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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젠트리피케이션에 사라지는 작은나무 카페서 이별파티가 열렸다.
 지난 6일 젠트리피케이션에 사라지는 작은나무 카페서 이별파티가 열렸다.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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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파티가 열렸다. 실로폰과 통기타가 등장했다. 빠른 템포의 신나는 노랫가락이 흐른다. 곡명은 <눈물은 달다>, 이별을 슬퍼하지 않는 노랫말이다. 음악이 절정에 다다르면서 박수 소리가 커진다. 율동에 가까운 춤판이 벌어진다. 마지막 몸부림이다.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있는 '작은나무 카페'가 마지막 문을 열었다. 최근 소위 '뜨는 동네'에서 일어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때문이다. 뛰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끝내 문을 닫게 됐다.

작은나무 카페는 2004년 아토피를 걱정하는 성산동 주민들이 만든 유기농아이스크림 가게로 출발했다. 카페로 바뀐 건 지난 2008년. 지역주민 200여 가구와 개인 조합원 70여 명이 5만~100만 원씩 모아 작은나무협동조합을 만들고 나서다.

카페는 10년 간, 한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지난 2015년 위기가 찾아왔다. 건물주가 바뀌면서 '가게를 즉각 비워 달라'는 통보가 날아왔다. 우여곡절 끝, 서울시의 중재로 2년간의 임차권리를 보장받았다. 그 사이 발품을 팔며 새로운 공간을 찾았으나 치솟은 임대료에 다리가 풀렸다. 끝내, 계약 종료일인 7월 8일에 가게를 떠나게 됐다.

쉼터이자 꿈을 꾸게 해준 장소... "계속 응원해주세요"

이별파티는 추억을 공유하는 자리기도 했다. 통기타를 든 수탉(예명)은 "노래를 부른 첫 무대였고, 가수의 꿈을 키워 준 곳"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카페와 운명을 함께했다. 그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집세가 올라 곧 이 동네를 떠나게 됐다"고 했다.

최수진 작은나무협동조합 이사장도 추억담을 꺼내 놨다.

"가끔 낯선 손님이 찾아와 작은나무 카페와의 추억을 이야기한다. 마을을 떠났다가 고향이라고 찾아온 사람들이다. 도시에 이런 공간이 없으니 여기서 향수를 느끼는 거다. 나에겐 일상이고 누군가에겐 추억이었다. 아직은 이곳이 없는 삶이 어떨까 상상이 안 된다."

사연이 소개되기도 했다. 공병각 사람과 마을 운영위원장은 "군대에 간 지윤이가 SNS에 쓴 글"이라며, 소리 내어 읽었다. 내용은 이렇다.

"어릴 적에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쉼터가 되었고, 청년일 땐 사람들을 만나고 노래하고 일하고 꿈꾸던 장소였다. 잠시 이별이지만 (카페가) 원래 있던 자리에 없다는 것은 언제나 낯설다. 그 모습조차도 보지 못한다는 것이 더욱 안타깝다. 휴가를 나갔을 때 왠지 더 힘들 것 같다. 입구에 빈 작은 나무와 그늘과 정겨움이, 그때 들였던 사람들의 웃음소리들이."

밤 9시, 이별파티는 무르익었다.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50여 명이 카페 곳곳을 채웠다. 문 바깥에 놓인 기다란 의자에도 주민들이 걸터앉아 있다. 그 반대편 외벽에는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오가는 이들이 볼 수 있게 매달아 놓은 거다. 7월 8일이면, 사라질 이별편지다. 작은나무협동조합은 이렇게 안녕을 고했다.  

"행복했습니다.

2008년 주민들의 출자로 문을 연 작은나무는 2013년 협동조합으로 전환하여 지금까지 10년을 이 자리에서 여러분과 함께 했습니다. 10년동안 가지각색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었던 마을주민들의 공간 작은나무, 그 시간들을 마무리하는 때가 되었습니다. '작은나무와 함께하는 '60일간의 여행'을 통해서 우리만의 방식으로 작은나무와 이별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그것 또한 아름다운 추억이 될 것입니다. 잠시 문을 닫지만, 다른 곳에서 새로운 꿈을 꾸려고 합니다. 작은나무를 옮겨 심을 장소와 시기는 카페를 통해 알려드리겠습니다.

계속 응원해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에 사라지는 작은나무 카페
 젠트리피케이션에 사라지는 작은나무 카페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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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젠트리피케이션, #작은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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