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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나 지리산에 방사됐지만 90km나 떨어진 김천 수도산(해발 1317m)으로 떠났던 반달가슴곰 'KM-53'을 다시 자연에 놓아줄 것인지 여부를 두고 논란을 빚고 있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아래 공단)이 17일 '반달가슴곰과 공존 방안 모색을 위한 워크숍'을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한다. 이런 가운데 환경단체들은 반달곰을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2015년 1월 태어난 수컷 반달곰 KM-53은 그해 10월 지리산에 방사됐다. 이 반달곰은 귀에 부착한 발신기가 떨어져 위치 파악이 되지 않았다가, 올해 6월 15일 김천 수도산에서 발견됐다. 지리산과 수도산 거리는 90km다.

공단은 이 반달곰을 지난 7월 6일 지리산에 재방사했다. 그런데 반달곰은 1주일 뒤 함양과 거창을 거쳐 다시 수도산으로 갔다. 반달곰은 지난 7월 25일 수도산에서 다시 포획되어 현재 지리산 문수리 '자연 적응 훈련장'에서 지내고 있다.

공단이 KM-53을 재포획하자 논란이 벌어졌다. 환경단체는 자연에 방사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환경부와 공단은 워크숍을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워크숍은 '반달가슴곰과 사람의 공존'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환경단체와 학계, 관련 기관 등에서 70여 명이 참여한다. 김천시와 거창군 등 관계자들도 참여한다.

경북 김천 수도산에서 포획된 반달가슴곰.
 경북 김천 수도산에서 포획된 반달가슴곰.
ⓒ 김천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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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가슴곰 KM-53 이동 경로.
 반달가슴곰 KM-53 이동 경로.
ⓒ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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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곰친구들 "KM-53을 자연으로 돌려보내라"

(사)반달곰친구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은 워크숍에 앞서 이날 낸 자료를 통해 "KM-53이 우리에게 묻는다. 반달곰 KM-53을 자연으로 돌려보내라"고 했다.

이들은 "문수리 자연적응장에 갇혀 지리산을 바라보던 KM-53의 눈빛을 기억한다"며 "KM-53은 묻고 있었다. '나를 왜 이곳에 가뒀는지, 내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 나는 언제까지 이곳에 있어야 하는지...'"라 했다.

이들은 "그날 이후 우리는 꾸준히 여러 경로를 통해 KM-53의 재방사를 요구하였다. KM-53을 가두는 이유가 분명치 않았기 때문"이라며 "환경부와 공단이 이야기하는 올무 등 밀렵도구에 대한 위험, 사람과의 충돌에 대한 우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환경부와 공단의 주장대로라면 야생동물 복원은 애초 불가능한 일"이라 했다.

이들은 "안타깝다. 지리산에서 반달곰 복원사업이 시작된 지 10년이 지나서야 지역사회와 주민들에게 이해되기 시작했다는 것이, 반달곰과의 공존이 그간 점했던 무엇인가를 뺏는 느낌일 때 인간은 절대 양보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러나 어쩌겠는가? 안타깝지만 이게 현실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또 이들은 "KM-53은 묻고 있다. 한반도 남쪽 곳곳에 널려 있는 올무 등 밀렵도구를 그대로 놔둘 것인지, 야생동물과의 공존이 말로만 가능한 것인지,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야생동물은 인간에게 모든 걸 양보해야 하는지, 정말 그런가"라 했다.

반달곰친구들 등 단체들은 "이제 우리 사회는 야생동물과의 공존이 인간으로부터 시작돼야 함을, 국립공원 등 보호지역만이 아니라 그들이 살 수 있는 모든 곳에서 진행되어야 하며, 그들의 서식지를 확대하고 이동의 장애물들을 제거해야 하며, 인간의 것을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것을 돌려주는 것이라는 걸 공론화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김천시는 수도산에 반달곰이 서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나섰다. 김천시는 지난 16일 낸 자료를 통해 "수도산은 반달곰이 좋아하는 각종 열매가 있고, 인근 단지봉, 두리봉, 가야산 등과 연결돼 서식에 좋은 환경"이라 밝혔다.

박보생 김천시장은 지난 14일 환경부를 찾아가 수도산을 반달곰 서식지로 지정할 것을 요구했다. 김천시는 올무 같은 수렵구를 제거해 반달곰 서식 환경 조성에 나설 계획이다.

환경부와 공단은 2004년부터 반달곰 종복원사업을 벌였고, 지리산 일대에는 현재 47마리의 반달곰이 방사되어 있다.


태그:#반달가슴곰, #지리산, #수도산,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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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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