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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대하랑꽃게랑다리에서 드르니항 쪽을 향하여 한 컷 잡았습니다. 마침 해가 솟고 있는데 지는 해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자연은 지는 것이 뜨는 것이고, 뜨는 것이 지는 것입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요.
 대하랑꽃게랑다리에서 드르니항 쪽을 향하여 한 컷 잡았습니다. 마침 해가 솟고 있는데 지는 해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자연은 지는 것이 뜨는 것이고, 뜨는 것이 지는 것입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요.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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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랑꽃게랑다리에서 찍은 드르니항과 백사장항 사이의 일출입니다. 주꾸미를 잡는 낚시꾼들이 이른 새벽부터 장사진입니다. 태양은 역시 지는 것인지 뜨는 것인지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대하랑꽃게랑다리에서 찍은 드르니항과 백사장항 사이의 일출입니다. 주꾸미를 잡는 낚시꾼들이 이른 새벽부터 장사진입니다. 태양은 역시 지는 것인지 뜨는 것인지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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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있습니다. 그 어디든 사람 사는 곳에 길이 없겠습니까. 안면도에도 길이 있습니다. 노을길, 샛별길, 바람길 그리고 안면송길이 있습니다. 이 길들은 태안의 해변길 중 안면도에 있는 길들입니다. 그러니까 해변길의 일부인 것이죠. 참 이름 예쁘지 않아요?

안면도에 와봤던 분이라면 안면읍(꽃지해변 쪽)으로 들어오며 정당리 대로에 안면송 즐비한 길을 알 것입니다. 겨울이면 어깨에 눈을 업고 있는 안면송을 찍으려고 사진가들이 몰려들기도 하는 곳이죠. 안면수목원 입구의 안면송 키 재기 하는 길도 유명하고요.

하지만 이 길들만 있는 게 아닙니다. 안면도에는 오솔길이 있습니다. 폭이 좁고 호젓하여 혼자 걷기 좋은 길입니다. 뒤안길이 있습니다. 집들 사이를 비집고 뒤쪽으로 오롯이 난 한적한 길입니다. 빠르게 가는 지름길이 있는가 하면 빙 둘러서 조곤조곤 밟아야 갈 수 있는 에움길도 있습니다.

나지막한 산기슭으로 기울기가 있는 자드락길이 있습니다. 한쪽이 깎아지른 낭떠러지 길도 있고요. 샛길도 있고 꼬부랑길도 있습니다. 서덜길은 어떤가요? 안면도에 모랫길 다음으로 많은 길입니다. 바다나 강, 냇가에 돌이 많이 깔린 길인데 안면도엔 여(밀물 때 잠기는 돌)가 썰물 때 드러내는 바닷길이 그렇습니다. 방포해수욕장 같은 경우는 몽돌밭길이고요.

안면도의 아름다운 길로 초청합니다

드르니항과 백사장항을 도보로 연결하는 대하랑꽃게랑다리입니다. 왕복으로 2,30분 정도가 걸립니다.
 드르니항과 백사장항을 도보로 연결하는 대하랑꽃게랑다리입니다. 왕복으로 2,30분 정도가 걸립니다.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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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랑꽃게랑다리의 가장 높은 곳에 커다란 배의 키가 있습니다. 한 번 잡고 인생의 방향을 정해봄직합니다.
 대하랑꽃게랑다리의 가장 높은 곳에 커다란 배의 키가 있습니다. 한 번 잡고 인생의 방향을 정해봄직합니다.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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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가로지르는 좁은 고샅길이 있습니다. 오르막길도 있고 내리막길도 있습니다. 골목길, 비탈길, 두렁길, 두멧길, 황톳길, 올레길이 있습니다. 올레길은 마을의 큰 길에서 집의 대문에 이르는 좁은 골목길을 이르는데 제주도의 올레길 때문에 참 유명해진 길입니다.

안면도엔 서해 쪽으로 한쪽만(천수만 쪽으로는 연결된 바닷가 길보다는 외톨이길이 많음)이긴 하지만 바닷가를 빙 도는 둘레길이 있습니다. 둘레길은 숲길, 산길, 바닷가길 그리고 꽤 넓은 한길도 있습니다. 목장 길처럼 만들어진 길도 있습니다. 비가 많이 오면 진창길, 눈이 와 녹으면 질척대는 눈석잇길이 있습니다.

