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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도하는 그림 여행기입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대만, 중국, 베트남을 여행하며 만난 동물들, 그들 삶의 단편을 그림과 짧은 글로 전합니다. 혼자 천천히, 꾸준히 그리는 그림의 성숙 과정도 느긋하게 감상해주세요. - 그리고 쓰는 이 

'지우펀 옛거리'에서
 '지우펀 옛거리'에서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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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펀 옛거리' 한 옷가게. 개 세 마리가 떡하니 입구를 막고 있다. 으레 개들을 쫓는 소리가 들릴 법 한데 조용했다. 안을 들여다보니 주인 여자가 익숙한 듯 싱긋 웃곤 하던 일을 계속 했다. 아무리 봐도 내게 어울릴 만한 옷이 없는데 뭐라도 하나 사고 싶어졌다.

'지우펀 옛거리'에서
 '지우펀 옛거리'에서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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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에서 마주친 늙고 초라한 개. 한 달간 대만을 여행하며 길 위에서 많은 개를 만났다. 작고 예쁜 개들도 있었지만, 그보다 덩치가 크고 늙고 행색이 초라한 개가 훨씬 많았다. 하지만 '크고 늙고 초라하다'는 이유로 개들을 멀리 하거나 구박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지우펀 옛거리'에서 만난 이 해진 옷조각을 입은 개는 다음 번 봤을 땐 근사한 새 남방을 걸치고 있었다.

'지우펀 옛거리'에서
 '지우펀 옛거리'에서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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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가게 앞, 가방보다 시선을 더 끄는 '못난이 삼형제'. 특별한 재주를 부리거나 애교를 떠는 일은 없다. 세상 지루한 표정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 역시나 주인은 손님 드나드는 입구를 막고 앉은 녀석들을 당연한 듯 바라볼 뿐이었다. 

'지우펀 옛거리'에서
 '지우펀 옛거리'에서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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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후미진 골목길. 쓰레기 봉투가 쌓여 있고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었는데, 고양이 한 마리가 오토바이 좌석 위에서 단잠을 자고 있었다.

'이따금씩 꿈에서라면 몰라도 현실에선 무섭고 아픈 일 없기를.' 

'지우펀 옛거리'에서
 '지우펀 옛거리'에서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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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하고 경이로운 자연 풍광에 입이 떡 벌어지는 지우펀. 하지만 그곳에 사는 이 녀석은 땅에 붙은 껌딱지처럼 꿈쩍도 않고 무료함을 견디는 듯 보였다. 황홀하고 짜릿한 그 어떤 여행지도 누군가들에겐 지루하고 고단한 일상…… 그렇다면 반대는?

우리의 모든 일상은 황홀하고 짜릿한 보석으로 채워져 있다는!



'지우펀 옛거리'에서
 '지우펀 옛거리'에서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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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슬부슬 비가 오는 지우펀에서 부러 버스를 타지 않고 맘 가는대로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뜻밖에 반가운 '마을 주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도 그렇게, 그곳에 같이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는 어디나 마찬가지.

'지우펀 옛거리'에서
 '지우펀 옛거리'에서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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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펀 옛골목' 초입, 한 식당 앞에 매달아둔 장난감 젖병 속 인형들. 동물 인형이지만 가엾은 마음이 들었다. 산 생명에겐 이러지 말아야 하는데……. '살충제 달걀', '바이러스 소시지', 실은 모든 게 생명을 무생물처럼 여겨 함부로 대한 대가인 샘이다.


이전 기사 : [삶그림] 늙고 초라해도 이곳에선 인기만점

덧붙이는 글 | 같이 사는 우리) https://www.facebook.com/wearelivingtogether/ 서툴지만 그림으로 전해요. 같이 사는 동물 가족&이웃들의 삶을.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손수 그린 그림들을 차곡차곡 모아 엽서책을 만들 예정입니다. 동물들을 만나는 여행, 그 여정 가운데 도움이 절실한 동물들을 도울 수 있게 응원해주세요!



태그:#살충제달걀, #감염소시지, #동물그림, #대만여행 , #ANIMAL DRAW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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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삶은 정말 여행과 같네요. 신비롭고 멋진 고양이 친구와 세 계절에 걸쳐 여행을 하고 지금은 다시 일상에서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닷가 작은 집을 얻어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멋진 '영감'과 여행자들을 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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