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국의 농촌 마을이 살아남으려면 협동과 연대의 마을공동체 농업으로 대전환해야 한다. 전체 수입 가운데 농업 수입이 절반도 되지 않는 '농민인 듯 농민 아닌 농민 같은 농민'이 10명 가운데 7명이다. 이와 같이 처참한 우리 농업의 현실에서 다른 출구는 없다. 중소농, 가족농들이 협동조합 등 농업공동체를 중심으로 흩어진 작은 힘을 한 곳으로 모아 큰 힘으로 만들 때, 비로소 살아남을 수 있다.

이때 마을공동체 농업을 이끄는 역량 있고 책임지는 사업주체의 역할을 맡아할 이른바 마을·지역공동체사업 혐동경영체로서 '마을기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비록 자본주의 사회와 체제에 놓여 있지만, 마을 사람들이 서로를 위해, 마을공동체를 위해, 더불어 설립하고 경영하는 지속발전가능한 사업단위체'가 절실하다. 가령 '친환경순환농업기반, 농촌경영체 중심, 도·농상생 생활․생태공동체' 같은 중소농·가족농 중심 영농사업체가 적당한 형태이자 규모일 것이다.

그래서 '중소농·가족농'이 제 역할과 소임을 다 할 수 있도록 걸맞는 위상을 찾아야 한다. 그러자면 한국 농업에서 존재감과 영향력이 상실된 중소농·가족농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다. '지역단위 협동조합'부터 구성하는 게 합리적이고 효과적일 것이다. 이때 농촌지역에 산재해있는 각종 농업관련 유휴시설을 지역 공유자산으로 재활용한다면 창업을 하거나 사업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른바 '유휴시설 지역공유 사회적경제자산은행'의 설립을 제안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농업은 농민 일방의 일이 아니다. 도시의 아파트의 도시민, 공장의 노동자, 할인마트의 소비자들은 농업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상식적, 윤리적 인식을 가져야 한다. 마땅히 도시에 속해 있지만 국민농업의 한 주체로 자각, 참여해야 한다. 그러자면 국민농업의 학교라 할 수 있는 '도시농업'도 장려하는 게 타당하다. 도시에서부터 농촌을 배우고 곧 결행할 자발적 하방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돈과 힘이 더 많은 도시의 지자체가 농촌의 지자체에 먼저 손을 내밀면 가능한 일이다.

식량주권 못지 않게 먹거리 정의와 안전도 중요하다, 자유무역협정에 따른 수입농산물 유입으로 GMO(유전자변형) 농산물, 방사능 오염식품으로부터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식품 표시를 완전하게 하고 아이들 공공급식부터 안전하고 건강한 친환경 로컬푸드로 공급해야 한다. 그러자면 지역농업을 통한 친환경 순환농업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6차산업도 지역농업, 친환경농업을 바탕으로 해야 중소농, 영세농들이 참여할 여지가 마련된다.

잘만 하면, 이러한 '사회경제적 농업'은 농촌마을에 사는 농민과 농촌주민들의 단순한 밥벌이 수단 정도는 넘어설 수 있을지 모른다. 농촌에 살든, 도시에 살든, 생태적이고 공동체적인 삶을 소망하는 온 국민의 새로운 삶의 방식이 될 수 있다. 나아가 활로와 출구를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는 국가 경제의 대안이 될지도 모른다.

 김해 봉하마을의 사회경제적 농업을 이끄는 <봉하마을 영농조합법인>
▲ 봉하마을 김해 봉하마을의 사회경제적 농업을 이끄는 <봉하마을 영농조합법인>
ⓒ 정기석

