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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6일, 김승섭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가 "혐오, 차별, 그리고 학교"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본 강연은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의 주최로, 서울시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김 교수는 1970년 미국의 어느 교사가 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던 실험을 예시로 '차별받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몸으로 느끼는' 교육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마틴 루터 킹이 암살되고, 미국의 제인 엘리엇이라는 초등학교 교사가 10살 남짓 된 백인 학생들에게 "흑인이 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질문을 던졌어요. 백인 학생들에게 '흑인이 된다는 것'의 느낌을 경험토록 하기 위해, 이 선생님은 선언을 했습니다. "여러분의 눈동자를 보면 파란 눈동자와 갈색 눈동자가 있어요. 그런데 멜라닌이 많은 갈색 눈동자들이 더 똑똑하답니다."

그 뒤로 갈색 눈동자를 가진 학생들이 특혜를 누리기 시작해요. 새로 지은 놀이터를 이용하고, 쉬는 시간을 5분 더 누리고, 교실 앞자리에 앉는 특혜를 갈색 눈동자 아이들만 누려요. 그러자 신기하게도 자연스럽게 학생들 사이에서 차별 현상이 나타났어요. 갈색 눈동자 아이가 파란 눈동자 아이를 괴롭히며 "넌 열등한 아이니까 우리한테 사과해"라고 하자 파란 눈동자 아이가 사과를 해요.

그러던 중 엘리엇 선생님은 실험 방식을 바꿔요. 사실 파란 눈동자가 더 똑똑하고, 갈색 눈동자가 열등하다고요. 그런데 신기한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한 번 괴롭힘을 당해 보았던 파란 눈동자 학생들은 이전의 갈색 눈동자 학생들에 비해 훨씬 너그러웠던 거예요.

김 교수는 차별에 대한 직간접적 경험이 차별에 대한 감수성을 높인다는 점을 위 실험 결과를 통해 설명했다. 또한 김 교수는 혐오와 차별을 받는 사람들의 고통을 '사자를 만나는 것'에 비유하기도 했다.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맨몸으로 사자를 맞닥뜨렸을 때 느끼는 공포와 긴장에 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매일 사자를 봐요. 차별이 그런 겁니다."

강연하는 김승섭 교수
 강연하는 김승섭 교수
ⓒ 강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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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혐오와 차별의 경험은 일회적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며, "흑인 환자가 어느 날 백인 의사에게 인종차별적인 모욕을 듣는다면, 이후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더라도 병원에 갈 때마다 긴장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물리적 폭력을 겪을 때 인식하는 뇌의 부위와 사회적 차별을 겪을 때 인식하는 부위가 같다고 설명하며, 혐오와 차별은 몸 자체를 변화시킨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혐오와 차별이 만연한 한국 사회가 변화해야 한다고 역설하며, 이를 위해 특히 학교 교육이 변화해야 함을 주장했다.

"국가인권위에서 중고등학교 교사 100명을 대상으로 '동성애가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어요. 그랬더니 40명 정도가 그렇다고 답했어요, 국가인권위에서 하는 공식 설문이었는데도요. 미국의 경우 인종차별을 비롯한 차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드러내놓고 차별하면 체면이 안 선다는 의식이 있거든요. 한국은 그런 것조차 없지요."

김 교수는 특히 지난 몇 년간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들이 겪어야 했던 편견과 대우가 우리 사회의 폭력적인 문화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시체팔아 대학갔다'라는 말은 피해자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이에요. 당시 정권은 피해자인 유가족과 생존자들이 마치 보상을 받는 특권층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고, 사람들은 그에 편승해 피해자들을 비난했지요. 특히 생존 학생들은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더욱 함부로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일이 많았습니다."

본 강연은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준비한 <촛불 1년, 광장의 민주주의를 청소년의 삶으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연속특강>의 네 번째이자 마지막 시간으로 마련되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청소년 참정권 보장과 어린이청소년인권법 및 학생인권법 제정을 위해 지난 9월 결성된 전국 연대체이다.


태그:#김승섭, #청소년, #인권, #촛불청소년인권법,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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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진입니다. 현재는 청년정의당 대표로 재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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