제가 안면도의 길을 걸을 때는 대부분 새벽이나 이른 아침입니다. 새벽 기도를 마치고 걸으니까요. 그래서 저에게 안면도의 길은 외로움을 삼키며 홀로 걸어야 하는 외딴길입니다. 혹 가다 아침 운동을 하는 이들을 만나면 너무 반가워 호들갑스레 인사를 하죠. 해수욕장이나 횟집으로 알려진 곳에 이르면 왁자지껄한 길로 변하기도 합니다.

이런 안면도의 길들을 걸으며 생각하려 합니다. 생각하며 걸으려 합니다. 걷다 멈추려 합니다. 멈추고 사진에 담으려고 합니다. 사진에 담고 감상하려 합니다. 그리고 글을 쓰려 합니다. 산문도 되고 시도 될 겁니다. 이 행복의 길로 초청합니다. 사랑하는 그대여! 동행해 주실 거죠?

대하랑꽃게랑다리는 이렇게 3층을 돌아올라야 걸을 수 있습니다. 때론 인생도 층층이 올라가야 하지요.
 대하랑꽃게랑다리는 이렇게 3층을 돌아올라야 걸을 수 있습니다. 때론 인생도 층층이 올라가야 하지요.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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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랑꽃게랑다리는 밤에 더 환상적입니다. 여기 달린 이 서치라이트가 진가를 발하거든요.
 대하랑꽃게랑다리는 밤에 더 환상적입니다. 여기 달린 이 서치라이트가 진가를 발하거든요.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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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낸 길, 사람이 다니는 길 그러나 사람만 있는 건 아닙니다. 사람만 다니는 건 아닙니다. 다른 동물도 식물도 그 길에서 마주합니다. 그들과 만나면 그들을 담을 것입니다. 그들과 대화하고 그들과 동무할 겁니다. 그러니 때로는 포토 에세이가 되고, 때로는 인문학, 식물학, 동물학이 될지도 모릅니다. 지리학은 어떠세요?

길은 걸으라고 있나요? 보라고 있나요? 그 길이 왜 만들어진 길이든 묻지 않으렵니다. 그냥 걸으려 합니다. 지치면 앉을 겁니다. 일어나 다시 걸을 겁니다. 그리고 또 다른 생각을 할 것입니다. 같은 길이어도 늘 같은 것은 아닙니다.

어떤 때는 호젓한 길이었다 어떤 땐 시끌벅적한 길이 되기도 합니다. 어느 시인의 표현처럼 올라갈 땐 못 보았던 것이 내려 올 땐 보일지도 모릅니다. 계절에 따라 다르고 조수간만의 정도에 따라 다를 겁니다.

그 사정이야 어떻게 달라지든 길이 거기 있는 한 걸을 겁니다. 길이 내게 말 걸 땐 듣고, 내가 궁금한 게 있으면 길에게 질문할 겁니다. 때론 길이 대답하겠죠. 때론 하늘이 참견하고 바다가 참견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어떻습니까. 그게 인생길이기도 한 걸요.

지는 해인가요, 뜨는 해인가요

두여 해변의 썰물 때의 해변길인데 서덜길이라고 하죠. 조심해 걸어야 합니다. 언제 파도가 밀려 올지 모르니까요.
 두여 해변의 썰물 때의 해변길인데 서덜길이라고 하죠. 조심해 걸어야 합니다. 언제 파도가 밀려 올지 모르니까요.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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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가 앞을 가로 막습니다. 안면도는 아침이면 이런 현상이 자주 일어납니다.
 해무가 앞을 가로 막습니다. 안면도는 아침이면 이런 현상이 자주 일어납니다.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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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도의 길은 참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워 이렇게 쓰지 않고는 배길 수 없습니다. 사진 찍지 않고는 지날 수 없습니다. 그냥 지나던 발걸음이 멈춰진다니까요. 소문내고픈 마음에 입술이 근지러워(아니 손이 근지러운 게 맞네요. 컴퓨터로 이 글을 쓰고 있으니까요) 그냥 지날 수 없어 이제부터 안면도에서 제가 걸으며 만나는 것들을 적으려고 합니다. 시리즈로요.

