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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志朗, 뜻을 가지고 밝게 살아가라고 주인이 붙인 이름)라는 이름의 백구(흰개)는 이즈반도(伊豆半島)에서는 조금 유명세를 타고 있는 개다. 백구가 유명하게 된 것은 백구를 5번째 식구로 받아들인 맘씨고운 이토 노리코(62살) 씨 덕분이다. 어제(17일) 노리코 씨는 마츠자케에서 시모다 집으로 돌아오는 산모퉁이 길에 승용차를 세우고 1년 반 전 백구가 버려진 개로 살고 있던 자리를 기자에게 설명해주었다.

"여기서 백구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우두커니 앉아 있었지요. 사람들 말로는 5년 전부터 백구가 이곳 요코가와 국도변의 작은 주차장에 나타났다고 하더라구요. 누군가를 기다리는지 날마다 같은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주민들이 보고 불쌍하여 먹이를 갖다주기 시작했다고 해요. 추운 겨울에도 오로지 같은 자리에 앉아있는 개가 불쌍하여 누군가 보건소에 연락해서 백구를 보호해달라는 민원도 냈지만 잡으려고 하면 도망치고 나타나지 않아 백구는 5년 정도 들개 생활을 한 거에요."

시즈오카현 요코가와 국도변에서 5년째 누군가를 기다리며 들개로 지내던 개, 주인인 노리코 씨가 이름을 시로라고 지음
▲ 시로 시즈오카현 요코가와 국도변에서 5년째 누군가를 기다리며 들개로 지내던 개, 주인인 노리코 씨가 이름을 시로라고 지음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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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코 씨 집에 5번째 식구로 입양된 시로, 오른쪽 앞다리는 들개 시절에 다친 것
▲ 시로2 노리코 씨 집에 5번째 식구로 입양된 시로, 오른쪽 앞다리는 들개 시절에 다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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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개 이름)와 노리코 씨는 시즈오카 신문을 비롯하여 도쿄신문 등에 크게 보도되었다
▲ 시로3 시로(개 이름)와 노리코 씨는 시즈오카 신문을 비롯하여 도쿄신문 등에 크게 보도되었다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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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마리 유기견 키우는 노리코씨 "살처분 소식에 모른체 할 수 없었다"

노리코씨가 이 백구를 처음 본 것은 2015년 4월이었다. 이미 노리코씨는 버려진 개(유기견)를 4마리나 키우고 있는 터라 더 이상 유기견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인으로부터 백구 이야기를 들은 노리코 씨는 자동차로 30여 분 거리에 있는 백구가 있는 곳에 여러 번 가보았다. 처음에 경계를 하던 백구는 노리코씨가 키우는 이미 입양해 키우는 개 '사랑이'를 데리고 가자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었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백구는 노리코씨 집으로 들어와 새식구가 되었다. 현재 노리코씨 집에는 백구를 비롯한 5마리 유기견이 있다. 1년 반 된 백구가 가장 신참이고, 2년 반 된 코타로, 3년 반 된 사랑이, 4년 된 진페, 14년 된 브락키가 노리코씨 집 식구들이다.

"처음 이 개들을 기르게 된 것은 SNS에서 개들이 살처분 위기에 처해진 것을 알고부터였어요. 유기견들은 보건소에서 잡아다가 짧게는 1주일, 길게는 1달간 보호하다가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살처분 하는 게 지금 일본의 실정입니다. SNS에 올라온 귀여운 개들이 곧 살처분 된다는 소식을 듣고 도저히 모른 체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둘 기르기 시작한 것이 지금에 이르른 것이지요."

기자가 5마리의 개를 기르고 있는 노리코씨 집에 일주일 묵으면서 관찰한 결과 개 5마리를 기른다는 것은 보통 정성이 아니고는 흉내낼 수 없는 일임을 절감했다. 노리코씨는 단독주택에 살며 집안에 작은 정원이 있다. 개들이 마음놓고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이지만 아침 5시면 4마리의 개를 데리고 1시간가량 해변가를 산책한다. 진페라는 녀석은 성격이 거칠어 나머지 4마리와 어울리지 못하고 특별대우를 받으며 산책도 따로 시키고 있다.

