직장에서 내쫓고, 연예인 출연 제재 건처럼 생계를 위협했습니다. 

그것뿐입니까. 연예 기획사 세무조사와 국정원 댓글 재판을 방해해서 사법절차를 방해했고, 대법원장 비난 광고 및 시위, 판사 모형 화형식처럼 사법부를 비난하고, 명진스님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건처럼 종교인을 공격하고, 여야 정치인 관련 허위 사실 유포 건처럼 정치인을 공격하고, 군 사이버사 채용 건처럼 국가 공무원 시험 시 차별하고 , DJ 노벨상 취소 청원 건처럼 국제관계에서 국격을 훼손하고, 댓글사건처럼 불법으로 정치와 선거에 관여하는 등 건건이 국가 공무원으로서 의무를 무시한 채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고,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한 사건입니다. 

결코 정치적 사건에 대한 수사가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국정원 정보 기능을 상실하게 한다는 주장도 이번 수사와 전혀 관련 없습니다. 이번 수사는 앞서 건건이 말씀드렸듯이 국가 안보나 대북 활동과 관련 없는 공무원의 정치개입 및 국민 차별, 기본권 침해 등에 대한 수사입니다. 국정원의 정상적인 국가 안보·해외 정보 활동·대북 활동과 관련된 것이 전혀 없습니다. 

많은 사람을 불러 조사했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도, 이 사건은 당연히 많은 사람을 조사할 수밖에 없는 사건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한건 한건이 심각한 반헌법적 범행이고, 여러 해 동안 장기간 은밀하고 복잡한 과정을 걸쳐 추진된 일이고, 관련자가 다수입니다. 수사를 통해 밝히는 과정 또한 다른 사건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건건마다 진실 규명을 위해 여러 사람 조사할 수밖에 없는 사건입니다. 이 건과 관련된 국정원 관계자 다수가 힘들지만 진실을 규명하고 잘못 바로잡아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협조하고 있습니다. 

수사팀장이기 전에 국민 한사람으로서, 현재 우리 사회 가장 중대한 현안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국정원 직원이기 전에 국민 한사람으로서 수사가 하루라도 빨리 진행돼 진실이 규명될 수 있도록 당분간 열일을 제치고서라도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 수사팀도 추석명절이나 주말에 거의 쉬지 못하고 수사에 매달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시 한 번 대상자들, 관계자들, 그리고 기자 여러분께서도 적극 협조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저희 수사팀은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대해서, 결코 그런 게 아니라는 마음가짐으로 수사하고 있습니다. 요즘 헌법 관련 책을 정독까지는 아니더라도 짬짬이 다시 보게 됐습니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 사건의 내용이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헌법 전문부터 해서 각 조항 살펴보면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국정원과 군의 정치개입 사건의 수사 의미를 기자 여러분들도 잘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서 달리 볼 수는 있겠지만, 너무 그런 측면을 강조해서 우리 수사를 평가하거나 보도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입니다." 


태그:#국정원, #검찰, #국정원수사팀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