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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동 시인을 기리는 작가와 지인, 독자가 모였다.
▲ 김규동 시인 6주기 추모 시낭송회 김규동 시인을 기리는 작가와 지인, 독자가 모였다.
ⓒ 김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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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동 시인 6주기 추모 시 낭송회를 다녀왔다. 시인은 실향민으로 어머니와 고향을 그리워하다 타계했다.

북에 가족을 두고 온 실향민이 맞이하는 명절은 어떨까. 지척에 두고 딛을 수 없는 땅, 달려가 안길 수 없는 가족이기에 더욱 더 그리움과 통한이 크리라. 외세에 의해 남북으로 갈라져 오갈 수 없는 이들에게 통일은 어떤 의미인가.

통일은 오랜 타지 생활에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그리운 가족과 고향 산천으로 돌아가 안기는 일이다. 어머니 품에 안기는 일, 그리운 고향과 가족의 품으로 달려가는 일에 그 어떤 이념이나 정치색도 덧입힐 필요가 없다.

김규동 시인의 '북에서 온 어머님 편지'는 실향민에게 통일이 어떤 의미인지 그대로 전해준다
김규동 시인 6주기 추모
▲ 김규동 시인 김규동 시인 6주기 추모
ⓒ 김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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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서 온 어머님 편지/김규동

꿈에 네가 왔더라
스물세 살 때 훌쩍 떠난 네가
마흔일곱 살 나그네 되어
네가 왔더라
살아생전에 만나라도 보았으면
허구한 날 근심만 하던 네가 왔더라
너는 울기만 하더라
내 무릎에 머리를 묻고
한마디 말도 없이
어린애처람 그저 울기만 하더라
목놓아 울기만 하더라
네가 어쩌면 그처럼 여위었느냐
멀고먼 날들을 죽지 않고 살아서
네가 날 찾아 정말 왔더라
너는 내게 말하더라
다신 어머니 곁을 떠나지 않겠노라고
눈물어린 두 눈이
그렇게 말하더라 말하더라

존경하던 스승이 보고 싶어한다는 말에 스물세 살에 고향에 어머님을 두고 월남해 돌아가지 못했던 시인은 민족통일에 대한 염원을 안고 민주화 운동, 자유문학 실천협의회 민족문학 작가회의 활동을 했다.

스승 김기림의 문학 세계를 이어 문명과 전쟁을 날카롭게 비판하며 모더니즘 시세계를 추구했지만 고향 산천과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시와 산문으로 실향민의 애환을 담아내기도 했다. 

죽여주옵소서/ 김규동

놀다보니 다 가버렸어
산천도 사람도 다 가버렸어

제 가족 먹여 살린답시고
바쁜 체 돌아다니다 보니
빈 하늘 쳐다보며 쫓아다니다 보니
꽃 지고 해 지고 남은 건 그림자뿐

가버렸어
그 많은 시간 다 가버렸어
50년 세월 어디론가 다 가버렸어
이래서 한 잔 저래서 한 잔
먹을 것 입을 것
그런 것에나 신경쓰고 살다보니
아, 다 가버렸어 알맹이는 다 가버렸어
통일은 언제 되느냐
조국통일은 과연 언제쯤 오느냐

북녘
내 어머니시여
놀다놀다
세월 다 보낸 이 아들을
백두산 물푸레나무 매질로
반쯤 죽여주소서 죽여주옵소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우리 최대의 명절 한가위가 다가온다. 고향을 떠나 타지로 떠돌던 이들, 세상사에 지치고 사람과의 관계에 상처 입은 이들이 고향의 어머니 품으로 돌아가 새로운 힘을 얻어 힘든 세상사를 헤쳐 나가는 것이 명절이 주는 커다란 선물일 것이다.

가족에의 그리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이 남북을 가로지른 철조망을 부수고 이념의 틀을 깨트리고 분단의 경계를 허물어 통일을 앞당길 수 있도록 남북 문인의 교류라도 활발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규동 시전집

김규동 지음, 창비(2011)


태그:#김규동, #민족통일, #평화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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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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