 노리코 씨 집에서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입양된 개들, 가운데 백구가 5번째로 식구가 된 시로이다.
▲ 노리코와 개들 노리코 씨 집에서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입양된 개들, 가운데 백구가 5번째로 식구가 된 시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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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리코 씨 집에서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입양된 개들, 가운데 백구가 5번째로 식구가 된 시로이다.
▲ 노리코와 개들 2 노리코 씨 집에서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입양된 개들, 가운데 백구가 5번째로 식구가 된 시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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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다의 하마보 공원에서 아침 산책 중인 개들과 노리코 씨
▲ 개들의 산책 시모다의 하마보 공원에서 아침 산책 중인 개들과 노리코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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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나 눈이 오나 노리코씨의 산책은 쉬는 날이 없다. 뿐만 아니라 5마리가 서로 싸워 다치기라도 하면 병원엘 데리고 다녀야 한다. 다행히 노리코씨는 자녀가 없어 개에게 정성을 쏟을 수 있지만 90살의 노모와 함께 지내고 있어 노모를 살피는 일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왜 이렇게 힘든 일을 자청하는 겁니까? 오랜 지인이기도 한 노리코씨에게 기자는 물었다. 그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언제는 좋아서 키우다가 언제는 싫다고 내다버리는 개들이 끝내 살처분 되는 것을 보는 것은 가슴 아픈 일입니다. 보건당국에서 유기견을 한없이 보호할 수 없는 입장이기에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다는 정보가 SNS에 올라 올 때마다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실제로 시즈오카현 내의 유기견과 버려지는 고양이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2014년도 통계를 보면 유기견 869마리를 보건소에서 잡아 보호했으며, 개주인이 보건소로 데리고 온 경우만도 146마리에 이른다고 한다. 이 가운데 181마리가 주인을 찾지 못해 살처분되었다. 고양이는 개의 13배에 이르는 2484마리가 살처분되었다.

3마리는 노리코 씨가, 뒤에 한마리는 기자가 데리고 산책 중이다.
▲ 노리코와 개들 3 3마리는 노리코 씨가, 뒤에 한마리는 기자가 데리고 산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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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도 이 녀석들과 아침 산책을 했다. 가운데 큰 백구가 주인공인 시로이다
▲ 개들의 산책 2 기자도 이 녀석들과 아침 산책을 했다. 가운데 큰 백구가 주인공인 시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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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바라는 것은요, 개나 고양이를 기르기 위해 애완동물점(페트숍)을 기웃거리지 말고 보건소에서 살처분을 기다리는 개와 고양이를 데려다 길러주었으면 합니다. 이들도 하나의 생명인데 살처분하는 것은 생명 존중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노리코 씨는 5마리의 개를 살피는 일이 '즐겁다'고 했다. 오히려 개들이 있어 아침 산책을 거르지 않아 건강에도 좋다고 했다. 자신이 개에게 무엇을 해주기보다 개들이 자신에게 기쁨을 준다고 했다. 또한 약간의 치매를 앓고 있는 노모에게도 개들은 좋은 친구라고 했다.

5마리의 개와 치매 노모를 함께 돌보고 있는 올해 예순 두 살의 노리코씨는 지난해 미국인 남편 링크씨가 폐암으로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났다. 남편 링크씨도 개를 끔찍이 아꼈던 분으로 현재의 5마리는 모두 링크씨와 함께 돌보던 개들이다. 남편은 갔지만 노리코씨는 버려진 개들의 착한 주인이 되어 시모다의 아름다운 해변을 오늘도 산책했다.

산책 도중에 먹일 간식과 물을 가방에 짊어지고 가서 한 마리, 한 마리의 이름을 부르며 머리를 쓰다듬고 먹이는 모습이 마치 천사 같아 보였다. 일본 뿐 아니라 한국에도 개 등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늘고 있으나 이들을 가족으로 여기고 끝까지 보살피려는 마음은 부족한 듯하다. 그래서 노리코씨의 동물사랑은 더욱 돋보이는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신한국문화신문에도 보냈습니다.



태그:#노리코, #유기견, #시로, #시즈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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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 시인.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한국외대 외국어연수평가원 교수,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 국립국어원 국어순화위원,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냄 저서 《사쿠라 훈민정음》, 《오염된국어사전》,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집《서간도에 들꽃 피다 》전 10권, 《인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사》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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