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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농민헌법 운동본부가 '농민헌법, 촛불헌법 실현을 위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농민헌법 운동본부가 '농민헌법, 촛불헌법 실현을 위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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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년 동안 농민들은 소외돼 왔습니다. 이번 개헌에서마저 배제되면 우리 농업은 더 이상 기회가 없어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농민헌법, 촛불헌법 실현을 위한 기자간담회'가 끝날 무렵,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의 말이었다. 그는 간담회 전 기자와의 통화에서 "바쁘신 줄 알지만 꼭, 꼭 좀 와서 관심 가져주세요"라고 연신 당부했다. 그는 농민들의 목소리가 정치와 언론에서 너무 소외돼 왔다고 걱정했다.

"농민들 얘기를 좀 알려야 하는데... 1987년 개헌 이후 우루과이라운드, WTO, FTA 등 농민들에겐 늘 위기의 연속이었는데 헌법은 아직도 그대로예요. 정말 절박합니다."

이날 간담회장에서 만난 기자에게 박 정책위원장은 "와줘서 다행"이라며 활짝 웃어 보였다.

30년만의 개헌, "농업의 공익적 성격 인정해야"

'농민권리와 먹거리기본권 실현을 위한 헌법개정 운동본부(농민헌법운동본부)' 주관으로 열린 이날 간담회는 주로 농민의 기본권과 식량주권, 먹거리 기본권이 헌법에 포함돼야 하는 필요성을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농민헌법운동본부는 지난 달 21일 발족해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가톨릭농민회 등 44개 단체가 참여 중이며 오는 18일에는 공식 출범식을 연다.

농민헌법운동본부에서 연구팀장을 맡은 윤병선 건국대학교 경영경제학부 교수는 "헌법은 심각한 경제·사회적 차별을 막기 위해 노동자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이란 형식으로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지만 농민들에겐 그러한 장치조차 없었다"라며 "사회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농민들에게 그에 버금가는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또 "농업이 수행하는 공익적 성격은 시장을 통해서는 적절히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기에 국가가 정책적 개입을 강제토록 할 필요가 있다"면서 "헌법에 관련 조항이 명시되면 농업, 농촌, 식품 산업 관련 법 조항이나 정책 변화도 이뤄질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헌법 개정의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윤 교수는 헌법에 농업 관련 조항을 포함하는 것이 비단 농민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도 했다. 그는 "농민 헌법이 단순히 농민들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보장받아야 마땅할 먹거리에 대한 권리와 직결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그러면서 ▲ 모든 국민의 먹거리 기본권 ▲ 농지에 대한 농민의 권리 보장 ▲ 국토개발 명목으로 농업의 다원적 기능 훼손 방지 ▲ 농민의 경제사회적 지속가능성 담보 ▲ 여성 농민의 권리 향상 ▲ 농촌 지역 공동체의 지속가능성 확보 등을 헌법에 명시할 것을 제안했다.

"독일·스위스 헌법에도 농민 권리·먹거리 기본권... 시대적 추세"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민헌법, 촛불헌법 실현을 위한 기자간담회'에서 윤병선 건국대학교 교수가 토론하고 있다.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민헌법, 촛불헌법 실현을 위한 기자간담회'에서 윤병선 건국대학교 교수가 토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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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농업·농민의 권리가 포함된 해외 사례도 소개됐다.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은 '국민에 대한 식량의 안정적인 공급 보장'을 포함하고 있는 '스위스 연방헌법(제 104조)'이나 '가격과 급여를 일반적인 경제상황에 맞게 형성하고 시장을 조정해 농민이 적절한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독일 바이에른 주 헌법(제 164조)' 등을 사례로 들며 "먹거리 생산자인 농민의 권리나 그 생산 기반이 되는 농업에 대한 국가의 지원과 의무를 명시하는 사례는 매우 많다"고 설명했다.

장 소장은 이어 "유엔 인권이사회가 지난 5월 표결을 통해 농민권리선언문 초안을 의결했고, 2018년도 유엔 총회에서 국제 규범으로 의결하기 위한 절차가 진행 중에 있다"며 "헌법조항에 농민 권리를 신설하는 것은 국제적인 흐름에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헌법은 미래에 대한 지향점을 담아내야 한다"며 ▲ 먹거리 소비자인 국민의 권리와 국가 의무 ▲ 먹거리 생산자인 농민의 권리와 국가의 의무 ▲ 농업의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에 대한 명문화 ▲ 경자유전의 원칙 조항 유지 등을 헌법 조항 항목으로 제시했다.

간담회를 지켜보던 박형대 정책위원장은 "각계 각층의 여러 목소리들이 있다는 것을 매일 느끼고 있다. 조항을 미리 만들어놓고 관철해 내자는 차원을 넘어서, 촛불이 만들어낸 30년만의 개헌 기회라는 점을 생각해 농민을 비롯한 다양한 국민 의견을 모아가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태그:#농민, #개헌, #농민헌법 운동본부, #농업, #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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