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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으로 대피한 이재민들이 흥해실내체육관에 가득 모여 있다. 이들은 여진과 조그만 땅흔들림에도 깜짝깜짝 놀라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포항 지진으로 대피한 이재민들이 흥해실내체육관에 가득 모여 있다. 이들은 여진과 조그만 땅흔들림에도 깜짝깜짝 놀라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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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으로 주민들이 대피해 있는 흥해실내체육관 앞 주차장에서 자원봉사자들이 17일 오후 이재민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포항 지진으로 주민들이 대피해 있는 흥해실내체육관 앞 주차장에서 자원봉사자들이 17일 오후 이재민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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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포항 흥해실내체육관에 모여 있던 이재민들이 갑자기 "악"하고 비명을 질렀다. 비명소리에 깜짝 놀란 주민들은 우왕좌왕하며 어쩔줄 몰라 두리번거렸다. 오후 6시 57분 15초쯤 포항시 북구 북북서쪽 6km 지점에서 규모 2.6의 여진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저녁 식사를 하거나 식사를 마친 주민들이 체육관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건물이 흔들리자 혼비백산하듯 일어서거나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이어 흔들림 현상이 계속되자 밖으로 피신하는 주민도 있었다. 이들은 밤새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흥해실내체육관은 지난 15일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으로, 건물에 균열이 가고 기울어진 대성아파트 주민들이 대부분 대피해 지내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약 800여 명의 이재민들이 언제 집으로 돌아갈지 기약도 없이 애를 태우고 있다.

땅 흔들림이 잦아들자 체육관 안에 마련된 임시진료소에는 많은 사람이 줄을 섰다. 손자와 함께 이곳에 피신해 있는 김용학(82) 할머니는 "쿵하는 소리를 들으니까 심장이 벌렁벌렁하고 어지러워서 약을 타러 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손자가 속이 안 좋다며 소화제를 하나 더 받아갔다.

이은경 포항시약사회 부회장은 "지진 때문에 놀란 주민들이 조금만 소리만 나도 놀라서 달려온다"면서 "주로 어지러움을 호소하고 두통약과 어깨가 결린다며 파스 등을 많이 가져가신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발생한 지진으로 건물 외벽 타일이 떨어지고 출입구가 무너진 포항시 환호동 대동빌라 입구,.
 지난 15일 발생한 지진으로 건물 외벽 타일이 떨어지고 출입구가 무너진 포항시 환호동 대동빌라 입구,.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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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포항 지진으로 포항시 환호동 대동빌라 건물 일부의 외벽이 무너지면서 내부 공간이 드러나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 포항 지진으로 포항시 환호동 대동빌라 건물 일부의 외벽이 무너지면서 내부 공간이 드러나 보이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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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체의 벽돌이 떨어지고 계단 난간의 철근이 드러나는 등 피해를 입은 대동빌라 주민들은 흥해읍 대도중학교에 대피해 있다. 대동빌라에는 모두 81세대 160여 명이 살고 있지만 주민들이 모두 대피한 이후에는 유령 도시처럼 음산하기만 하다.

대동빌라 앞에는 부천시의회 의원들이 방문해 지진으로 무너진 참상을 지켜보다 가고, 전라남도 자원봉사단이 다녀가는 등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들은 참상을 휴대전화를 이용해 사진을 찍었다.

이를 지켜본 한 주민이 경찰이 출입을 막고 있는 빌라 앞에 앉아 푸념을 늘어놓았다. 김아무개(35)씨는 "우리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은 좋지만 마치 구경 온 것처럼 사진만 찍고 가는 모습이 보기가 좋지 않다"면서 "지원하러 왔으면 조용히 왔다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으로 대동빌라 벽체 일부의 타일이 떨어져 나갔다.
 지난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으로 대동빌라 벽체 일부의 타일이 떨어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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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으로 대동빌라 주차장에 부서진 자동차가 그대로 방치돼 있다.
 지난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으로 대동빌라 주차장에 부서진 자동차가 그대로 방치돼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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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집에서 옷 한 벌만 가지고 나왔는데 경찰이 막고 있어서 집 안이 어떻게 됐는지 걱정이 된다"며 "아무것도 가지러 갈 수 없어 답답한데 아직까지 대책도 없이 학교 강당에만 있으라고 하니 속상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걱정도 되고 답답해서 집에 들어가 보고 싶지만 그냥 있으라고만 한다"며 "몇몇 주민들이 시청에 몰려가 항의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한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답해 했다.

