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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에 참가 중인 한 할머니가 길 건너편에 서 있는 상주시 관계자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당신이 여기 왜 왔냐"라며 언성을 높이고 있다.
 집회에 참가 중인 한 할머니가 길 건너편에 서 있는 상주시 관계자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당신이 여기 왜 왔냐"라며 언성을 높이고 있다.
ⓒ 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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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 가구 200여 명의 노령인구가 살고 있는 상주시의 한 작은 농촌 마을이 공기관 이전 문제로 발칵 뒤집혔다. 앞서, 경북농업기술원이 지난 6월 29일 상주시 사벌면 삼덕리 일대를 청사 이전지로 최종 확정했다고 발표를 하고서 부터다. 이 때부터 삼덕리 주민들은 "우리에게 그 어떤 동의도 구하지 않고, 자기들 마음대로 이전 결정을 냈다"라며 "이전 결사반대"를 외치고 나섰다.

특히, 이들 주민들은 7일 아침 일찍 대구로 상경, 오전 8시부터 2시간 동안 북구 동호동에 있는 경북농업기술원 정문 앞에서 "이전 결사반대" 피켓시위를 벌였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할머니·할아버지들은 정문입구에 한 줄로 늘어서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는데, 맞은편에서 시위를 지켜보고 있던 상주시 관계자를 향해 가끔씩 삿대질을 하면서 "당신이 여기에 왜 왔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일 뿐이었다.

참석자들 중 가장 나이가 어려보였던 안아무개 이장은 "성명서나 기자회견문을 발표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생전 시위라곤 한 번도 해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어떻게 유인물을 만들고 또 제대로 된 기자회견을 할 수 있겠느냐"며 "피켓을 이용한 침묵시위만이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최선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덕리 주민들과 공식적인 대화와 타협도 없이, 자기들 마음대로 결정을 낸 이번 이전 확정 발표는 원천 무효"라며 "애당초, 이정백 상주시장은 주민 대부분이 고령인구인데다 벼농사 외 특작물이 없었던 삼덕리를 마음에 두고서 경북농업기술원 유치전에 뛰어들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상주시에서 공시지가가 가장 싸고, 또 다른 특작물에 비해 보상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벼농사 가구가 많았던 점이, 삼덕리가 청사 이전지로 결정될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 이유"라고 설명했다.

상주시, 2104년부터 유치계획 세워

실제로, 이정백 시장은 2014년 6·4지방선거 당시 경북농업기술원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그 이듬해인 1월 22일 상주박물관 세미나실에서 '농업기술원 상주유치'를 위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이후 상주시는 관내 6개 마을을 후보지로 선정했고, 이 중 삼덕리를 상주시의 최종 이전 후보지로 경북농업기술원 측에 제안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상주시는 삼덕리 주민들의 동의를 일체 구하지 않았다는 게 안아무개 이장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7일 집회를 멀리서 지켜보왔던 상주시 관계자는 "주민설명회를 통해 유치 필요성과 후보지 선정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라고 주장했지만, "그럼, 삼덕리 주민들과의 공식적인 만남은 몇 차례 있었나"라는 기자의 질문엔 답을 못했다. 그는 또 "이정백 시장이 왜 경북농업기술원 유치전에 뛰어들었나"라는 질문에도 "상주시에 정식으로 요청을 하면 답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후, 기획예산담당관실 내 전략계발계 직원에게 ▲주민설명회에 이후 이전 최종 확정될 때까지 2년 동안 공식적인 협의 유무 ▲비공식으로 만났다면, 삼덕리 주민요구와 그에 대한 상주시의 답변 ▲추진 과정에서 6개 후보지 중 삼덕리가 결정된 이유 등을 요청했지만, 7일 오후 4시 현재 답변이 오지 않은 상황이다.

애당초, 시는 경북농업기술원 유치를 위해 별도 팀을 만들어 운영했지만, 유치가 결정된 이후엔 행정적인 절차 업무만을 담당하는 전략계발계로 조직을 축소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서, 뼈 묻고 싶습니다"

7일 집회에 참석한 한 촌부는 "약 2년 전 주민설명회에서 주민들의 반대가 심해지자, 시 관계자도 더 이상 유치를 하지 않겠다고 말해, 그렇게만 알고 있었는데, 지난 6월 29일 우리 마을이 경북농업기술원 청사 이전지로 확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이정백 상주시장과 직원들이 삼덕리 주민을 기만했다는 사실에 화가 치밀어 참을 수 없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또 "60년대 경지정리하면서 도로도 내고 수로도 내는 것을 자라온 지역 토박"이라며 "80이 다 되가는 처지에서, 마지막 남은 소망은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에 뼈를 묻는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또 다른 촌부도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런 일이 생겨나선 안 된다"며 "지금이라도 상주시는 삼덕리 주민에게 백번 사죄하고, 이전 계획을 원천 무효시켜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참석자들의 아픈 사연을 전해들은 경북농업기술원 측은 집회 직후에 이들과 만남을 갖고 삼덕리 주민들의 얘기를 경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농업기술원 관계자는 기자와 한 통화에서 "집회 참석자 중 10명과 간담회를 가진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하고, "2022년까지 계속되는 이전 추진과정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특히, 삼덕리 주민의 생활터전을 최대한 보전하고 또 필요한 경우 이들에게 공공일자리를 만들어줄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적극 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후 보상절차 업무와 관련해선 경북개발공사에 전권을 일임할 것이라고 말해, 개발공사와 삼덕리 주민과의 마찰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태그:#경북농업기술원 이전, #상주시 삼덕리, #이정백 상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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