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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18일 오후 3시 30분]

국방부가 북핵 미사일 대응 등을 이유로 군 적폐청산위원회의 첫 회의를 연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마이뉴스>의 취재에 따르면, 국방부는 19일 군 적폐청산위원회 첫 회의를 열 계획이었지만 18일 오전 첫 회의를 연기한다고 위원들에게 통보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초반 계획에는 내일 첫 회의를 연다고 돼 있었지만 지난주 북핵 등이 터져 연기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후 첫 회의 일정과 관련해 "미정이다"라고 전했다.

군 적폐청산위원회는 19일 첫 회의를 열고 6명의 위원들이 준비해온 조사대상들을 안건으로 올려 논의할 계획이었다.

"<조선>의 기사·사설 때문에 연기?"... <조선>, "좌파성향 위원들" 어깃장

지난 15일자 조선일보 사설
 지난 15일자 조선일보 사설
ⓒ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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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각에서는 첫 회의 연기를 두고 "이해가 안 된다"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군 적폐청산위원회의 한 위원은 "물론 지난주 금요일 전화해서 '미사일 때문에 다음주 첫 회의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음주 월요일에 회의 개최 여부를 알려드리겠다'라고 알려오긴 했다"라면서도 "그런데 북한이 미사일을 쏜 것하고 적폐 청산하고 무슨 상관이냐, 미사일 쏘았다고 첫 회의를 연기한 것은 이해가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조선일보>가 지난 14일 '군 적폐청산위원들 좌파성향 어쩌구' 하는 기사를 써서 연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라며 "장관과 차관이 바뀌긴 했지만 국방부 안에서 군 적폐청산과 관련해 반발이 있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국방부는 지난 11일 "군의 정치개입을 금지하고 투명하고 효율적인 선진 국방운영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이달 중 군 적폐청산 위원회를 구성한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위원장에 강지원 변호사를 선임하고, 문호승 서울대 감사와 류관석 변호사, 문재웅 제이컴정보 대표, 김광진 전 의원,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고상만 인권운동가 등 6명을 위원에 위촉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지난 14일자 기사에서 김광진 전 의원과 고상만 인권운동가, 문재웅 대표, 오창익 사무국장을 "여당 출신이거나 좌파 성향"이라고 문제삼았다. 그러면서 "위원장인 강지원 변호사와 류관석 변호사, 문호승 서울대 감사 등 나머지 위원 3인도 '중도' 성향 정도다. 보수 쪽 대변자는 한 명도 없는 셈이다"라고 지적했다(관련기사 :  軍적폐청산위 외부위원 7명 중 4명 '좌편향').

<조선일보>의 어깃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지난 15일자 사설에서 "군적폐청산위원회에 과거 '(천안함 폭침 문제에) 북한이 더 믿음이 간다'고 했던 정치인을 포함시킨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중략) 군 적폐청산위에는 군내 동성애를 옹호하거나 주한 미군 철수를 주장했던 재야 단체 출신도 포함돼 있다"라며 "이들이 모여 청산한다는 '적폐'는 과연 무엇인가. 이들이 우리 군에 정말 무서운 적폐를 쌓는 것은 아닌가"라고 위원 구성을 질타했다(관련사설 : 결국 '이명박' 표적 적폐 청산, 軍엔 "北 더 신뢰" 인물까지).

군 적폐청산위원회는 ▲ 기무사 민간인·군인 사찰 ▲ 국군사이버사령부 댓글공작 ▲ 군 의문사 ▲ 공관병을 대상으로 한 반인권적 갑질 ▲ 이념편향 안보교육 ▲ 방위사업 비리 ▲ 병역 비리 ▲ '알자회' 등 군내 사조직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앞서 언급한 위원은 "군사이버사령부 댓글공작, 기무사 민간인 사찰, 의문사 등 군 적폐청산위원회가 할 일이 많는데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계획이 안 서서 연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라며 "기관이 유고상황도 아닌데 첫 회의를 연기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내부 반발이 많이 있는 것 같다"라며 "군 적폐청산위원회를 제어·통제해줄 사람을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라고 꼬집었다.  

김광진 전 의원 "결국 <조선일보>의 공격이 먹혔다"

<조선일보>에 의해 "좌파 위원"으로 지목된 김광진 전 의원은 이날 오후 3시 조금 넘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조선일보>의 공격이 먹혔다고 보는 게 맞다"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 전 의원은 "남북관계의 긴장이 고조되었다는 것이 (1차 회의를 연기한) 이유인데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에 위원회가 구성되었는데 남북간의 긴장으로 회의를 연기한다는 설명은 납득할 수 없고, 위원장과 위원이 고지된 상태에서 위원을 추가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설명도 납득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김 전 의원은 "결국 최근 보수언론의 공격이 먹혔다고 보는 게 맞을 텐데, 보수언론의 공격 때문인지 국방부 스스로도 울고 싶은데 <조선일보>가 빰을 때려준 것인지는 모르겠다"라며 "보수인사 몇을 더 추가해서 위원회 안에서 안건에 대한 찬반논쟁만 하다가 시간을 다 보내게 하려는 전략인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김 전 의원은 "대통령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정부는 그대로다"라는 말로 글을 마쳤다.


태그:#군 적폐청산위원회, #국방부, #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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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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