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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디에서 죽을까?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지만,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다. 도시에서 살고 있고, 병원이 멀지 않은 곳에서 지내니 아마 어떻게 죽든 간에 최후에는 병원에서 죽을 것 같다. 아마도 옛날처럼 마을에서 함께 장례식에 참여하거나 상여를 사용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산업화 이후, 사람들의 생활뿐 아니라 죽음 역시 도시에서 이루어지게 되었다. 농촌을 떠나서 도시에서 지내는 사람들은 도시에서 태어나고 도시에서 죽음을 맞는다. 병원의 중환자실은 이런 모습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광경일 것이다. 이곳의 의사들과 간호사들은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긴장 속에서 전력을 다한다.

 <도시에서 죽는다는 것>
 <도시에서 죽는다는 것>
ⓒ 도시에서 죽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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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면서도 엄중한 중환자실의 풍경, 그런 풍경을 그린 책이 <도시에서 죽는다는 것>이다. 저자인 김형숙씨는 대형병원 간호사로 20년 가까이 일하신 분이다.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간호사가 된 후, 신경외과 중환자실에서 환자를 간호했다. 지금은 순천향대학교 간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의 결과로, 사람들은 이제 도시에서 죽음을 맞게 되었다. 농촌에서 상여를 메던 풍습은 병원 장례식장에서 장례식이 열리는 풍경으로 바뀌었다.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할 확률이 확연히 높아진 시대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병원에서 맞는 죽음에 대해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중환자실에 있으면서도 자신이 의식을 잃기 전까지 연명치료나 의료지시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문화가 있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정하지 못하고, 어떻게 이어질지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 빠진 후에 환자 본인의 의사를 제대로 알 수가 없게 된다. 이 책은 그런 중환자실의 모습을 그려낸 에세이다.

저자는 간호사로 수십년 동안 일한 베테랑이다. 중환자실에서 첫 간호사 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할머니와 지내면서 할머니들의 감정을 잘 이해하게 되었다는데, 그런 경험이 있기에 이렇게 심난하고 어려운 주제를 감성적으로 잘 써낸 것이라 여겨졌다.

책이 말하는 중환자실의 모습은 무겁기 그지없다. 감정을 잘 다스리고, 너무 몰입하지 않고 읽기 위해 노력해야 할 정도다. 환자의 가족들은 어떻게든 환자의 생명을 잇겠다고 연명치료라도 해달라고 하고, 환자는 자신의 몸 상태에 예민해져 있다. 간호사와 의사는 이런 중환자실에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끊임없이 일해야 한다. 이런 일에 점점 피곤해져가는 의료 인력들은 사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병원에서는 환자 본인에게 상태를 정확히 알리기보다는, 보호자들에게 정보를 알리는 편을 택한다고 한다. 환자에게 '당신이 할 수술은 사망 확률이 몇 퍼센트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환자에게도 부담이고, 이걸 말하는 병원 측에서도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 본인에게 직접 말하기 보다는 보호자와 대화를 한다고 한다.

보호자와 대화를 하다 보니 소통이 잘 되지 않고, 환자 본인에게 제대로 된 현 상황을 알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제기된다. 심한 경우, 죽음을 앞둔 환자들이 가족이나 보호자를 의심하기도 한다. 환자가 자신의 상황을 알지 못하는 점이 나쁜 효과를 낸 것이다. 죽을 상황인지 모르기 때문에 사후를 대비하는 가족들을 자신이 죽기를 바라는 사람으로 보게 된다.

중환자실에서 일어나는 정신 이상에 대한 묘사도 충격적이었다. 중환자실에서 며칠 정도 지내다 보면 정신적으로 불안한 반응을 보이다가 마침내 간호사가 자신에게 독약을 주사한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는 거다.

그중에서도 심각한 경우는 유산이 정리되지 않은 경우다. 이럴 경우 유산이나 저축한 돈을 찾기 위해서 온 가족이 싸우며 아수라장이 된다. 재산 처분 때문에 가족 간 갈등이 일어나는 것이다.

유산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환자가 의식불명에 빠지면, 우리는 자주 아주 현실적이면서도 골치 아픈 문제에 직면하고는 했다. 가족 중 누군가 환자가 저축해둔 돈을 찾기 위해 환자가 의식불명임을 증명하는 의식소견서를 요청하는 일도 있었고, 또 가족 중 누군가 서류를 가져와 의식 없는 환자의 지장을 찍어갔는데 그냥 둬도 괜찮냐며 놀란 간호사들이 데스크로 달려온 적도 있다. - 227p

저자에 따르면, 간호사들은 환자가 회생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가족의 요청 때문에 심폐소생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사람이 자신의 죽음을 정리하기도 힘든데, 타인의 병을 치료하고 죽음을 정리해야 하는 사람들의 고통이 느껴졌다. 간호사로서 이런 일에 대처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전에도 종종 환자의 회생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의 요청에 따라 심폐소생술을 시행할 때가 있었다. 대개 임종하는 순간에 가족이 곁을 지켜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가족을 기다리며 심폐소생술을 원하는 경우였다. 그런 경우 대개 가족이 도착할 때까지 소극적으로 심장압박만 유지했다. - 158p

이 책은 중환자실의 풍경을 환자를 다루는 간호사의 눈으로 그려낸다. 때문에 환자 자신은 말을 하지 못하고, 환자 가족들은 슬픔 때문에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을 다룰 수 있었다. 병원 한 번 들르지 않기가 어려운 시대에, 중환자실의 모습을 그린 책은 한 권쯤 읽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삶과 죽음을 정리하고, 죽음을 앞두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생각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 책은 자신이 아플 때 어떤 식으로 자신이 다뤄졌으면 좋을지 생각해볼 기회를 준다. 의료 용어에 대한 설명이 일부 부족한 점은 아쉽지만, 쉽게 알기 어려운 중환자실의 풍경을 그린 책이라는 점이 좋다.


도시에서 죽는다는 것 - 어떻게 존엄하고 품위 있게 이별할 것인가

김형숙 지음, 뜨인돌(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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