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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재단 사람 박래군 소장
 인권재단 사람 박래군 소장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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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금' 인권파티, <인권이즈히어>에 초대합니다.

지난 9월 스토리펀딩 <인권이즈커밍>을 시작할 때는 잊고 있었던 지난날들이 기억났습니다. 인권활동가들의 삶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그를 통해서 인권운동을 사람들이 더 잘 이해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이 기획이 잘 된 것인지 고민도 되었습니다. 저의 인권운동을 되돌아보는 기회도 되었습니다.

지금의 저는 아주 잘 나가는 인권활동가입니다. 인권운동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언론과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립니다. 저에 대한 비난은 감수할 만한 수준의 것들입니다. 그러나 인권운동을 시작한 초기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의 '의문사'를 해결하라고 할 때부터, 고문으로 피해를 당한 이들의 문제를 풀기 위해 동분서주할 때부터, 인권유린이 난무하는 장애인 복지시설의 실태를 조사하고 폭로할 때부터, 저도 숱한 비난과 욕설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너만 잘 났냐', '인권운동 하는 것들 까칠하다'는 비난 속에서...


세월호 참사가 났을 때 국민대책회의와 4.16연대를 만들어 활동할 때도 그랬습니다. 네가 뭔데 나서서 세상을 시끄럽게 하냐, 과거의 문제를 자꾸 끄집어내어서 어떻게 하려고 하냐, 문제만 폭로하지 현실은 모르는 순진한 행동이 아니냐, 너만 잘 났냐, 인권운동 하는 것들은 너무 까칠하다는 말까지 온갖 비난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그런 속에서 맷집을 키웠고, 웬만한 비난에도 이제는 흔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수많은 갈등과 고민이 뒤따랐습니다. 더욱이 내가 도움을 주려고 했던 피해자들로부터도 오해를 받는 일이 있을 때는 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걸 안으로 삭이면서 살아온 것뿐입니다.

인권활동가들이 자신을 드러내고 자신이 뛰는 현장을 소개하는 글들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오마이뉴스 기자가 인권활동가를 만나서 인터뷰하고, 그 스토리를 기반으로 써낸 글들은 분명 잔잔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렇지만 소수자들의 문제를 끌어안고 현장을 뛰고 있는 몇몇 인권활동가들의 이야기에 퍼부어졌던 악성댓글들은, 참으로 보기 괴로웠습니다. 이곳에서도 세상의 모든 혐오표현이 그대로 재현되었습니다. 아마 성소수자 활동가에 대한 글에 댓글 쓰는 걸 허용했다면 더욱 더 그랬을 것입니다.

"죽어서 화장 하면 사리가 한 가마니는 나올 거야"

저는 이 연재를 시작하면서 저의 꿈을 말했습니다. "인권활동가들이 좌절하고, 절망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인권현장을 지키고 더욱 풍부하게 인권의 나무를 키워서 숲을 만들어가는 그런 꿈" 말입니다. 그런데 정작 이 연재를 시작한 뒤 악성댓글은 훨씬 극성스러워졌습니다. 물론 인권활동에 대한 이해와 지지, 응원의 댓글도 적지 않았습니다.

만약에 장애 인권활동가가 없다면 지금처럼 장애인들이 거리를 활보할 수 없었을 것이고, 아마도 훨씬 더 많은 장애인들이 시설과 집에 갇혀서 평생을 살았을 것입니다. 성소수자 인권활동가들이 두려움을 이기고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면 훨씬 더 많은 성소수자들이 죽음을 선택했을 겁니다.

이주민 인권활동가들이 이주민들의 편에 서지 않았다면 훨씬 더 심각한 차별과 인권침해에 신음했을 겁니다. 병역거부 인권활동가들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주장하고 감옥에 가지 않았다면 군의 인권현실은 더욱 참담했을 겁니다. 지역의 인권활동가들이 없었다면 지금 지역의 인권조례와 인권센터들이 만들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이런 비난과 악성댓글에 워낙 단련이 되어서인지 해당 활동가들의 반응은 의외로 담담했습니다. 우리는 가끔 농담을 하고는 합니다. "죽어서 화장을 하면 온몸이 사리가 한 가마니는 나올 거야."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렇게 안으로 삭이는 비난과 욕이 건강을 해칠까 걱정도 되고, 아니면 절망감을 안고 인권활동을 그만두지 않을까 걱정도 많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 도리어 이 연재를 시작한 걸 후회하게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온갖 비난과 혐오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인권활동가의 존재가 더욱 소중하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이 바로 그 악성댓글을 통해서 드러났습니다. 싸워야 할 '적'이 보이지 않을 때가 가장 불안할 때입니다. 그 상대가 모습을 보이고 그 실체를 볼 수 있으면 그에 맞서는 방법도 찾게 되기 마련입니다.

11월 10일, 불금에 하는 인권파티

인권파티 <인권이즈히어> 포스터
 인권파티 <인권이즈히어> 포스터
ⓒ 인권재단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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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활동가란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지금 당장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인권의 보편성을 위해서 헌신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인권활동으로 인해서 소수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용기를 내어서 그 존재를 드러내고 자신의 존엄함을 입증해왔습니다. 이런 활동들이 있었기에 우리 사회는 이만큼이라도 인권을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인권의 문화와 가치가 뿌리내리기에는 아직은 척박한 현실이지만 구체적인 현장에서 약자와 소수자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현실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들을 존중합니다. 우리 사회도 곧 인권활동가들을 존중하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으면서 약자와 소수자를 대변하고 그들의 권리를 옹호하려는 이들, 겸허하게 그들의 말을 경청하고 같이 울고 웃으면서도 결국 세상 속으로 일어서 걸어 나오도록 손을 잡아 끌어주는 이들, 이런 이들이 있는 한 인권운동은 앞으로 진전해갈 수 있으리라 믿어 봅니다. 인권활동가들이 모두가 인간으로 존중받는 세상을 향한 그런 꿈을 향해 걸어나갈 수 있도록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그래서 11월 10일, 작은 파티를 준비했습니다. 글 속에서 만났던 인권활동가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입니다. 인권운동에 관심이 있고, 인권활동가들이 하는 일에 지지와 응원을 보내고 싶은 분들이라면 누구든 환영합니다. 스토리펀딩의 모금에 참여하신 분들이라면 더욱 환영합니다. 맥주와 음악이 있는 늦가을 밤에 인권활동가들의 이야기에 흠뻑 취할 수 있을 수 있습니다. 글로 다 하지 못한 지지의 마음을 나눠주실 분들을 찐하게 초대합니다!

일정 : 11월10일(금) 19:00 - 22:00
장소 : 이리카페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3길 27, 상수역 6호선)
※ 상수역은 이동약자를 위한 엘리베이터가 없습니다. 리프트는 있습니다. 엘리베이터가 필요한 경우, 합정역 또는 광흥창역을 이용해주세요.
사전신청 : https://goo.gl/A9Dcmx
※ 사전신청 시 음료교환권을 드립니다! ^^ (맥주 또는 음료 교환 가능, 1인 1매)
주최 : 인권재단사람, 오마이뉴스
문의 : 02-363-5855 saram@hrfund.or.kr
※ 인권이즈커밍 후원하기 https://storyfunding.kakao.com/project/16951


태그:#인권, #인권이즈커밍, #박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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