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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미군기지 부지 75%가 113년 만에 서울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한미연합사령부의 일부 시설 등이 남아 25%의 부지는 제외된다. 용산미군기지 땅은 일제가 한반도를 강탈하면서 군 기지로, 이어 해방 이후 미군 사령부로 사용되었다.

용산 미군 기지가 떠나면서 걱정되는 것이 환경오염 문제다. 한미 간 조약, 협정 등으로 주한미군이 부지로 사용한 뒤 발생한 이 기지 환경오염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 고스란히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오염 상태에 대한 정확한 점검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약 1조원 전후가 들어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면 미군이 새로 옮겨가는 평택의 환경오염문제는 어떻게 되는가? 현재의 한미동맹 관계가 개선되지 않으면 용산 미군기지의 경우와 동일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군기지로 사용한 부지의 환경오염, 그 원상회복 문제는 미군이 거의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이는 한미 두 나라가 2009년 합의한 공동환경평가절차에 따른 것이다. 공동환경평가절차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반환 미군기지 환경조사 기간을 20~150일로 한정하고 미군 합의 없이 관련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

미군은 2009년 이후 미군이 오염 책임을 인정하고 조치에 나선 적이 없다. 미국은 현재의 한미 동맹 관계가 유지되는 한 평택으로 기지를 이전한 이후에도 유사한 행동을 취할 것이고 한국 정부는 속수무책일 가능성이 크다. 왜 이렇게 되는가?

이는 불평등한 한미행정협정(SOFA 협정),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LPP), 공동환경평가절차(JEAP) 때문이다. SOFA, LPP 등이 한국에서 볼 때 너무 불평등한 것은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군사동맹인 한미상호방위조약 탓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바꾸지 않으면 미국이 한국에서 누리는 슈퍼 갑의 특권이 계속 유지될 수밖에 없다. 미국도 이 조약에 따라 주한미군의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전쟁 직후인 53년 10월 1일 워싱턴에서 맺어진 뒤 1년 후 발효되었으며 전문과 6개의 조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조약의 큰 문제점의 하나로 미국에 일방적인 특혜를 부여하는 조항인 4조는 "상호합의에 의하여 미합중국의 육군,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 ; The Republic of Korea grants, and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accepts, the right to dispose United States land, air and sea forces in and about the territory of the Republic of Korea as determined by mutual agreement"로 되어 있다. 이 4조의 첫 부분 '상호합의에 의하여'는 SOFA에 의한 합의를 가리킨다.

SOFA의 정식 명칭은 '대한민국과 아메리카 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 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이다. 즉, 주한 미군이 한국에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한국 정부가 정치, 경제, 사회적 편리를 제공하는 사항을 규정한 한·미 간의 협정이다. 당연히 미국이 슈퍼 갑이다. 이 4조는 SOFA를 비롯한 주한미군에 대한 협상에서 미국이 특혜를 누릴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다. 미군이 '권리'를 행사하기 때문에 주한미군에 의한 환경오염 등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조차 지지 않는 것이다.

이 조약에 따라 미군은 위해 미군이 남한에서 원하는 곳 어디에든 미 군사력을 배치할 수 있다. 상호방위조약의 포괄범위는 한반도가 아니라 태평양지역으로 미 본토의 미군까지 주한미군에 순환배치 되고 있다. 또한, 이 조약은 무기한으로 유효하고 단지 어느 당사국이든지 타 당사국에 통고한 후 1년 후에 본 조약을 중지시킬 수 있다고 되어 있다. 폐기되지 않는 한 미국의 무기한 주둔이 가능하다.

최근 논란이 된 사드의 한국 배치도 사실 미국이 이 조약 4조에 따른 '권리'를 행사하는 과정이었고 한국은 '허여'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한미 간에 사드배치를 놓고 줄다리기를 했다는 것은 눈 가리고 아옹 하는 식의 기만적 언사에 불과하다. 남한이 SOFA에 규정된 환경영향평가를 내세웠으나 이는 기본적으로 미국의 '권리'가 잘 집행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한다는 제한적인 취지에 불과하다.

미국이 필리핀, 일본과 맺은 상호방위조약에서는 각각 25년, 10년씩 만기를 두고 있어 조약의 시효가 만료되는 시점에 미군 주둔의 필요성 여부를 재검토하게 되어 있다. 이에 따라 상황 변화에 따라 필리핀, 일본이 주도권을 잡고 조약개정을 논의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50년대 말부터 전술핵무기를 남한에 배치하는 등 맘먹은 무기는 다 남한에 들여왔다 빼가는 일을 되풀이하고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최근 군산비행장에 배치한 무인폭격기 등이 그런 예다. 이 조약이 유지되는 한 제2, 제3의 사드 배치는 불가피하다. 또한, 미군기지 오염에 대해서도 한국이 미국에 그 원상회복 등을 요구할 근거를 갖지 못한다. 용산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옮겨가는 상황이지만 한미 간 군사적 불평등은 개선될 기미가 전혀 없다.

한국과 미국은 1966년 환경 관련 규정이 전무한 SOFA을 맺은 뒤 지금껏 명확한 환경오염 정화 기준을 마련하지 못했고 미군은 단 한 차례도 기지 안 오염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치유에 나선 적이 없다<한겨레 2017년 7월11일>. SOFA의 양해각서인 환경조항에는 '주한미군은 대한민국 정부의 환경법령 및 기준을 존중한다'고만 돼 있어 주한미군에 오염 문제 해결을 강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JTBC 2017년 7월 11일)

하나의 사례를 살펴보면 한미간의 현주소가 그대로 드러난다. 서울지하철 녹사평역 주변 오염이 근처의 용산 미군기지에서 유출됐다며 법원이 2007년 18억 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을 때 그 배상금 18억여 원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특별법에 따라 미국이 아닌 한국 정부가 서울시에 지급했다. (MBC 2007년 8월 22일)

십수 년 전에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의 개정 목소리가 나왔지만, 오늘날은 전혀 그렇지 않다. 지난 2004년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교수노조 등 교수 7단체는 성명을 발표해 한미상호방위조약의 개정이 필요함을 주장했고 당시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통령 후보도 "근본적으로는 SOFA의 모법인 한미상호방위조약까지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중의 소리 2002년 12월 11일)

그러나 지난해부터 해를 넘기면서 사드 문제로 시끄러웠고 대선을 거쳐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사드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연관성, 한미 군사 관계의 불평등 시정 요구 등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안타까운 일이다.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가 심각하다 해도 한국은 세계에서 무기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이고 국방예산만 해도 세계 10위권 전후에 속한다. 군사적 주권을 챙길 시점이다. 문재인 정부를 출범시킨 촛불이 이 문제에 주목하고 나설 때다. 정치권과 관련 전문가, 언론이 한미관계에 대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면서 제 역할을 해야 진정한 민주주의, 평화통일이 가능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미디어라이솔 등에 실렸습니다.



태그:#용산 미군기지, 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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