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야행성 맹금류인 수리부엉이는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2급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천연기념물 423호로 지정 보호 받는 매우 귀한 새다. 숲이 우거진 곳에 있는 절벽에 둥지를 들고 살아간다.

'수리부엉이 둥지를 찾으면 횡재한다'는 말이 있다. 먹이를 저장하는 습성이 있어 잡아 온 꿩 등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환경이 악화되어 숲이 훼손되면서 개체 수가 급감한 종이다.

본래 적갈색을 띄고 있는 수리부엉이는 전국의 야산에서 서식하지만 실제로 보기가 여간 어려운 종이 아니다. 이런 수리부엉이는 갈색과 검은색이 어우러진 보호색을 띠고 있다. 야생의 온전한 개체를 목격하는 자체도 매우 어렵다. 그런데 충남 천안에서 일반적인 수리부엉이와는 전혀 다른 흰색의 수리부엉이가 올해 번식했다.

.
▲ 일반적인 수리부엉이의 모습 .
ⓒ 이경호

관련사진보기


가끔 언론을 통해 흰 까치나 흰 까마귀 등이 보도되지만 흰 수리부엉이가 확인된 것은 대한민국 최초이다. 과거에는 흰색을 가진 새가 나타나면 상서로운 일이라 여겼다.

야생에서는 이렇게 흰색으로 변화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런 현상을 백화현상(알비노)라고 한다. 색소가 빠지는 일종의 돌연변이이다. 백화현상은 10만 분의 1 정도의 확률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때문에 이렇게 흰색으로 변한 개체를 관찰하는 것은 극히 드물다. 과거에도 이런 희소성 때문에 상서롭게 여겼을 게다.

.
▲ 천안에 나타난 수리부엉이 백화현상 .
ⓒ 이경호

관련사진보기


지난 7월 처음 제보를 받고 현장을 찾았지만, 이미 둥지를 떠난 후여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약 1달 이상 머물고 있었기 때문에 이미 지역의 주민들 사이에서는 흰 수리부엉이는 매우 유명했다. 바위 절벽에 둥지를 틀고 이동하는 모습을 주민들은 한 번쯤 보았다고 한다. 흰색의 부엉이라 갈색을 띄는 일반적인 수리부엉이에 비해 쉽게 눈에 띄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지난 26일 다시 연락이 왔다. 흰색의 수리부엉이가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
▲ 자고 있는 수리부엉이 .
ⓒ 이경호

관련사진보기


26일 오후 확인을 위해 천안을 찾았다. 이번에는 다행히 흰 수리부엉이를 찾았다. 현장에 있는 시민들은 번식이 끝나고 한동안 보이지 않다가 1주일 전부터 다시 모습을 보였다고 증언했다. 현장에 다시 나타난 수리부엉이는 암컷이다. 현장에서 확인된 수리부엉이는 야행성답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국내 최초로 확인되는 흰색의 수리부엉이는 아마 천안지역에 터를 잡고 살아갈 모양이다. 일반적으로 수리부엉이는 텃새로 자신이 영역권을 가지고 생활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이후 없어진 줄 알았던 수리부엉이가 다시 나타나면서 조류학계에서도 관심이 높다. 수리부엉이가 매년 번식한다면 그동안 잘알려지지 않았던 알비노 개체의 생태적 습성 등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전발전연구원 이은재 박사는 수리부엉이의 백화현상은 처음이라며 매우 희귀한 현상이라고 설명하고, 전문적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향후 서식하고 있는 지역을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겨울 무사히 나고 내년 봄 절벽에 둥지를 튼 수리부엉이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태그:#수리부엉이, #알비뇨, #백화현상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날로 파괴되어지는 강산을 보며 눈물만 흘리고 계시지 않으신가요? 자연을 위한 활동이 필요하시면 연락주세요! 대전환경운동연합 회원이 되시면 함께 눈물을 흘리고 치유 받을 수 있습니다. 회원가입하기! https://online.mrm.or.kr/FZeRvcn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