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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무부가 발표한 '2016년 전 세계 국가별 종교자유보고서'는 개별 국가의 종교 자유 침해 사례에 관한 취합된 정보를 자세하게 수록하고 있다. 대한민국 보고서의 상당 부분은 양심적 병역거부권 불인정에 관한 내용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을 종교 자유의 침해로 간주하기 때문에 보고서에는 해당국의 병역거부권 인정 여부를 명기하고 있다. 이번 한국보고서는 예년 보고서에 비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 관행에 대해서 이례적으로 상당 부분을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처벌보고서'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예비군 훈련 거부자의 처벌 반복과 합산된 벌금액을 자세하게 소개한 것을 보면 국가가 가혹한 처벌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누적 처벌자가 2만 여명에 이르고 현재 수감중이거나 재판중에  있는 거부자가 무려 9백여 명에 이르고 있기 때문에 보고서의 앞부분에서 언급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위 보고서 첫 문장은,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으며 종교적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로 시작하면서 바로 뒤이어 처벌 상황을 소개하고 있다. 헌법에는 종교의 자유를 천명하고 있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인정하든, 하지 않든 병역거부자 처벌은 인권과 종교의 자유 침해임이 분명하다.

한국 개신교가 미국 선교사에 의해 전래되고 지원을 받으면서 성장을 했음에도 병역거부를 이단의 짓거리로 해석하는 것은 자신들의 뿌리를 부정하는 것이다. 아니라면 그리스도교 역사에 대한 무지 때문일 것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원시 그리스도교의 병역거부 전통을 고수하고 있는 병역거부자의 존재로 인해 그 대척점에 있는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한 초초함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몸부림일수도 있다. 만에 하나, 훼절의 부끄러움이 정절에 대한 증오로 변질된 것은 아니기를 바란다.

어찌되었건 '종교자유보고서'는 그 내용의 정확성과 객관성 때문에 각국의 종교자유를 가늠하는 척도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그동안 꾸준히 미국은 UN인권이사회에서 한국 정부에 대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제를 시행하라고 권고를 해왔다. 위 보고서에도 해마다 한국의 병역거부자 문제를 종교 지도자들, 정부 당국자들과 토의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 정부와 협력 관계를 중시하는 대한민국 정부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처벌을 중지하라는 미국 정부의 권고를 무시하는 것은 그 동안의 양국간의 관계로 미루어 볼 때, 쉽게 수긍하기가 어렵다

종교 자유의 제한 내지 축소에 대한 사례별 소개는, 종교적 삶이 인간 생명의 존엄성 발현과 고양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가가 감시를 적극적으로 해서 침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방지하라는 것이기에 내정불간섭원칙의 위반이라고 반발해서는 안 된다. 선진국 비선진국 여부를 떠나 공히 병역거부자 처벌을 하는 국가는 종교 자유의 침해국이라는 오명을 얻게 된다. 더 나아가 정신적 후진국으로 비추어진다면 G20의 일원인 대한민국의 위상과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다.  

동보고서에는 대법원의 유죄 선고,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과 함께 최근 하급심의 무죄 선고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양심적 병역거부 재판 역사상, 지금처럼 하루가 멀다면서 무죄가 선고된 유례가 없다. 판사의 독립성 확인 실례로는 긍정적일지 몰라도, 법률해석의 통일성면으로는 자중지란으로 보인다. 대법원이 하급심의 논지를 체로 치듯 세밀하게 걸러야 하는데 반대로 하급심이 대법원의 논지의 오류를 적극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사법부의 법해석이 법원별로 골육상쟁의 형상으로 오해받기에 충분하다.

더 늦기 전에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 병역거부자의 처벌법규에 대해서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내려서 입법을 촉구하거나, 행정부가 입법 발의를 해야 한다. 군복무자는 비양심이냐는 식의 소모적인 언쟁을 지속해서는 안 된다. 국방부가 여론조사를 빌미로 시기상조로 결론을 내리려고 해서도 안 된다. 여론 조사의 객관성 유지를 위해서 설문 항목을 단순하게 만들어서 쉽게 대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면, '군복무 대신 대체복무에 편입을 시킨다'가 아니라, '감옥 대신에 대체복무에 편입시킨다'로 해야 한다. 전자는 특혜를 요구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반면, 후자는 특혜가 아닌 생산적 활동으로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다는 면을 생각토록 해서 공정한 여론조사를 가능하게 해 준다.

형평성과 공정성을 위해서 그동안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를 실제적으로 막아 온 국방부나 병무청은 관리 감독 업무에서 배제되어야 한다. 국제적 기준도 순수 민간 행정청이 주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간과 역무도 징벌적이 아니어야 하지만, 악용 방지를 위해서는 다소 길게 시작하여 점차적으로 줄여나가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국제종교자유보고서 대한민국편에 더는 양심적 병역거부처벌 관행에 대한 소개가 빠지게 되기를 바란다. 인권침해에 이어 종교자유침해로 보낸 70년 오욕의 역사에서 벗어나자.

덧붙이는 글 | 종교 자유의 제한 내지, 침해는 후진국만의 일이 아니다. 인권선진국으로 평가 받아야 할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발생되는 양심적 병역거부처벌 관행은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는 적폐 중의 하나다.



태그:#양심적 병역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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