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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의 두 정상은 지난 7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독일 함부르크에서 만났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 자리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한미일 '대북 군사 공조'의 고삐를 바짝 조이는 장면을 연출하면서도 신경전을 펼쳤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통일의 조건을 만들기 위해 남북대화 재개가 필요하다"고 밝힌 반면 아베 총리는 "지금은 최대한의 압력을 가할 필요가 있으며 대화의 시기가 아니다"라고 말해 입장이 미묘하게 엇갈렸다.

지난 7일 G20 계기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 독일 함부르크에서 손을 잡은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 한일 양국정상 상견례 지난 7일 G20 계기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 독일 함부르크에서 손을 잡은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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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발사를 공동으로 규탄하면서도 시선이 엇갈린 두 정상의 '속내'를 살피면서 앞으로의 한반도 정세를 진단하고자 한다. 우선 두 정상의 대북 공조가 미국의 입김에 따라 좌우되는 현재 상황을 지적해야겠다. 두 정상은 일관되게 '굳건한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겠다'는 공통된 입장을 밝혀왔다. 여기에는 한미동맹을 금과옥조로 삼고 북한을 '적'으로 여기겠다는 인식이 묻어난다. 그런데 온갖 변수가 가득한 국제사회에서 어느 한 쪽이 타당하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것일까.

국제사회에는 북한을 바라보는 두 갈래의 시선이 존재한다. 첫 번째로 미국이 주도하는 방식이 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그를 규탄하는 결의안과 경제제재 등을 추진한다. 상황이 잘 풀리지 않으면 미국 독자의 규탄안을 추진하기도 한다. 니키 헤일리 미국 유엔대사가 지난 5일 대북 제재 불참을 시사한 중국과 러시아를 정면으로 겨냥해 "만일 당신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우리(미국)는 우리 자신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두 번째로 또 다른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방식이 있다. 지난 6월 2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다른 나라들도 자국 방위를 위해 북한처럼 핵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발언의 근거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진영이 약소국인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 등에 무력으로 개입해 붕괴시킨 사례를 지적했다. 방비책(무력)이 없는 약소국이 서방진영에 당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북한의 핵 보유는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

한일 양국은 미국의 방식을 따랐다.

한일정상회담에 앞서 지난 6일 열린 한미일정상회담에서는 "3국 정상은 각각의 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북한의 어떠한 공격에 대해서도 억지 및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지속적으로 증강시켜 나갈 것임을 강조한다"는 언급이 나왔다. 문재인 정권과 아베 정권은 미국과 함께 북한 제재에 나서겠다는 뜻을 명확히 드러낸 것. 이는 한일 양국이 '대화냐 공세냐'라는 방법론이 달랐을 뿐 미국의 방침에 함께 동참했다고 지적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 배경을 살펴보자. 한국과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6.25동란을 거치면서 군사적으로 미국에게 편입됐다. 한국에서는 전쟁 직후인 1953년에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일본에서는 1960년에 미일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됐다. 이 조약을 근거로 양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은 오늘날 북한의 무력시위를 억제한다는 이유로 해당국 정부로부터 막대한 '방위비 분담금'을 지급받는다. 특히 전시작전권도 확보하지 못한 한국군은 한미연합사령부를 통해 나오는 미군의 요구에 휩쓸리는 현실. 이로 인해 북한 문제는 양국의 국내정치판을 좌우하는 '상수'가 됐다.

한국의 국내상황

문 대통령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70~80%대를 오가는 안정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박근혜 전 정권의 국정농단을 넘어 적폐청산을 이룬 공정한 대한민국을 바란 촛불혁명의 염원이 반영된 결과다. 인사청문회 난항,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등을 맞닥뜨리고 있음에도 집권 초기 굳건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를 바탕으로 검찰, 양극화, 일자리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강력한 개혁정책을 밀어붙일 것을 예고하고 나섰다.

그러나 유독 청와대의 대북 정책은 모호하다. 청와대는 북핵 견제용이 아닌 사실상 미국의 중국과 러시아 감시망이라는 비판을 받는 사드 체계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통한 민주적 절차를 밟아나가겠다"며 확실한 찬성도, 반대도 아닌 두루뭉술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사드 배치 철회는 없을 것이란 문 대통령의 발언이 나왔지만 현 단계에서는 '전략적 차원의 수사'일 가능성이 커 보이므로 단정 짓기에는 성급하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ICBM을 발사하자 지난 5일에는 '현무-2A'미사일 발사를 지시하며 무력 대응했다. 전임 이명박 박근혜 정권과 전혀 다를 것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으로는 지난 6일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을 계승해 평화통일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의 '신베를린선언'을 발표했다. 특히 "북한의 흡수통일을 바라지 않겠다" "여건이 되면 김정은을 만나겠다"라며 남북대화 의지를 드러냈다. 북한의 무력행사에는 무력으로 강경하게 맞대응할 것이라면서도 대화를 바란다는 갈지자 행보를 어떻게 바라봐야 좋을까?