안면도 여행에 도움을 드리는 것도 작은 목표입니다. 하지만 더 큰 것은 안면도 자체를 안면도 사람 눈으로 보는 걸 말하고픈 거예요. 여행자로 보고 느끼는 것과 현지인으로 보고 느끼는 건 다르거든요. 여행자는 여가고 현지인은 삶 자체이니까요. 이는 즐김과 삶의 차이죠. 짧음과 김 차이죠.

삶으로 엮어가는 안면도 자랑, 어때요. 걸으며 엮어가는 안면도 이야기, 괜찮지 않나요. 노을길에서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태안군 남면 드르니항과 안면도 백사장항을 연결한 도보용 연육교인 '대하랑꽃게랑다리'가 제 이야기의 출발점입니다. 이 다리를 경계로 태안의 해변길은 솔모랫길과 노을길로 갈립니다.

곰솔이 노을길을 저와 함께 걷습니다. 참 오롯하지요? 평탄하고 조용해서 좋습니다. 아침 햇살도 쉬어가는 곳입니다.
 곰솔이 노을길을 저와 함께 걷습니다. 참 오롯하지요? 평탄하고 조용해서 좋습니다. 아침 햇살도 쉬어가는 곳입니다.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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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막길입니다. 누구는 내리막길이기도 하죠. 층층이 오르내리지 않으면 통과할 수 없습니다.
 오르막길입니다. 누구는 내리막길이기도 하죠. 층층이 오르내리지 않으면 통과할 수 없습니다.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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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리는 안면도의 관광명소 중 하나입니다. 밤에 서치라이트가 켜지면 환상적입니다. 아침엔 다리 밑으로 걸리는 해 그림자가 일품이고요. 천천히 걸어도 왕복 20분 정도면 건널 수 있습니다. 다리에서 드르니항과 백사장항을 배경으로 해를 찍었습니다. 사진으로는 뜨는 해인지 지는 해인지 구분이 안 갑니다.

사람들은 탄생과 죽음을 확실히 구분합니다. 하지만 자연은 다르죠. 뜨는 해나 지는 해가 다르지 않습니다. 서쪽에서 잡았으면 지는 해이고, 동쪽에서 잡았으면 뜨는 해인 겁니다. 제가 사진 전문가는 아니어서 필터 같은 건 없습니다. 그러니 더욱 뜨는 해와 지는 해 구분이 안 가는군요.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제가 환갑을 넘겼으니 지는 인생이거니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군요. 노을길도 새벽에 걸으니 새벽길입니다. 뜨는 해도 사진에 넣으니 지는 해입니다. 젊은이여! 힘 있다고 자랑하지 마라, 늙은이여! 노쇠했다고 핀잔하지 마라, 아침의 태양이 충고를 합니다.

그리 맑은 길도 해무가 몰려오면 안개 자욱한 길이 됩니다. 안면도의 길은 인생길과 너무 닮았습니다. 대로를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다고 거들먹거리지 마세요. 낭떠러지 길이라고 절망하지도 말고요. 오르막이요? 잠시 후면 내리막이 올 겁니다. 이리 안면도의 길은 나를 채근합니다.

서덜길, 물이 빠지면 길입니다. 물이 들어 오면 바다입니다. 우리 인생도 이런 양면성이 있지 않을까요.
 서덜길, 물이 빠지면 길입니다. 물이 들어 오면 바다입니다. 우리 인생도 이런 양면성이 있지 않을까요.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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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대로 같습니다. 잘 조성되어 있어 장애인도 통행할 수 있습니다. 인생이 이런 길만 있기를 바라는 것은 헛된 꿈이겠지요?
 탄탄대로 같습니다. 잘 조성되어 있어 장애인도 통행할 수 있습니다. 인생이 이런 길만 있기를 바라는 것은 헛된 꿈이겠지요?
ⓒ 김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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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안면도 뒤안길]은 글쓴이가 안면도에 살면서 걷고, 만나고, 생각하고, 사진 찍고, 글 지으면서 들려주는 연작 인생 이야기입니다. 안면도의 진면목을 담으려고 애쓸 겁니다. 기대해 주세요.



태그:#안면도 뒤안길, #둘레길, #노을길, #대하랑꽃게랑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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