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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이 대전시 서구 탄방동에 있다. 그래서 시내버스든 지하철을 이용하더라도 탄방역 즈음에서 하차한다. 지하철은 대전역 내지 중앙로역에서 환승해야 하지만 105번 시내버스는 곧바로 직장의 초입까지 날 데려다준다.

직장의 근처엔 104번 시내버스의 종착지가 위치한다. 수통골 ↔ 탄방역을 운행하는 버스인지라 이 노선 또한 이따금 오른다. 한데 이 버스의 종착지엔 시내버스 기사님을 위한 그 어떤 편의시설조차 전무하다.

서울의 240번 시내버스에서 아이만 두고 버스를 출발시켰다는 의혹을 받은 버스 운전기사로 말미암아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이 파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그 내용을 어떤 제보자가 전후사정을 자세히 파악하지도 않은 채 올린 때문의 예정된 수순이었다.

그러나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전세가 역전됐다. cctv의 판독 결과 지극히 정상적으로 운행한 버스기사에겐 아무런 과실이 없었다는 게 드러나면서 제보자는 사과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미 그 버스기사는 애먼 죄를 뒤집어쓰면서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되기에 이르렀다.

졸지에 그처럼 억울한 누명을 쓴 버스 기사는 자신을 향한 오해 섞인 비난에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심지어는 극단적 선택까지 고려했었다는 후속 뉴스에서 진실이 배제된 '마녀사냥'은 그 얼마나 무서운가를 새삼 천착할 수 있었다.

이는 또한 합리적 의심조차 찾을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니면 말고' 식의 얼추 무차별적 SNS로의 확산에서 발로한 일종의 소영웅주의 행태였다는 느낌이었다. 시내버스를 늘 이용하는 승객으로서 잘 아는 사실이 몇 있다.

그중 대표적인 건 바로 '시내버스의 어떤 불편한 진실'이라는 것이다. 우선 기사님들은 잠도 제대로 못 이루고 꼭두새벽부터 출근하여 핸들을 잡는다. 운행을 시작하면 소변도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십인십색의 다양한 이른바 '진상손님'들에게도 시달려야 한다.

거기서 기인한 스트레스의 강도는 야근을 밥 먹듯 하는 입장인지라 쉬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관점으로 이해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고되고 힘든 운전을 마치고 파김치가 된 시내버스 기사님도 귀가하면 한 가정의 소중한 가장이자 아버지며 남편이다.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은 내용을 SNS에 올려 당사자를 궁지에 몰아넣는 작금의 성숙하지 못한 인터넷 이용 문화는 분명 개선의 여지가 다분하다. 오늘 취재를 위해 수통골에 간다.

그러자면 104번 시내버스에 올라야 한다. 시원한 음료는 드리지 못할망정 다시금 시원스런 인사는 내가 먼저 할 터다.

"기사님 안녕하세요? 오늘도 수고 많으십니다!"

덧붙이는 글 | 없음



태그:#시내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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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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