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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자본주의공화국>
ⓒ 비아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에 대한 1718호를 시작으로 최근 2371호까지 총 8번의 대북제재안을 채택했다. 석탄과 철광석 등의 주요 광물은 물론 수산물 수입을 금지했고, 해외 노동자 신규 파견도 막기로 했다. 하지만 이같은 국제사회의 경제적 대북제재 압박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 나는 이에 대한 해답을 <조선자본주의공화국>(제임스 피어슨·다니엘 튜더 지음, 비아북 펴냄)을 읽은 이후 찾게 되었다. 이같은 경제 제재들만으로는 북한으로부터 핵을 포기하겠다는 답변을 이끌어내기 불가능하다.

로이터 통신 한국 특파원인 제임스 피어슨은 로이터 TV와 BBC 라디오에서 정기적으로 북한 관련 방송을 하고 있다. 다니엘 튜더는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으로 일하던 당시 한국 맥주를 비판하는 기사를 써 화제가 된 인물이다. 이 둘은 한국 국적으론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땅, 북한을 방문해 북한의 실상을 세밀하게 들여다보았다. 여기에 취재를 덧붙여, 2년 전 영어판으로 <North Korea Confidential>이라는 책을 냈고, 이번에 <조선자본주의공화국>이라는 이름으로 한글 번역판을 출간했다. 

'북한식 자본주의' 시작과 여가생활의 변화

북한은 1990년대 중반 충격적인 대기근을 겪으면서 배급제가 무너졌다. 그러다 보니 '인민'들은 각자 도생을 위해 장사에 나섰고, '회색시장(장마당)'이 확대됐다. 인민들을 먹여 살릴 수 없었던 북한 당국은 이들을 처벌하지 않았고 뇌물을 받으면서 이를 묵인했다.

북한 주민들은 중국으로부터 들여온 엄청난 양의 DVD, USB를 통해 한국문화를 접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것들은 주로 장마당을 통해서 거래가 되는데 장마당의 경우 캔 콜라, 한국 DVD, 미국 영화, BB크림과 같은 제품들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북한 인구 절반 가까이가 외국 DVD를 본 적이 있다고 한다. 이는 명백히 북한에서 불법적인 행위임에도 자신이 뇌물을 줄 능력이 있다면 대체로 처벌 받지 않는다고 한다.

책에서는 북한 사람들은 만화도 즐겨본다고 전한다. 2000년대 중·후반에 등장한 '책매대'라고 불리는 이동식 노점 책방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고 한다. 어떤 '책매대'에서는 전자책을 팔거나 대여해 주기도 하는데 이때는 USB가 필요하다. 북한에는 "마셔라.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 그리고 일요일에도"라는 가사의 노래가 있다. 북한 남성의 80~90%가 매일 술을 마신다고 한다. 이처럼 북한의 여가 생활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책에서는 보여준다.

2008년, 북한의 이동통신망 사업자인 '고려링크'가 출범한 이래 250만 명 이상의 북한 주민이 휴대전화 서비스에 가입했고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고려링크'의 경쟁사 '별'이라는 이름의 회사도 등장해 휴대폰 시장에도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북한 평양의 시내 카페에 남녀 커플이 마주보며 앉아 커피를 마시며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모습을 보는 것은 이젠 어렵지 않다고 책은 전한다.

여전히 폭압적인 정치범수용소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중장거리전략탄도미사일 화성-12형 발사 훈련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중장거리전략탄도미사일 화성-12형 발사 훈련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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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유입'으로 인한 체제 이반을 막기 위한 정치범수용소는 여전히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북한 최대 규모인 정치범수용소 제15호 관리소, 요덕 수용소는 '혁명화구역'과 '완전통제구역'으로 나뉘는데 북한 정권이 잠재적으로 구제 가능하다고 보는 사람을 '혁명화구역'으로 그렇지 않은 쪽을 '완전통제구역'으로 보낸다고 한다. '완전통제구역'에는 반정부 분파의 일원으로 유죄를 받고 온 사람이 많은데 장성택의 옛 라인 소속원이 그런 경우다.

어떤 개인이 진짜로 정권에 맞서 모의를 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런 사람들에게 본때를 보여줌으로 다른 사람들이 반정부적 분파에 가담은커녕 생각도 못하게 만든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북한정부는 이러한 방식으로 김정은 체제에 대항하는 이가 생기지 않도록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저자들은 북한 주민들이 외국의 문화를 알게 된다고 해서 김정은 체제에 반발을 하거나 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태그:#조선자본주의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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