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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4일 오후 7시 태안군 청소년수련관 야외무대에서 진행될 'MBC 가요베스트' 공개방송 웹포스터.
 오는 24일 오후 7시 태안군 청소년수련관 야외무대에서 진행될 'MBC 가요베스트' 공개방송 웹포스터.
ⓒ 태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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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문화방송의 대표 음악 프로그램인 'MBC가요베스트'가 오는 24일 태안군에서 공연을 할 계획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극심한 가뭄으로 농민들이 시름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유명 가수들의 공연은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

24일 오후 7시 태안군 청소년수련관 야외무대에서 진행될 'MBC 가요베스트'(문화방송의 지역 MBC 14개사 공동 제작 음악프로그램)는 태안군과 태안군문화예술센터가 주최하고 MBC대전문화방송이 주관한다. 행사비 1억 6000만 원 중 한국서부발전(주)이 6000만원을 후원하고 나머지는 MBC 측에서 스폰을 받아 부담한다.

이날 행사에는 현철, 송대관, 설운도, 구창모, 이명훈(휘버스), 현숙, 배일호, 류기진 등 유명 가수 20팀이 출연할 예정이다.

태안군은 이번 행사를 위해 대전MBC와 협의하여 지난해 12월부터 기획했고, 올 3월 공연계획을 확정했다. 당초에는 태안군 기름유출 사고 10주년을 맞아 청정 태안을 지켜낸 태안군민과 전국 123만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한 행사로 기획됐다.

하지만 최근 극심한 가뭄이 계속되고 있고, 더욱이 전국에서도 충남 서북부 지역이 가장 심각한 가뭄 현상을 보이고 있어 이번 행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태안군과 대전MBC는 이번 행사에 3000명의 군민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가뭄으로 인한 고통이 심해지면서 지역민들의 참석을 독려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또한 대대적인 홍보를 하기에도 군민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인 것.

이에 따라 태안군은 군수와 부군수가 참여하는 긴급회의를 열고 이번 행사의 '취소'나 '연기'를 검토했다. 하지만 행사를 코앞에 두고 취소할 경우, 위약금으로 약 8000만원을 내야 한다는 주관사 측의 이야기에 행사 강행을 결정했다.

다만, 이번 행사의 취지를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태안군민들을 위로하는 공연'으로 변경했다. 심신이 지친 농민들을 위로하고 비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행사를 치르겠다는 것. 이를 위해 대전MBC도 긴급하게 홍보영상을 다시 제작해 내보내고, 사회자와 출연자들에게도 이 사실을 주지시켜 '군민들을 위로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뭄 극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군민들은 '지금이 그럴 때인가'라고 비난하고 있다. 한 태안군민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농민들은 가뭄 때문에 죽을 맛인데, 태안군이 가수들 불러서 잔치할 때냐"라면서 "그런 거 할 정신 있으면 가뭄극복 대책회의나 한 번 더 하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민간이 하는 행사도 아니고 태안군과 공영방송, 공공기관이 주관하고 진행하는 행사인데, 국가적 재난이 닥친 곳에서 축제를 벌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태안군과 대전MBC는 이런 지적에 공감한다면서도 행사 진행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상기 태안군수는 "지난 주 가뭄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지역정서를 생각해 취소나 연기 여부를 검토하라 지시했으나 MBC 측에서 일정상 조정이 어렵고, 조정시 가수나 기획사, 외주회사와의 계약상 8000만 원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고 해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 군수는 또 "때가 때인지라 부담이 많이 된다"며 "다만, 이번 행사의 취지를 가뭄으로 지친 군민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태안군 관계자는 "다른 한편 공연을 자주 접할 수 없어 보고 싶어 하는 군민들도 있고, 비가 오기를 바라는 군민들의 마음을 모아낸다는 의미도 있다"며 "다만, 군민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대대적인 홍보는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재표 충남도의회 의원은 "태안은 충남에서 모내기를 못한 면적이 가장 많은 곳이자 일부 세대는 식수조차 운반해 급수해야 할 만큼 가뭄이 극심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가요제를 개최하는 태안군의 행정은 사려깊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요제를 한다 하더라도 지역주민의 의견을 두루 듣고 판단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대전MBC 관계자는 "가뭄으로 인해 시기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어 태안군과 긴밀하게 상의했다"며 "하지만 수개월 전부터 기획했고, 이미 홍보가 다 된 상황에서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쇼나 음악이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주는 위로가 될 수 있고, 비가 내리기를 바라는 '기우제'의 의미도 함께 담아 낼 것"이라며 "가뭄 피해가 발생한 다른 지역에서도 그동안 큰 문제없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태그:#태안군, #대전MBC, #MBC가요베스트, #가뭄, #가뭄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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