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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조를 사진에 담으려는 여심도 아름다웠습니다.
 낙조를 사진에 담으려는 여심도 아름다웠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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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는 해와 지는 해를 우리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마주합니다. 어제 진 태양은 다음날 또 어김없이 떠오르기 때문이죠. 어제 해와 오늘 해가 같은데도, 사람들은 늘 새롭게 맞이합니다.

아침에 뜨는 태양은 어둠을 걷어내며 세상을 밝힙니다. 저녁에 숨는 태양으로 어둠은 밀려오게 됩니다. 해가 아침을 깨우면 하루가 시작되고, 저녁에 떨어진 해는 휴식을 가져다줍니다.

나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떠오르는 눈 부신 태양보다는 해질녘 붉은 노을빛이 더 좋아졌습니다.

소루지마을 소공원은 낙조를 조망하기 좋은 곳입니다.
 소루지마을 소공원은 낙조를 조망하기 좋은 곳입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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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서 자전거로 멀지 않은 거리에 낙조를 조망하기 좋은 곳이 있습니다. 마을 이름을 따서 '소루지마을 낙조공원'이라 부릅니다. 소루지마을은 강화군 화도면 해안도로에 위치합니다.

공원에는 꽤 넓은 주차장이 있습니다. 팔각정은 그늘막이 되어 쉬어가기 좋습니다. 운동기구도 갖춰졌습니다.

서해바다로 떨어지는 해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소루지마을 공원을 찾습니다. 해질녘 이곳을 지나다 저녁노을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우연히 주차장에 들어서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마다 휴대폰을 꺼내 석양의 붉은 노을빛을 담아내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사진작가들도 낙조를 작품에 남기려는 듯 망원렌즈가 부착된 카메라를 들고 찾아오기도 합니다.

지는 해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일까요? 소중히 보낸 오늘 하루를 돌아보면서 마감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지 않을까요.

낙조를 바라보는 사람들

서해 낙조를 바라보는 사람들. 아름다운 낙조를 사진에 담으려는 모습이 진지합니다.
 서해 낙조를 바라보는 사람들. 아름다운 낙조를 사진에 담으려는 모습이 진지합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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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내내 비가 내리더니, 오후 들어 하늘이 맑아집니다. 꿉꿉한 날씨가 걷히자 마음도 걷히는 기분입니다.

아내가 자전거 타기를 제안합니다.

"여보, 서쪽하늘을 좀 봐! 지금 소루지로 출발하면 해 떨어지는 시간과 맞을 것 같네! 오늘은 멋진 장면이 기대되는데!"

아내와 나는 급히 페달을 밟습니다. 들길을 달려 소루지마을 공원에 도착합니다. 주차장에는 평소보다 많은 차량들로 붐빕니다.

마침 바닷물은 썰물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태양은 붉은빛을 띠며 멋진 석양을 연출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사람들 모두 온통 해가 지면서 펼쳐지는 저녁노을에 눈을 떼지 못합니다. 어떤 사람은 좀 더 가까이 보려는 듯 언덕 아래까지 다가섭니다. 

물 빠진 갯고랑은 꾸불꾸불 모습을 드러냅니다.
 물 빠진 갯고랑은 꾸불꾸불 모습을 드러냅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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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빠진 바다가 만들어낸 갯고랑에 잔잔한 숨소리를 내며 물이 흐릅니다. 갯고랑은 산비탈에 난 길처럼 꼬불꼬불합니다. 마술을 부려놓은 듯한 자연의 신비에 놀라울 뿐입니다.

바닷가 저녁노을의 찬란함

소루지마을에서 본 서해낙조의 아름다움.
 소루지마을에서 본 서해낙조의 아름다움.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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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다로 숨기 전 만들어놓은 노을이 참 아름답습니다.
 해가 바다로 숨기 전 만들어놓은 노을이 참 아름답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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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떨어지는 해가 한 폭의 그림을 그립니다. 뭉게뭉게 피어오른 구름에다 불을 지피고, 그 불빛을 따라 바다는 핏빛을 길게 드러냅니다. 어떤 화가가 이보다 더한 작품을 그려낼 수 있을까요.

카메라를 든 어떤 아주머니가 내 자전거를 모델 삼아 연신 카메라를 터트립니다.

자전거를 모델로 낙조를 배경삼아 사진을 찍었습니다.
 자전거를 모델로 낙조를 배경삼아 사진을 찍었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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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와 노을이 너무 잘 어울려요. 노을을 여러 곳 찾아다녔지만 오늘 정말 멋지네요. 비 그친 날 노을은 뭐가 달라도 달라요."

웃음 띤 아주머니의 얼굴은 이미 노을빛입니다. 

바닷가 물새들도 날개를 접고 움직임이 없습니다. 하루 종일 먹이 찾아 힘든 하루를 보냈을 터, 지는 해와 함께 녀석들도 편안한 휴식이 필요한 모양입니다.

해가 숨은 뒤의 낙조. 온통 핏빛입니다.
 해가 숨은 뒤의 낙조. 온통 핏빛입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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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태양은 노을빛 여운을 남기고 어느새 자취를 감춥니다. 세상도 서서히 적막 속에 묻혀갑니다.

노을을 바라보던 동네아저씨가 의미심장한 말 한마디를 내게 던집니다.

"지는 해는 순식간이야! 우리네 삶도 저렇게 예쁘게 지면 얼마나 좋을까?"


태그:#저녁노을, #석양, #소루지마을, #강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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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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