관련사진보기


'사회경제적 농업'은 사회복지학과 농촌사회학으로

불행히도 그동안 한국 농정당국에서 바라보는 농정의 핵심 과제는 '기업화' 또는 '산업화'다. 농업선진화, 6차산업 또는 ICT 융복합농업, 스마트농업 등의 현란한 농정구호를 동원, 자유무역시대에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규모화를 통한 생산비 절감으로 가격 경쟁의 열위를 극복해야 한다는 명분이다. 하지만 평균 농지보유 면적 1.5ha, 농업소득(농축산물 판매금액) 1000만 원의 한국의 농업·농촌 현실에서 기업화, 산업화에 동참할 농민은 상위 1% 남짓의 기업농, 대농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대다수 농민이 중소농이거나 영세농인 한국에서 '돈 버는 농업', '부가가치가 높은 선진농업'이라는 농업경제학의 전략과 방식으로는 대다수 농민의 경제사정이나 생활환경을 개선할 수 없다. 이렇듯 중소농, 가족농 중심의 생계형 농업 구조에 바탕을 둔 우리 농업의 현실에서 기업농 중심의 상업적 농업은 적절하지 않다.

그래서 기업농이나 상업농 위주보다는 중소농들끼리 협력과 연대를 통한 공동 생산, 공동 가공, 공동 유통 방식의 공동체 농업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협동조합 중심의 농업선진국 덴마크, 뉴질랜드 등 해외 성공 사례도 얼마든지 있다. 세계적 브랜드인 썬키스트, 제스프리 등은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산지 생산자 조직화를 통한 교섭력을 키우고, 협동조합 간 연합체 구성과 참여조직의 역할분담으로 규모화·전문화의 효과를 발휘했다.

무엇보다 우리 농촌은 단순한 생산의 공간이라기보다 생활의 공간으로 인식의 전환을 하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농민을 단순한 경제활동 인구로서보다 사회복지의 수혜 대상으로 바라볼 필요도 있다. 그러자면 농정의 패러다임이 전업농 육성 위주의 '돈 버는 농업' 상업화, 규모화 패러다임에서 가족농․중소농 중심의 '사람 사는 농촌' 중심 패러다임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중소농은 가족노동력에 기대 자급자족해야 하는 가족농의 처지이다. 상업화, 규모화와는 거리가 먼 순정한 생계형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다. 수지타산을 맞추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중소농․가족농 중심'의 농업정책은 소득 중심 농업경제학의 시각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농민 기본소득 등 기초생활 보장제, 직불제 등 농가 소득 보전, 보건, 주거 등 사회안전망, 영농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 등을 중심으로 사회 복지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영광 영산성지공동체의 '사회경제조적 유기농업'
▲ 영광 영산성지 영광 영산성지공동체의 '사회경제조적 유기농업'
ⓒ 정기석

관련사진보기


협동조합이 '사회적경제 농업'의 견인차 

무엇보다 농민들이 현장에서 요구하는 농업의 대안은 기업농 중심, 자본투자 위주 모델이 아니다. 중소농 중심 협동조합 방식의 '협동화사업' 모델이다. 6차산업화든, 스마트농업이든 소규모·영세 농업경영체가 많은 우리 농촌의 공동체 특성과 다기능성을 살리면서 추진되어야 마땅하다. 본질적으로 농업이 근간이기 때문이다. 농기업 창업, 일자리 창출, 농가소득 제고 등은 그 협동화사업의 선순환 구조 속에서 부산물로 따라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인구 밀도가 낮고 생산인력이 부족한 농촌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행위 자체가 시장 실패의 위험을 안고 있다. 농촌지역에서 구조적으로, 환경적으로 충분한 규모와 지속가능한 기간의 상권형성도 어렵다. 이럴 때, 농촌의 주민들이 협업을 통해 생산·소비협동조합을 결성한다면 시장실패의 가능성을 낮추는 등 유력한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렇게 '협동사업화'를 통한 자조적 지역사회 발전 전략은 주민의 삶의 질 향상, 지역사회 내부역량 증진 등의 효과를 가져온다. 행정, 주민 등 지역사회 발전의 추진주체는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지역사회 다수 주민의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특히 다수가 참여하는 '지역사회 또는 지자체 단위의 협동조합' 방식은 개별 농민 구성원의 욕구보다는 지역사회 공통의 발전을 지향하므로 정책적 명분도 충분하다.

