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공식적인 첫 번째 정상회담 이후 각자 회담 성과를 담은 언론발표문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FTA 재협상, 방위비 분담금 조정, 중국 철강 덤핑수출 대응 공조, 북핵 대응 공조 등 경제와 무역, 안보 분야에서 구체적이고 수위 높은 발언을 이어갔다. 반면 문 대통령은 북핵 대응 등 북한 관련 정책 공조와 한미동맹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공정한 기회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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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30일 오전(현지시간)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로즈가든으로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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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정권에 대한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실패했다. 오랫동안 실패해왔다"라며 "솔직히 그 인내는 끝났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동맹과 미국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 그리고 세계의 파트너 국가들과 함께 일련의 외교·안보·경제적 조치들을 논의 중"이라며 "미국은 책임 있는 국가들이 대북제재를 이행하고 또 북한 정권이 더 나은 길, 오랫동안 고통 받고 있는 자국민들을 위한 다른 미래를 선택하도록 요구하는데 동참하길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리가 지금 무모하고 잔인한 북한 정권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 북한 정권의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라며 "북한은 주민들과 이웃, 그리고 인간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있지 않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수백만 북한 주민들이 고통 받고 굶어 죽고 있다. 전 세계가 북한 정권이 오토 웜비어에게 한 일을 목도했다"라며 "문 대통령이 오토의 비극적 사건에 대해 조의를 표현한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며, 유족들에게 애도를 표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FTA를 불공정 무역협정으로 정의하며 강한 재개정 의지를 보였다. 그는 "한미FTA 이후 미국의 무역적자는 110억 달러 이상 늘었다. 훌륭한 협정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우리는 상호 호혜적인 무역과 시장 접근을 위해 무역 장벽을 제거하는 일을 더 할 것"이라며 "미국 노동자와 기업들, 특히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한국과의 거래에서 공정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공평한 운동장을 만들겠다는 문 대통령의 약속에 고무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측에 중국의 철강 덤핑 수출을 허용하지 말아달라고 촉구했다"라며 "우리는 이것이 양국 교역 관계에 굉장히 중요한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요구는 한미FTA 재개정 압박과 함께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경제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군 주둔에 따른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역내 평화와 안전, 번영"이라면서 "그러나 미국은 항상 우리 자신을 방어하고 또 항상 동맹을 방어할 것이다. 그 공약의 하나로 우리는 주한미군 지원과 관련해 공정한 방위비 분담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 방위비 분담은 매우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밝혔다.

"다양한 분야에서 고위급 협력체 구성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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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공동 언론 발표에서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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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언론발표에서 "한미 정상은 제재와 대화를 활용한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북핵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저는 북핵 문제 해결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관련 정책을 긴밀히 조율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강력한 안보만이 진정한 평화를 가능하게 한다는 데 동의하고, 확장과 억제를 포함한 한미연합방위태세를 통해 압도적 억지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는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하기로 했다. 한미 양국이 직면한 심각한 도전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라며 "북한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미 양국의 확고한 의지를 과소평가하지 말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화 테이블로 조속히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역시 한미연합방위 능력을 강화하고 국방개혁을 통해 우리 군의 독자적 방위역량을 증진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방위산업 기술 협력 활성화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우리는 양국 간 경제협력이 동맹의 미래지향적 발전에 중요한 한 축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통해 양국 국민이 호혜적 성과를 더 많이 누리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테러리즘 등 범세계적 도전에 대응해 한미동맹을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라며 "향후 양국은 다양한 분야에서 고위급 전략협의체를 만들 것이며, 이를 함께 풀어갈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 모두발언 이후, 트럼프 재차 '한미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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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현지시간)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발언을 마치자 박수를 치고 있다. 이에 화답해 트럼프 대통령이 손을 내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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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두 정상은 모두발언에서도 다소 엇갈리는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FTA의 불공정성을 부각시킨 반면 문 대통령은 미국과 상호 신뢰를 강조하는 내용으로만 말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인사말이 끝나고 나서 양국의 무역 관계를 재차 강조했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한국과 지금 막 무역 협정을 재협상하고 있다"라며 "바라건대 그것은 공정한 협상, 양측에게 모두 공정한 협상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의 협상은 미국에게 불리한 협상이었지만 앞으로는 많이 달라질 것이고, 양측에 모두 좋은 것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우리는 다양한 옵션을 솔직하게 논의하는 과정에 있고 북한과 관련해서도 많은 방안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오늘의 단독 정상회담과 확대 정상회담을 통해 우리 만남이 더 의미 있는 좋은 결실로 맺어지기를 바란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과 환대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제가) 당선되자 외국 정상 가운데 가장 먼저 축하전화를 줬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한미동맹이 굳건하다는 것에 대한 확인이면서 동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국민에 대한 따뜻한 격려였다고 생각한다"라며 "어젯밤 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저는 북핵문제를 비롯해서 한미동맹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폭넓게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한미 정상간 신뢰와 우정을 더욱 더 쌓을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다시 말을 받아 "한국이 미국의 주요 무역 파트너라는 점을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라며 "우리는 미국 노동자들에게 좋은 것을 할 수 있기를 원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 관계는 매우 매우 강하고 우리의 개인적인 관계도 매우 매우 좋다"라고 덧붙였다.

"금년 중 트럼프 방한 정상회담 합의"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언론발표에서 "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금년 중 한국을 방문하도록 초청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흔쾌히 수락했다"며 "트럼프 대통령 내외 분의 방한은 우리 두 정상 내외는 물론 역사를 통해 이어온 한미 양국 국민의 우정을 다시 보여줄 것이다. 두 나라 협력에 새 이정표가 되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백악관으로 초청해주시고 따뜻하게 맞이해주신 트럼프 대통령의 특별한 환대에 깊이 감사드린다"라며 "이는 험난한 여정을 거쳐 승리를 달성한 국민에게 전하는 미국 국민의 따뜻한 마음이자 시련과 역경을 딛고 자유와 민주주의, 평화와 번영 향해 함께 걸어온 위대한 동맹에 대한 위로와 격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