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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진선미 의원, 정의당 윤소하 의원, 서울등마초등학교 정호형, 노규연 학생, 경북구룡포초등학교 김백민 학생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아동 통학로 금연구역 지정을 촉구하고 있다.
▲ 국회 찾은 아이들 “통학로 금연구역으로 지정해 주세요”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진선미 의원, 정의당 윤소하 의원, 서울등마초등학교 정호형, 노규연 학생, 경북구룡포초등학교 김백민 학생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아동 통학로 금연구역 지정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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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걷는 등하굣길은 매우 험난합니다. 금연구역 지정이 안 되어 있어서 어른들이 담배를 피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담배 연기를 피해 숨을 참고 학교를 다닙니다. 하루 빨리 통학로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해주세요."


27일 국회 정론관에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안전하고 상쾌하게 학교에 다니고 싶다"는 정호형(서울등마초등학교 4학년)군의 말이다.

이날 '아동 통학로 금연 구역 지정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군이 이 같은 요구를 한 것은, 현행 법이 학교 등 아동들이 생활하는 '실외' 공간에서의 흡연을 규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은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학원 등 아동 생활 공간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있다. 그러나 해당 법은 실내에만 적용돼 아동들의 통학로나 실외공간은 규제할 수 없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조례를 통해 금연구역을 지정하고 있지만 이 역시 극소수에 불과해 학교 담벼락, 학교 뒤편 도로, 학교 출입문과 이어지는 횡단보도 등 대부분의 통학로에서는 흡연이 가능한 상황이다.

"학교 가다가 어떤 아저씨 담뱃불에 손이 데였어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8월 1일부터 9월 4일까지 전국 200개 지역 통학로의 흡연 실태를 조사한 결과, 200곳 중 196곳(98%)에서 지속적인 흡연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동들은 흡연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 재단은 이번 조사에서 418명의 아동을 인터뷰했는데 응답한 아동 모두 통학로에서 흡연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담배 피지 말라고 항의했다가 맞을뻔한 적도 있었어요."(서울 최*원, 12세)
"학교 가는 횡단보도에서도 담배 피는 사람을 보는데 기다리는 동안 너무 힘들어요. 냄새 때문에 속이 울렁거려 토할뻔 한 적도 있어요."(충남 전*미, 11세)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었는데 담배연기가 들어와서 싫었어요." (경기 현*성, 6세)
"학교 가다가 어떤 아저씨 담뱃불에 손이 데여서 화상을 입었어요."(대구 김*지, 10세)
"담배 냄새를 피하려다가 차에 부딪힐 뻔한 적이 있어요." (부산 조*정, 13세)

어린이집 주변에서 담배 피는 흡연자들.
 어린이집 주변에서 담배 피는 흡연자들.
ⓒ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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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간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의료기관 흡연 단속 실적 또한 저조하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시설 내 흡연행위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한 건수는 75건(전체 단속 건의 2%)에 그쳤다. 어린이 놀이시설을 34건이고 어린이집은 단 한 건도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았다. 윤 의원은 "현행 금연구역 지정 및 흡연 단속 제도는 어린이를 간접흡연 위험으로부터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일부 지자체는 조례로 금연구역을 확대 지정하고 있지만 금연구역 지정 범위도 지자체마다 제각각이고, 조례를 제정한 지자체 역시 극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윤 의원에 따르면, 2017년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전국 245개 지자체 조례를 분석한 결과 어린이집 밖이 금연구역으로 지정하지 않은 지자체는 88.6%에 달한다. 유치원 바깥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지 않은 비율은 33.5%, 초등학교 바깥은 23.7%, 중고등학교 바깥은 24.1%로 조사됐다. 어린이집이 상대적으로 흡연 노출에 더 취약한 상태인 것이다.

"여야 쟁점이 없는 무쟁점 법안, 통과돼야"

직접 강서구 구의원과 만나 '어린이집 경계면 10m 이내 금연' 조례 제정에 앞장 선 세 아들 엄마 윤성미(37)씨는 "아이들이 10년째 흡연으로 인한 피해에 노출돼왔다"라고 말했다.

윤씨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담배 연기가 들어와서 어린이집에서 창문을 못 열고 지낸다고 한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흡연하는 분들에게 가서 '죄송하지만 아이들에게 유해하니 흡연을 멈춰달라'고 얘기하면 아침부터 'XX 년, 네가 뭔데 담배를 피라 마라야'라며 욕을 바가지로 듣는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윤씨는 "이번에 막내가 어린이집을 졸업하지만, 우리 애가 다니지 않아도 아이들만큼은 흡연으로부터 안전했으면 좋겠다"라며 "법이 바뀌어서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보육을 받았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관련 법은 이미 발의돼있다. 윤 의원은 지난 6월 어린이집 시설 경계를 기준으로 10m 이내의 도로를 법령상 금연 구역으로 지정하는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윤 의원은 "시설 내부로 한정돼 있는 금연구역을 시설 주변까지 확대해야 한다"라며 "어린이는 흡연 피해에 특히 취약한 만큼 각별한 보호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학교 출입문으로부터 200m 이내를 금연구역으로, 같은 당 서영교 의원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및 학교 출입구로부터 10m 이내 지역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서 의원은 "여야 쟁점이 없는 무쟁점 법안이다, 아이들 건강과 미래 일꾼을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이 통과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태그:#흡연, #금연구역, #어린이집, #윤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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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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