특히 협동조합은 지역사회의 사회적 자본(Socail capital)을 증진시킨다. 지역사회 주민들이 협동조합에 참여하면서 협동조합의 발전과정, 조합원 역할, 리더십 등을 경험하고 공유하면서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곧 지역사회와 구성원들이 사업조직을 만들거나 강화하는 데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 된다.

무엇보다 과소화되고 사회적 활력이 저하된 농촌지역에서는 사회적 연결망이 침식되거나 부재한 상태이다. 따라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거나 복원하는 조직화 활동이 절실하다.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방법, 협동조합을 통한 '협동사업화'가 최적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이유다.

다만 농촌지역 협동조합의 정상화, 활성화를 위해서는 관련 제도와 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부터 개정할 필요가 있다.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 면제 등의 지원대상인 농업회사법인은 상법상 법인 형태로만 설립이 가능하다(조세특례제한법 제68조, 제105조, 제106조).

따라서 농업법인(영농조합법인 및 농업회사법인)과 동일한 수준의 지원이 가능하도록 협동조합을 농업법인의 한 형태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농식품부의 보조금 및 융자 지원 정책사업은 주로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농업법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농업인들의 협업적 농업경영체 성격의 협동조합을 설립할 경우, 이 법률의 지원대상에 포함시키는 게 형평성에도 부합한다는 판단이다.

협동조합금융도 난제다. 문제는 협동조합 경영지원, 협동조합 대출, 협동조합 투자 등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경영 지원, 회계·재무컨설팅 등 사업경영의 전문성, 역량 확보가 중요하다. 특히 협동조합의 특성에 부합하는 재무제표 평가, 신용평가 및 신용등급 기준 마련이 최우선 과제다. 협동조합 유형별, 성장단계별 금융수요 조사, 최적 자금조달 방안도 수립되어야 한다. 법적, 제도적 한계가 존재하는 기존의 농협, 신협, 금고 등 금융협동조합들이 협동경제의 금융파트너 역할을 할 수있 도록 위상을 재정립해 이른바 '협동조합경제 금융생태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농촌에서 협동조합으로 '돈'을 많이 벌지 못하더라도 '사회적 결사체'의 최적화 모델이 될 수 있다. 협동조합은 그동안 농촌정책에서 견지해온 농촌의 내생적, 자조적 지역사회 발전전략을 개선하는 적당한 대안으로 보인다. 인구밀도와 생활서비스 접근성이 낮은 농촌 지역사회에 적정한 가격으로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데 협동조합이 유력한 수단과 경로가 될 수 있다. 인구 과소화, 지역사회 공동화, 중앙과 격리 등으로 발생하는 농촌지역의 '사회적 배제(Social Exclusion)' 문제를 해결하는 최적의 해법으로 보인다.

한국의 농업협동조합은 사회경제적 농업을 견인할 수 없나...
▲ 농협 한국의 농업협동조합은 사회경제적 농업을 견인할 수 없나...
ⓒ 정기석

관련사진보기


중소농 농업공동체는 '사회경제적 농업'의 토대

농림부는 2011년부터 '마을단위 농업공동체'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대부분 농지가 영세 분산 필지 상태인 영농구조 하에서 개별경영의 규모화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설사 규모를 확대해도 효율적 경영은 어렵다. 개별경영 단위의 규모화로는 농업의 경쟁력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지역자원을 종합적으로 활용해 복합화·다각화 할 필요가 있다.

복합화·다각화의 경우 개별경영보다 다수의 구성원이 참여하는 '조직경영'방식이 유리할 것이다. 이처럼 개별경영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마을단위 영농활동의 조직화, 공동 경영을 통해 범위·규모의 경제 활동이 가능, 개별 경영체의 영세성이 극복될 수 있다.