필로티(piloti 벽이 없는 1층 기둥) 구조의 다세대주택인 장성동 크리스탈 원룸에는 1층 기둥 8개 중 3개가 파손돼 건물이 한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집주인은 시공사에 의뢰해 가설지지대 13개를 받쳤지만 기울어진 건물은 제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김성호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부회장은 부서진 기둥을 가리키며 "건물을 받치고 있는 기둥에 들어가는 철근과 벽체와의 거리가 4cm가 정상인데 이 기둥은 마감재를 제외하고도 5cm로 건축법에 위반 된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그러면서 "지진이 발생하면 기둥이 휘어지는 것을 철근이 방어하고 압축력으로 누르는 것은 콘크리트가 방어하는데 철근의 위치가 안쪽으로 들어가면 방어능력이 떨어진다"며 "내진능력이 저하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필로티 건물에 대한 법적 문제도 제기했다. 우리나라 건축법에는 6층 이상인 건축물에 대해서만 구조기술사가 설계를 하도록 되어 있는데 5층 이하의 건축물도 구조기술사가 설계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포항 지진으로 기둥이 부러지고 건물이 기울어진 포항시 북구 장성동 필로티 건물인 크리스탈 원룸 모습.
 포항 지진으로 기둥이 부러지고 건물이 기울어진 포항시 북구 장성동 필로티 건물인 크리스탈 원룸 모습.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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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으로 완전히 무너진 필로티 구조의 건물인 포항시 북구 장성동 크리스탈 원룸 기둥.
 포항 지진으로 완전히 무너진 필로티 구조의 건물인 포항시 북구 장성동 크리스탈 원룸 기둥.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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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인 최아무개씨는 "어제 시공사에 요구해 임시로 지지대를 설치했다"면서 "지금 11세대가 살고 있는데 모두 피신했다. 시청에 연락해 집에 들어가도 되는지 확인해 달라고 했지만 아무런 답이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최씨는 "시청에서는 위험하니까 들어가지 못하게만 할 뿐 아무런 대책도 세워주지 않는다"면서 "옷가지라도 가지고 나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더니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말해 한심하다"고 말했다.

김성호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부회장이 17일 오후 포항시 북구 장성동 필로티 건물인 크리스탈 원룸에서 포항 지진으로 무너진 기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성호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부회장이 17일 오후 포항시 북구 장성동 필로티 건물인 크리스탈 원룸에서 포항 지진으로 무너진 기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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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으로 기둥이 부러진 경북 포항시 북구 장성동 필로티 건물인 크리스탈 원룸 1층에 가설지지대를 이용해 건물을 지탱해 놓았지만 주민들은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포항 지진으로 기둥이 부러진 경북 포항시 북구 장성동 필로티 건물인 크리스탈 원룸 1층에 가설지지대를 이용해 건물을 지탱해 놓았지만 주민들은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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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중앙안전대책본부와 경상북도에 따르면, 18일 오전 8시 현재 부상자는 모두 72명으로 이중 14명이 입원해 있고 58명은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하지만 날아온 벽돌을 맞고 쓰러진 70대 할머니는 아직까지 의식불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유시설의 피해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장성동 크리스탈 원룸의 기둥이 파손되고, 두호동 시영아파트와 환호동 대동빌라가 전파 수준으로 피해를 입었다. 흥해읍 대성아파트 한 동이 기우는 등 반파 2채를 포함해 주택 1090동이 피해를 입었다. 공장도 77곳이 건물에 균열이 생기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상가 84곳과 차량 38대도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

공공시설도 도로가 균열된 곳이 5곳이다. 상수도 45곳, 학교 106곳, 면사무소 등 공공건물 33곳, 국방시설 16곳, 영일만항 등 항만 23곳, 문화재 12곳이 피해를 입었다. 경주와 구미, 경산, 울산 등에서도 학교와 문화재 등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이재민의 숫자는 조금 줄었다. 전날까지 1800여 명에 이르렀던 이재민은 이날 오전에는 1361명으로 줄었다. 아직까지 여진이 계속되고 있지만 대피소가 불편하거나 걱정이 앞서 집으로 돌아간 주민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태그:#포항 지진, #흥해실내체육관, #대성아파트, #대동빌라, #필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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