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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경찰의 카탈루냐 분리독립 투표 진압을 보도하는 AP 뉴스 갈무리.
 스페인 경찰의 카탈루냐 분리독립 투표 진압을 보도하는 AP 뉴스 갈무리.
ⓒ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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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이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강행하자 스페인 경찰이 무력 저지에 나서면서 대규모 유혈 사태가 벌어졌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일(현지시각)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분리독립을 묻는 주민투표가 시작되자 투표에 참여하려는 주민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이 충돌하면서 수백여 명의 부상자가 속출했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분리독립 지지자들이 주민들의 투표를 독려하는 시위를 벌이자 경찰이 고무탄을 쏘고 곤봉을 휘두르며 강제 해산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주민과 경찰이 다치기도 했다.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성명을 통해 "지금까지 최소 465명이 다쳤으며, 일부는 상태가 심각하다"라며 "경찰은 무방비 상태의 주민들을 겨냥한 무력 진압 작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주민투표를 주도한 카를레스 푸지데몬 자치정부 수반도 "스페인 경찰의 잔혹한 행위는 국가를 수치스럽게 만드는 것"이라며 "전 세계 민주주의자들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라고 항의했다.

스페인 경찰, 고무탄 쏘고 곤봉 휘두르며 강경 진압

스페인 경찰의 카탈루냐 주민투표 진압을 전하는 소셜미디어 갈무리.
 스페인 경찰의 카탈루냐 주민투표 진압을 전하는 소셜미디어 갈무리.
ⓒ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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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루냐의 분리독립을 반대하는 스페인 정부는 앞서 헌법재판소가 이번 주민투표를 명백한 불법이고 무효라고 규정하자 모든 공권력을 동원해 투표를 원천 봉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주민투표를 강행할 것이라고 맞섰다. 분리독립 지지자들은 투표 하루 전부터 투표소를 점거하고 밤을 지새웠으며, 주민들도 새벽부터 투표소 앞에 줄을 서며 열기가 달아올랐다.

이날 오전 9시 주민투표가 개시되자 곧바로 카탈루냐 최대 도시 바르셀로나의 주요 투표소들의 투표용지와 투표함을 압수했다. 경찰은 주민들이 투표소를 점거하며 막아서자 강제로 끌어내고 문을 부수기도 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경찰이 분리독립 지지자들과 투표에 참여하려는 주민들을 발로 차고 곤봉으로 때리는 등 과잉 진압하거나 거칠게 충돌하는 사진과 영상이 올라오고 있다. 

경찰의 물리력 행사로 주민들의 투표가 어려워지자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방침을 바꿔 모든 관공서와 학교에서 투표할 수 있으며, 본인이 직접 출력한 투표용지도 효력을 인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탈루냐 자치정부 호르디 투룰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대부분 투표소에서 정상적으로 투표가 진행되고 있으니 모든 카탈루냐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다"라며 "우리는 스스로 운명을 결정할 권리와 조건을 갖췄다"라고 강조했다.

유혈 사태가 발생하자 카탈루냐의 FC 바르셀로나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이날 라스팔마스와의 경기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스페인프로축구연맹이 이를 거부하자 무관중으로 경기를 치렀고, 전광판에 '민주주의'(DEMOCRAICA)'를 띄웠다.

아다 콜라우 바르셀로나 시장도 "경찰은 기본권을 지키려는 평범한 주민들에 대해 '레드라인'을 넘어섰다"라며 "마리아노 로하이 스페인 총리가 사임해야 할 상황이라는 것이 분명하다"라고 주장했다. 

카탈루냐 "찬성 많으면 독립 선포하고 국경 통제"

스페인 경찰과 카탈루냐 분리독립 지지자들의 유혈 충돌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스페인 경찰과 카탈루냐 분리독립 지지자들의 유혈 충돌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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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으로부터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카탈루냐는 스페인 영토의 6%에 불과하지만 국내총생산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부유한 지역이다. 그러나 스페인과 문화·역사·언어가 다르다는 인식이 강하다.

또한 스페인 중앙정부에 막대한 세금을 내며 전체 예산의 19%를 책임지고 있지만 정작 예산 지원은 9.5%에 불과해 홀대당한다는 피해의식이 팽배하다. 이 때문에 스페인에서 분리되면 지금보다 훨씬 더 부유한 독립국가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스페인 중앙정부는 카탈루냐의 주민투표가 헌법을 위배하는 것이며, 일정한 자치권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알폰소 다스티스 스페인 외무장관은 "이번 주민투표는 정당성이나 결과의 확실성을 보장할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주민투표 결과가 분리독립 찬성이 더 많은 것으로 나오면 48시간 안에 독립을 선포하고 국경을 통제하겠다고 선포하면서 더 큰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태그:#스페인, #카탈루냐, #주민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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