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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군 대치면 구치리 물래방아 앞에서 복권승 생태해설사로부터 ‘지천’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있다.
 청양군 대치면 구치리 물래방아 앞에서 복권승 생태해설사로부터 ‘지천’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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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밤 폭우가 쏟아졌다. 쫄쫄 흐르던 냇물도 넘쳐 흐른다. 수확을 앞둔 키다리 '수수'도 쓰러졌다. 햇살에 영글어 가던 벼 이삭도 누웠다. 밤나무 밑에는 알밤도 쏟아졌다. 쓰러진 농작물 때문에 이른 아침부터 농민들의 손길이 바빠진다.

11일은 충남문화재단의 '이제는 금강이다' 금강 문화역사 탐방 둘째 날로 금강으로 흘러드는 '지천' 따라 걷는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청양문화원 회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간단한 몸풀기와 함께 청양 하수처리장부터 물길을 따라 물굽이가 아름다운 회룡대로 향했다.

청양군 대치면 구치리 ‘돌보’ 앞에서.
 청양군 대치면 구치리 ‘돌보’ 앞에서.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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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군 소속 해설사는 "청양군 구치리에는 말매기 고개가 있다. 폭이 50미터나 되는 말발굽 바위, 그 아래 지천에는 물길이 휘돌아 감도는 회룡대가 있다. 용의 기운이 서린 말개기 고개는 용맹스러운 장군들이 회룡대의 수려한 경치를 구경하며 말을 매어 두었다는 곳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옛날 아주 옛날에 용들이 영역싸움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까치내에 살던 소룡이 청양군을 차지하기 위해 지천구곡을 따라 회룡대에 이르자 청양읍을 수호하던 용장군에서 용신검과 말발굽으로 잡아 두었다는 전설이 있다. 말발굽 바위에는 공룡과 모습이 흡사한 화석과 장검인 용신검을 바위에 꼽아둔 흔적을 볼 수 있다"고 전설을 전했다.

이어 오후 일정으로 청양군 1호 장터인 '미당장'을 돌아봤다. 공주, 부여, 청양의 중간지점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였다고 한다. 일제시대 인근에 광산과 헌병대, 경찰서까지 있을 정도로 풍요를 이뤘다고 했다. 장터에는 '팽나무' 보호수와 미륵불이 있다.

이진우 청양문화원장이 ‘미당리 장터에 관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진우 청양문화원장이 ‘미당리 장터에 관해서 설명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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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청양문화원장은 "청양군에서 가장 먼저 생긴 장터다. 전통 있는 시장으로 인구도 감소하면서 쪼그라들었다. 인근 땅이 윤남석 후손의 땅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건물이 정리되지 않고 보존되어 있다. 예날 외지에서 상인들이 와서 장사하던 곳이다. 아직도 파출소가 있다. 그리고 주변에 방석집, 요리 집이 번성했던 곳이다"라고 설명했다. 

청양문화원 소리 사랑 예술단의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청양문화원 소리 사랑 예술단의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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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에 자리한 대표적인 고택인 윤남석 가옥에서 '이제는 금강이다' 충남문화재단의 인문학 콘서트가 열렸다. 윤남석 고택은 조선 후기·일제 시대 초기로 넘어가는 시대의 한옥 건축기법과 일본식 건축기법이 조화를 이룬 호서 지방의 부호 주택이다. 2층으로 지어진 별채는 우리나라 전통 건축 양식과 일본식이 절충된 특이한 기법이다. 

죽산 우종식 선생이 칠갑산, 한오백년, 짝사랑 등을 대금연주를 하고 있다.
 죽산 우종식 선생이 칠갑산, 한오백년, 짝사랑 등을 대금연주를 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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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산 우종식 선생이 대금으로 칠갑산, 한오백년, 짝사랑 등을 연주했다. 이어 청양문화원 소리사랑 예술단의 공연이 이어졌다. 이선효 선생의 시 낭송에 이어 감미로운 플라우드 연주로 흥을 끌어올렸다. 복권승 생태전문가로부터 '굽이굽이 금강 따라 생태와 삶의 소리들'을 주제로 인문학 콘서트가 열렸다. 

복권승 생태전문가로부터 ‘굽이굽이 금강 따라 생태와 삶의 소리들’ 주제로 인문학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복권승 생태전문가로부터 ‘굽이굽이 금강 따라 생태와 삶의 소리들’ 주제로 인문학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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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냇가와 관련해서 말하고 싶다. 금강은 상류부터 부르는 이름이 제각각이다. 감동강, 양강, 오강, 초강, 곰강, 백마강 등 이름이 많은 곳이다. 청양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잉화달천'이라고 부른다. 임금님의 높은 임자를 쓴다. 서울의 여의도도 '잉화도'라고 불렀다고 한다. 결국, 임금님의 땅이라고 할 수도 있다. 백제의 정서가 담긴 유서 깊은 하천이다. 청양의 금강과 백제의 왕실과도 깊숙한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왕진나루에 용오름이라는 곳이 있는데 붉은 흙이 나온다. 이 흙으로 기와를 구워서 사비성으로 옮겨갔다.

물은 산꼭대기에서 솟아난다. 물이 나오는 곳은 사람이 살수도 있고 성을 쌓을 수 있었다. 산보다 물은 높다. 마을이 시작되는 공간이 따로 있다. 평야에 집이 드문드문 있다면 '뜸'이라고 한다. 계곡이 있다면 골이라고 한다.

산속에 옹달샘이 있다. 나뭇잎이 떨어진다. 예전 심마니들은 숲 근처의 인삼밭을 찾아다닌다고 한다. 인삼 씨를 좋아하는 새가 있는데 '직박구리'가 씨를 먹고 상류로 올라서 옹달샘의 물을 마신다. 몸은 무거워지고 힘들 때 응가를 한다. 새는 똥과 오줌을 함께 싼다. 그러면 옹달샘에 주변에 떨어지고 주변에 산삼이 자라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사는 마을은 작은 옹달샘에서 시작된다."

다음은 시 낭송가인 이정민씨가 낭송한 '비단가람'이다.

시 낭송가인 이정민씨가 ‘비단가람’을 낭송하고 있다.
 시 낭송가인 이정민씨가 ‘비단가람’을 낭송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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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다. 그리고
이제부터다
무르고 여린 것들이
드세고 거친 역사를 지날 때
숨죽여 목 놓아 울었고
더러 잘려진 목들을
애써 감추던 곳이다

아늑했었다. 지난 거기는
날빛 은은한 바람 가르며
지심 매고 온 아버지가 쇠죽을 쑤던 그날은
하늘 물든 가을 뒤란에 갈마늘 박던 할머니가
새끼 꼬던 할아버지를 기다리던 그 밤을

사랑인 줄 모르고 사랑했었다. 그날엔
아픔인 줄도 힘든 줄도 모르고
모두를 사랑했던 아름다움이 고여서
봐라. 아직도 수천 조각으로 반짝이는 물빛

미워했었지 더러
사랑의 또 다른 이름으로
죽을 만치 서럽던 우리를
하지만 미움 또한 고스라져
봐라, 해보얗게 건들대는 갈잎의 손사래

뭉친 것은 흐르는 법이다
갈 길의 숨통은 그래서 트이는 것
그러다 지치면 다시 멈추는 게다
머뭇거리며 눈 맞춘 채 조곤조곤 얘기하며 흘러온
비단가람 수 억 년 물결에 잠시 스쳐갈 사랑아!
발가락부터 코밑가지 벅차게 차오르는 물결의 숨결

여기까지다
아무렴 이제부터다.


태그:#4대강 사업, #충남문화재단, #청양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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