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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시 우성면 옥성양수장 수문도 농번기가 끝나고 열어 놓았다.
 충남 공주시 우성면 옥성양수장 수문도 농번기가 끝나고 열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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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문이 열렸다. 4대강 수문이 열린 건 아니다. 4대강으로 흘러드는 지천의 수문이 열린 것이다. 졸졸~ 흐르는 강물은 맑았다. 모래알이 떼굴떼굴 굴러 내린다. 모래섬도 만들어졌다. 작은 물고기들은 상류로 거슬러 오른다. 하얗게 모여든 백로들도 물고기 사냥에 푹 빠졌다.

10월 31일 찾아간 공주보에 하얀 서리가 내렸다. 손끝이 짜릿짜릿 아릴 정도로 기온이 뚝 떨어졌다. 콘크리트에 가로막힌 강물은 안개로 뒤덮였다. 파릇파릇하던 칡넝쿨도 축 처졌다. 바람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이다. 금강도 멈춰버렸다. 

노랗게 익은 황금 들녘은 가을걷이에 바쁘다. 수확이 끝난 논에는 비닐로 칭칭 감아놓은 하얀 (곤포사일리지) 곤포들만 쌓였다. 금강으로 흘러드는 (공주시) 정안천 작은 수문이 열렸다. 유구천 옥성양수장의 수문도 활짝 열렸다. 용성천을 가로막은 수문은 눕혀졌다.

충남 공주시 의당면 오인리 정안천을 가로막았던 수문도 농번기가 끝나면서 활짝 열렸다.
 충남 공주시 의당면 오인리 정안천을 가로막았던 수문도 농번기가 끝나면서 활짝 열렸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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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흘러가는 지천의 강물은 티 없이 맑다. 강바닥에 쌓였던 부유물도 깨끗하게 사라지고 있다. 투명하게 빛나는 강바닥은 뽀얀 속살을 드러냈다. 꼬리를 흔들며 노니는 물고기의 작은 움직임도 뚜렷하다. 물속을 첨벙대는 기자를 보고 농부가 웃음을 짓는다.

"가둬두면 썩는 것이여."
"농사 끝났으면 터줘야 (강물) 그놈도 살 거 아녀."

금강으로 흘러드는 유구천의 수문이 열리면서 물이 맑아지고 상류에서 쉼 없이 모래가 흘러내리고 있다.
 금강으로 흘러드는 유구천의 수문이 열리면서 물이 맑아지고 상류에서 쉼 없이 모래가 흘러내리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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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시 우성면 옥성양수장 부근에서 만난 농민의 말이다. 수문이 열린 지 한 달쯤 되었다고 한다. 농번기가 끝나면 해마다 수문을 열어 놓는다고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다음 해 맑은 강물로 농사를 짓기 위해서다.

논산시에서 흘러드는 논산천의 수위도 낮아졌다. 강변은 은빛 물결 억새밭이다. 물가에 늘어진 버드나무는 여전히 푸르다. (논산시) 등화배수장과 봉화배수장도 농번기가 끝나 수문을 활짝 열어 놓았다. 물 빠진 배수장의 진흙 바닥은 햇살에 쩍쩍 갈라지고 있다. 방축배수펌프장 수로에는 낚시꾼들이 타고 온 차량이 즐비하다.

충남 논산시 등화배수장을 가득 채웠던 물이 빠지면서 진흙 바닥이 드러나고 쩍쩍 갈라지고 있다.
 충남 논산시 등화배수장을 가득 채웠던 물이 빠지면서 진흙 바닥이 드러나고 쩍쩍 갈라지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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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펌프장을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 논산 담당자는 "농번기 급수가 끝나서 열어놓은 것이다. 하천변 배수장은 수위가 낮을 때는 열어 놓고, 비가 오거나 역류 가능성이 있을 때만 닫아 놓는다. 배수펌프장도 (농번기) 농업용수 사용이 끝나고 물 사용량이 없어서 열어놓은 것이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왔다는 낚시꾼은 "지난밤 손맛 좀 봤다. 예전에는 금강 본류로 다녔는데, 지금은 지천으로 온다"고 했다. 이유를 물어봤다. 그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막히면 썩잖아요. 썩으면 물고기도 살지 못하죠. 잡은 물고기는 먹지도 못하잖아요. 머리 식히려고 기분 좋게 낚시 와서 썩은 강으로 갈 순 없잖아요. 4대강 수문 개방한다고 하던데, 요즘은 4대강 이야기도 쏙 들어가 버렸네요."

금강으로 유입되는 세종시, 공주시, 부여군, 논산시, 익산시까지 지천의 수문은 대부분 열리고 눕혀져 있었다. 흐르는 물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녹조가 발생하고, 부유물로 탁한 강물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본류에서 사라졌던 새들도 흔하게 만날 수 있었다. 

미동도 없이 공주보에 갇힌 강물에서 스멀스멀 안개가 피어나고 있다.
 미동도 없이 공주보에 갇힌 강물에서 스멀스멀 안개가 피어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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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에 접어들었다. 문 대통령은 4대강 검증과 수질개선을 위해 수문개방을 약속했다. 지난 6월 1일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16개 보 중 6개의 보의 수위를 낮췄다. 공주보의 수위도 20cm가량 찔끔 낮아졌다. 그러나 수질개선의 효과는 없었다.

4대강에 갇힌 강물은 여전히 탁하다. 정부의 4대강 수문개방의 해법, 가을걷이가 끝나면 수문을 열어 놓는 농민들로부터 찾기 바란다.

황금으로 물들었던 들녘이 가을걷이가 끝나면서 하얀 곤포사일리지들만 쌓여 있다.
 황금으로 물들었던 들녘이 가을걷이가 끝나면서 하얀 곤포사일리지들만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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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4대강 사업, #수문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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