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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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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하는 게 나았던 해명이 됐다. 롯데가 면세점 추진 내용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면세점 특혜 의혹과 무관하다는 롯데 해명은 타당성을 잃었다.

지난 13일 SBS 보도에 따르면, 관세청은 지난해 2월 18일 면세점 특허를 확대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만들어 청와대에 보고했다. 보고서 내용과 보고 일정은 대외비였다.

그런데 검찰 수사 결과 롯데는 하루 전인 17일 관세청의 보고 일정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가 17일 면세점 상무에게 "청와대 보고 일정을 절대 대외비로 하라"고 문자를 보낸 사실도 확인됐다.

롯데가 면세점 추가 허가를 위한 정부의 연구용역기관과 연구 내용, 진행 상황도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개 사기업인 롯데가 정부의 주요 정책 사안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었던 것이다.

면세점 내용 알았던 롯데, "특혜 무관" 주장 설득력 없어져

검찰은 지난 4월 롯데가 K스포츠 재단에 낸 지원금을 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에 포함시키면서 신동빈 롯데 회장을 기소했다. 출연금 등을 낸 것은 면세점 사업권 재선정과 관련이 있다고 본 것이다. 

그동안 롯데는 재단에 지원금을 낸 것은 면세점 특혜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해왔다. 지난 11일 감사원의 면세점 감사 결과 발표 때도 같은 내용의 해명을 반복했다. 면세점 결정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신동빈 롯데회장 독대 전에 이미 결정이 난 사안이란 것이다.

롯데는 지난 11일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신규 면세점 입찰 공고는 4월 이뤄졌고, 3월 대통령 독대 이전에 이미 결정된 사안"이라며 "독대와 시내 면세점 특허 추가 공고는 시기와 정황상 무관하다"라고 밝혔다.

사실 이 주장도 '독대 이전에 청와대와 롯데가 아무런 물밑 교섭이 없었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설득력이 부족했다. 그런데 롯데가 면세점과 관련한 청와대 보고 일정과 연구용역 등의 정보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롯데의 해명은 더 이상 설득력을 얻기 어려워졌다.

SBS보도에 나온 검찰 조사대로라면 면세점 사업 등에 대한 내용이 물 밑에서 충분히 조율된 뒤 박 전 대통령과 신동빈 롯데 회장이 독대를 가졌다고 추정하는 게 타당하다.

권오인 경실련 팀장은 "사실 정황으로 볼 때 지난해 면세점도 SK와 롯데를 독대한 이후 급격히 추진돼 왔다"면서 재단에 사후적으로 기부금을 내는 등 면세점 관련 공고 전후로도 의심할 여지는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올해 초 롯데는 그룹 50주년을 맞아 야심차게 '질적 성장'이란 화두를 던졌다. 투명경영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을 볼 때 롯데의 해명은 결코 '투명'해 보이지 않는다.


태그:#롯데, #면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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