이와 관련 청와대는 북한을 겨냥해 대화와 공세를 병행하는 이른바 '투트랙'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런데 이 전술이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지난 1일 장웅 북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정치적인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 스포츠가 어떻게 교류를 주도하고, 물꼬를 트고 하느냐"며 북한에 대한 공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화 의지가 없다는 생각을 밝혔다. 세계에서 6번째로 ICBM을 갖춰 확고한 핵 억지력을 확보한 북한이 한국정부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여 핵무기 동결을 전제로 한 손해 보는 대화에 나설 이유가 있을까. 당근과 채찍을 한 손에 들겠다는 문재인 정권의 대북정책은 험난해 보인다.

그렇다면 일본의 상황은 어떨까?

일본의 국내상황

아베 총리는 지난 2012년 제2차 내각 출범 이래 가장 큰 위기에 내몰렸다. 총리의 직권으로 압력을 넣어서 '친구'가 운영하는 사학재단인 카케(加計)학원에 수의학부를 신설하는 특혜를 제공했다는 정황, 이나다 토모미(稻田朋美) 방위상(국방장관)이 자위대원을 대상으로 자민당의 선거 지지를 요청하는 등 각종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됐다. 이 결과로 지난 2일 집권 자민당은 토쿄도의회(東京都議会) 선거에서 창당 이래 최악의 대참패를 당했다. 지난 10일 보수 언론 요미우리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 지지율은 36%였다. 같은 신문 조사에서 제2차 내각 출범 이후 30%대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쟁 금지 조항이 담긴 헌법 제9조를 개헌하려던 아베 정권의 목표도 불투명해졌다. 아베 총리의 지지세 하락은 앞서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승격하는 내용이 담긴 개헌 논란, 공무원이 정부 방침을 대외에 밝히면 처벌 받는 특정비밀보호법 통과 등의 극우화 냄새가 물씬 풍기는 정책을 강행하면서 불이 붙은 것. 여기에 부패 의혹까지 겹치면서 지지율 하락에 기름을 끼얹게 된 형국이다.

자민당과 아베 총리가 지지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은 거의 가로막혀 있다. 지난 9일에는 8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토쿄(東京) 도심 곳곳을 행진하면서 '아베 그만둬라'를 외치기도 했다. 현재 아베 총리는 내려앉은 지지율을 회복시키기 위한 조치로써 다음 달 초 '소폭 개각'을 예고하고 있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애초 아베 정권의 위기가 총리 자신의 부패 의혹에서 기인해서다.

뾰족한 돌파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총리가 중의원(하원) 회기 도중에 직권으로 총선거를 실시할 수 있는 일본정치의 특성상 아베 정권의 퇴진 가능성은 나날이 높아져 갈 전망이다. 민영방송 네트워크 NNN이 지난 7~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베 정권의 대북대응이 충분치 않다는 응답이 74.8%에 달했는데 아베 정권은 최후의 카드로써 '장기'인 대북 공세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앞서 2007년 아베 제1차 내각 출범 때 북한으로 납치된 일본인을 일본으로 송환하겠다는 목표를 최우선으로 내걸고 집권했다. 재집권 이후에도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을 겨냥해 '일본과 동북아시아의 안전보장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며 연일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북한을 적국으로 인식하고 강경하게 대응하는 경향은 이전 정권들에서도 두드러졌지만, 아베 정권은 태생 자체가 '북한 때리기'에서 기인했다는 특이점이 있다.

최근 공영방송 NHK 등 일본 유력 언론은 아베 정권을 향해 대북 공세를 취할 것을 한목소리로 주문하고 있다. 한일회담에서 위안부 합의 재협상 가능성을 시사한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는 '우려'된다는 지적과 함께 대북공세에 손을 맞잡고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경고가 주류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남북 대화에 대해서는 '말썽을 부리는 북한과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며 평가절하 한다.

'북한 혐오' 여론이 비등한 일본의 특성상 아베 정권은 이에 편승해 더욱 강경한 대북 정책을 펼칠 전망이다. 자민당의 한 중진 의원이 "북한주민을 굶어 죽게 만들어야 한다"는 망언을 서슴없이 했지만 파장은 없었다. 일본에서는 지난 4월 '한반도 전쟁 위기설'이 불거졌을 당시 전국 학교에서 대피훈련을 실시하는 등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을 높게 내다보고 있다.

지난 7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방위백서 원안에는 "새로운 단계의 위협"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지난 2016년도 방위백서에 담긴 "중대하고도 절박한 위협"보다 경계감을 높인 것이라는 평가다. 현재로서 일본은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에 빗장을 단단히 걸어 잠근 모습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주권방송>에도 실렸습니다.



태그:#ICBM, #북한, #아베, #문재인,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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