사회적경제를 지향하는 공동체 농업모델 <괴산 흙살림>
▲ 흙살림 사회적경제를 지향하는 공동체 농업모델 <괴산 흙살림>
ⓒ 정기석

관련사진보기


농림부의 '마을단위 농업공동체'는 "농업비중이 높은 마을단위로 공동 영농·판매 등을 수행하는 지역농업조직을 구성하고, 지역경제의 구심체로 육성"하는 것이다. 우선 조직화를 통해 지역자원을 종합적으로 활용하는 지역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지역주민 또는 지역 농협·농업법인 등이 자발적으로 결성하는 공동성도 도모할 수 있다. 나아가 자립성과 지속성을 가질 수 있는 경영방식으로 수익성도 추구한다. 형태는 민법상 법인·조합, 농업법인, 협동조합 등 다양한 형태의 조직으로 확대가 가능할 것이다.

마을 단위로 농지의 단지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농지규모화의 효과가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지역의 농지 보전과 관리에도 효과적이다. 또 영세한 농가가 공동으로 조직화하면 농업의 지속성도 증가한다. 단기적으로 농업생산 유지를 통해 경작포기지 발생을 방지한다. 장기적으로는 지역단위의 후계자 확보대책으로 기능할 수 있다.

농지의 단지화, 농기계 공동이용으로 비용도 절감된다. 일본의 경우, 평균 0.8ha(벼 48a, 콩 32a)의 경지면적을 가진 37호(총 면적 30ha)가 각각 개별경영을 한 경우의 전체 비용은 12만1400천 엔이나, 마을영농의 경우 개별경영의 45%(5만5000천 엔) 수준으로 비용이 절감된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지금 추진되고 있는 농업공동체 조직화 유형은 생산자 조직 주도형, 농협 주도형, 지자체 주도형으로 구분된다. 생산자 조직 주도형은 개별농가로서 담당하기 어려운 생산과정의 일부 또는 전부를 조직화를 통해 실행하는 생산 단계에 해당한다. 의성 의로운쌀 생산자연합회 처럼 주로 농협의 계통출하를 목적으로 하는 품목조직이나 공동출하, 가공, 유통을 위한 생산자 모임이 주도한다.

농협 주도형은 APC, RPC를 중심으로 유통 혹은 생산 부문의 규모화·계열화를 추구하는 지역농협 중심이다. 농협 중심의 친환경쌀 생산·유통 단지인 용인 원삼농협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자체 주도형은 중앙정부로부터 투입되는 자금이나 제도를 지역(마을단위)과 효과적으로 결합시키는 유형을 말한다. 지자체가 직접 유통 등의 경영에 참여하거나 출자를 통해 경영에 참여하는 안성맞춤클러스터를 예로 들 수 있다.

경북도도 '경북형 마을영농 육성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농지는 개인 소유, 경작은 마을단위 공동이 특징이다. 마을단위의 경작을 통해 경영비를 대폭 줄여 농업 경쟁력을 높이려는 정책 목적이다. 일본의 '집락영농'의 성공사례를 국내 최초로 벤치마킹해 경북지역의 농업 특성에 맞게 개량, 시범적으로 실시하는 사업이다.

마을영농의 경영주체에 따라 마을주도형 모델·농협주도형 모델·기업주도형 모델·혼합형 모델 등으로 분류된다. 기존의 개별소유와 개별관리 방식의 영농을 농지 소유자와 이용자를 분리, 농지 및 농기계 공동이용, 작업별 노동력 집중 투입 등을 통해 생산비용을 최소화하고 마을전체의 농업경쟁력을 높여나가는 것이 최종 목표다. 3억 원 내외의 사업비는 마을영농을 운영하는 전문 경영인이나 농기계 운영자 등의 인건비, 농기계 창고, 저장시설, 공동 농기계 구입비 등에 사용된다.

덧붙이는 글 | ※ 마을학개론(an introduction to Communology/ 마을에서 먹고 사는 법) : 귀농을 하거나 자발적 하방을 해서 마을에서 먹고 살려면, 사람답게 살아가려면, ‘마을이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마을, 공동체, 마을시민. 마을기업, 대안마을, 대안농정, 그리고 대안사회를 열심히 공부해서 체화해야 한다. 그러면 마을에서 사람답게 먹고 살 수 있다.



태그:#마을학개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마을연구소(Commune Lab) 소장, 詩人(한국작가회의)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