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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1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1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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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장 예방 때 왜 관용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타고 왔느냐.'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종일 이어진 야당 의원들의 황당한 추궁이다. 의원들은 그날 후보자가 춘천에서부터 대중교통을 타고 온 건 '쇼'이며, 이 부분이 후보자의 '이중성'을 알 수 있는 핵심 검증 대상이라고 계속 주장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특별위원회는 12일 오전 10시부터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기수와 경력에서 모두 '파격인사'라고 주목받은 김 후보자는 이날 다소 긴장한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청문회가 시작되고 김 후보자는 모두발언에서 사법부가 국민 기본권을 보호하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 성향'을 우려하는 목소리에는 "판사를 진보와 보수로 양분해 구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적절하지도 않다"면서 "저 역시 판사로서 기본권 보장과 소수자 보호라는 사명에 충실하였을 뿐, 이념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편향된 생각을 가져 본 적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나아가 대법원장으로 임명된다면 사법부가 외부 영향력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도록 방패막이가 될 것이며 전관예우를 근절해 공정한 재판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관료화됐다고 지적받는 사법행정도 재판 중심으로 되돌리겠다고 밝혔다.

야당 질의 시작하자 엉뚱해진 청문회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사법부가 같은 색깔,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로 채워지며 사법부 정치화를 우려하고 있다,
▲ 전희경 "사법부 정치화 되고 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사법부가 같은 색깔,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로 채워지며 사법부 정치화를 우려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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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발언까지는 무탈했지만, 야당 의원들이 질의를 시작하면서 청문회는 자꾸만 이상한 방향으로 튀었다. 먼저 김 후보자의 관용차 부분이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명 다음날 양승태 대법원장을 면담하면서 관용차 아닌 대중교통을 이용한 건 쇼라는 얘기가 있다"면서 "언론의 시선을 받는 날에만 관용차를 이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춘천지법원장에게 지방 법원장 업무를 수행하라고 할당된 관용차라 대법원장 후보자로서 예방하는 일에 사용해도 되는지 조심스러웠다"라고 답변했다.

그럼에도 비슷한 추궁은 계속 이어졌다. 급기야 바른정당 주호영 의원은 "버스 타고 온 모습을 보고 일반 대중의 생각과 다른 판결을 내는 건 아닌지 우려됐다"고 주장했다. "현직 대법원장 말씀을 들으러 오면서 (지방법원장으로서) 공무가 아니라고 판단한 건 통상적이지 않다"는 이유였다.

여당 쪽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라는 반론이 나오자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관용차 부분은 후보자의 이중성을 판단하는 굉장히 중요한 기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루한 공방이 오후까지 이어지자 김 후보자는 "제가 관용차를 안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했다는 게 문제가 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평소에도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합니다만 다르게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는 걸 유념하겠다"고 답했다.

"전임 대법원장 밑으로만 다녀" 모욕 발언으로 소란 일기도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후보자 이력과 양승태 대법원장과의 경력을 비교하며 질의하고 있다.
▲ 장제원 "김명수 후보자 약력은 양승태 밑으로만 다니냐”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후보자 이력과 양승태 대법원장과의 경력을 비교하며 질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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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도중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김 후보자의 이력은 양승태 대법원장 밑으로만 다니냐”는 발언에 분노하고 있다.
▲ 이재정 "장제원 의원 밑으로만 다니냐 발언 사과하세요"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도중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김 후보자의 이력은 양승태 대법원장 밑으로만 다니냐”는 발언에 분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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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 이력을 두고 모욕적 발언이 나와 잠시 소란이 나기도 했다. 장제원 의원이 자질을 검증하겠다며 김 후보자의 이력을 사법연수원 기수로 13기수 위인 양승태 현 대법원장과 일일이 비교하기 시작한 게 발단이었다.

장 의원은 양쪽의 프로필을 열거한 뒤 후보자를 향해 "참 해도해도, 어떻게 전임 대법원장 밑으로만 다니십니까"라고 말했고, 여당 의원들은 즉각 "모욕적이다, 체통을 지키라"며 반발했다. 바로 직전에는 "춘천경찰서장이 경찰청장을 한다면 납득되겠는가, 춘천지검장이 검찰총장한다면 납득되겠는가" "이런 인사는 쿠데타 뒤에나 있는 것"이라는 격한 주장도 내놨다.

자칫 불쾌할 수 있는 공방이 눈앞에서 펼쳐지자 김 후보자는 민망하다는 듯 웃었다. 이어 장 의원을 향해 "발언 중 웃어서 죄송하다"면서 "우려하시는 바는 알고 있습니다만 제 나름대로 능력을 충분히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만 답했다.

그 밖에도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후보자 지명 소식을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 박수현 대변인이 발표한 일을 두고 "청와대에서도 후보자가 격이 좀 안 맞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냐"고 평했다.

또 고용노동부 조사에 불응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김장겸 MBC 사장과 관련해, 해당 판사가 김 후보자와 같은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인지 밝히라며 자료 제출을 요구해 시간이 지체되기도 했다. 대법원장 후보자 자질 검증과는 상관없는 부분이었다. 불필요한 자료 제출 요구에 법원 관계자는 난감한 기색을 표했다. 야당 의원들은 재차 항의해 이 관계자에게 "따로 말씀드리겠다"는 답을 얻었고, 이로써 오전 청문회가 끝날 수 있었다.


태그:#김명수, #대법원장, #장제원, #자유한국당, #양승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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