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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상납해 국고손실 혐의로 검찰에 의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위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한후 질문하는 취재진을 뚫고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7.11.16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상납해 국고손실 혐의로 검찰에 의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위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한후 질문하는 취재진을 뚫고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7.11.16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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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남재준 전 국정원장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법정으로 '직진'했다. 어쩌면 그에겐 구속 전 국민 앞에 마지막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도 말이다.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을 캐묻는 취재진은 또 다시 거칠게 밀쳐졌다.

남 전 원장은 16일 오전 10시 19분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예정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 4번 출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중앙지검 소유 은색 승합차에서 내린 그는 미리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을 향해 꼿꼿한 자세로 걸어 들어왔다.

사과·입장 표명 없이 법정으로 직진

하지만 포토라인 앞에서 멈추지는 않았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이 '누구의 지시를 받고 청와대로 특수활동비 상납을 시작했느냐'고 물었지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법정으로 올라갔다. 국가 안보활동에 쓰도록 제한된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청와대로 수십억 원 흘러간 사태에 대한 사과나 입장 표명 역시 없었다. 

남 전 원장은 앞서 8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양석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을 때도 각종 의혹에 "쓸 데 없는 소리"라고 일축했을 뿐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대신 "국정원 직원이 헌신과 희생에 대해 찬사를 받지는 못할망정 수사를 받다가 목숨을 끊는 참담한 현실에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낀다"며 검찰 수사에 불만을 표했다. 

이날 법원에서는 전직 국정원장 3명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오후 2시에는 박근혜 정부 마지막 국정원장인 이병호 전 원장이, 오후 3시에는 국정원장으로 근무하다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병기 전 원장이 출석한다.

현재까지 검찰이 밝힌 바에 따르면 국정원 특수활동비는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 3개월 후인 지난 2013년 5월부터 임기 전반에 걸쳐 매달 5천만~1억 원씩, 최소 40억 원이 청와대로 상납됐다. 이 돈은 청와대 몫의 특수활동비와 완전히 분리된 채 은밀하게 보관되고 집행됐다. 검찰관계자는 이 돈의 용처를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공적 목적이 아니라 사적으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검찰은 전직 국정원장 세 명에게 특가법 상 국고손실 등 혐의로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나아가 전직 국정원장 3명 모두가 구속 위기에 처한 초유의 사태를 두고 검찰은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국가 안보를 위해서만 쓰여야 할 공작비가 최고위급 공무원에 의해 사적으로 유용된 사건이기에 대단히 죄질이 중하다"고 했다. 또 "책임은 권한에 비례해야 한다"면서 "국정원장은 이미 구속된 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보다 더 중요한 자리에 있었음이 명백하기에 형평성만 봐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이들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16일 밤 늦게 결정된다.


태그:#남재준, #구속,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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